소피: 그 책 읽고 완전 소름 돋았었는데. 왜, 그 책 읽다 보면 중간에 기가 막힌 반전이 있잖아요.
힐데: 맞아. ㅋㅋ
소피: 철학 관련 책 해달라하면 늘 전 그 책을 추천하거든요. 질문으로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푸는 방식도 좋고. 그 반전도 너무 재밌고요.
소피는 철학과를 나왔다. 재수 시절 아버지가 보던 누렇게 바래고 울긋불긋 곰팡이가 피던 교양철학책에서, 소피는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무엇보다 소피가 놀라웠던 것은 그 질문을 웃어넘기지 않고 진지하게 사유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진지한 사유는 2천년을 지나도 살아남았다. 너무나, 너무나도 궁금했었다. 대체 이 사람들은 누구였고, 이 생각들은 무엇이었는지.
소피는 4년 간 학교를 다니며 꽤 열성적으로 책을 읽었다. 그러나 철학은 어떤 것이 진리라거나 온전하다는 걸 가르쳐주지 않았다. 이 배움은 진리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무지를 벗어나는 과정이었다. 소피는 나름 이렇게 정의하기로 했다. 철학이란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다'라고. 사람마다 '자기 생각'이라는 집을 만든다면, 철학은 집을 만들기 위한 모든 지식과 행동이다. 집을 구성하는 재료를 만들고 선택하는 방법이며, 집의 뼈대와 지붕을 얹기 위한 기술이며, 집에 창과 뜰은 얼마나 어떻게 낼 건지 대한 취향인 것이다.
철학은 생각하는 방법이다
그러니 '책'을 만들자고 하면서 '철학'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런 흐름이었다. 책이야말로 생각이 담기는 작은 집이지 않는가. 그 집을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짓고 싶은지에 대한 답. 소피의 머리에 불현듯 '소피의 세계'가 떠올랐던 것이다. 설명이 아닌 이야기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 주인공과 독자가 섞여 있는 것, 책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인 것. 뭔가 찰떡이었다.
소피: 소피와힐데, 어때요? 소피의 세계에 나오는 주인공들 이름을 따서.
소피: 아아 아니다, 힐데와소피가 좋겠어요. 힐데가 있어야 소피가 나오니까.
힐데: 좋아!ㅋㅋ
힐데는 소피의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가끔 소피는 이렇게 기가 막히게 뭔가 물어온다. 대개는 '힙'하지 않지만 이번 '힐데와 소피' 제안은 그의 마음에도 들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이름이라서 그랬다. 이미 출판사들은 세상에 넘치고 넘칠 정도로 많다. 힐데는 우리가 어디에서 달라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 답은 간단하지만, 둘이 만든다는 것에 있었다. 힐데는 이번 기회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을 담아 운영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가 창업을 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힐데는 '힐데와 소피'가 우리 회사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