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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a versus Democracy>를 만나다.

<나는 통일을 땡땡합니다>가 만들어 준 기회

by 힐데와소피



해석할 새도 없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데이터와 편견을 강화하는 알고리즘 속에서 이 사회는 올바른 정치적 선택을 하고 있는가. Data versus Democracy! 힐데와소피의 첫 번역책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연재합니다.






때는 3월 중반, <나는 통일을 땡땡합니다> 책 출간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텀블벅 펀딩을 통해 책을 구매한 똘똘이 동생 K가 연락이 왔다.


K: 언니 책 프리뷰 페이지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요? 언니 책 펀딩하면서 부장님한테 보여드렸는데(부장님도 펀딩하심ㅋ) 궁금해하셔서ㅎㅎㅎ 그리고 저희 부장님이 여기 관심 많으셔서 ㅋㅋㅋ 한번 오힐데님 보고 얘기 나누고 싶으시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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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부장님?ㅋㅋㅋㅋ 너네 회사 부장님?ㅋㅋ 사원-주임-대리-과장-차장-부장 할 때 그 부장님?? 그 부장님이 나통땡에 펀딩 하셨다고??? (나중에 알았지만 부장님은 굉장히 젊은 분이었다.) 그리고 날 만나고 싶다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컨설팅 회사의 부장님은 행정학 박사님이신데다가 민주주의에 꽂히신 분인데, 우리한테 참 관심이 많다고 하셨다. K가 덧붙였다.


K: 저는 요즘 부장님이랑 데이터 민주주의 관련 논문 준비하고 있어요!


데이터 민주주의? 데이터와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따로 따로는 들어봤지만 합성어로 들어본 경험은 많지 않았다. 데이터 민주주의라는 단어만 듣고 얼핏 든 생각은 '데이터를 통해 정치적 선택을 좀 더 효율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것?' 그게 데이터 민주주의일까? 하지만 사실 내가 주목하는 건 그 반대에 가까웠다.



사실 데이터는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지 않나??



내가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이 소피는 바로 검색을 시작했다. 한국 사이트에서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자 아마존에 들어가서 data democracy를 검색했다. 여러 책을 거쳐 소피의 눈에 띈 책이 있었다. 제목은 <Data versus Democracy> 응? 데이터와 민주주의의 대결? 부제는 How Big Data Algorithms Shape Opinions and Alter the Course of History. 어떻게 빅데이터 알고리즘이 의견을 형성하고 역사의 경로를 바꾸는가. 오호. 재밌어보였다. 이 책은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인간의 인지능력,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 그리고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편견을 강화하고 과장시키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사람들의 의견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심지어 선거의 결과까지 바꿔놓는지- 와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옳다! 이 책 내가 읽고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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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분위기 번역?


소피가 갑자기 말했다. 우리 이거 번역해서 출판해볼까요? 응? 갑자기 번역? 그거 그렇게 막 쉽게 정해도 되는거야? 그런거야? 다른 출판사들은 번역서를 어떻게 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우리의 첫 번역책이 결정됐다. 이왕이면 해외에서 상도 받고 잘 나가는 저자가 쓴 유명한 책이면 좋겠지만, 중요한 기준은 아니었다. 그저 소피와 내가 동시에 좋게 생각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는 관심사가 굉장히 비슷하지만 아주 세밀한 부분에서 상당히 다르다. 그러다보니 소피가 관심 갖는 것에는 내가 딴지를 걸고, 내가 관심 갖는 것에는 소피가 무던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 둘 다 동시에 흥미롭다고 생각하다니!! 우린 이것만으로도 합격점을 주기로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통일을 땡땡합니다>도 <Data versus Democracy>가 말하고자 하는 것과 닿아있다. 자신의 편견이 강화된 상태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그런 민주주의를 지양하고자 만든게 이 책이었다. 서로 대화하는 장을 넓혀서 내 의견이 아닌 다른 의견도 확인하고 그 편에서 서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데이터와 민주주의 상관관계를 밝혀내고 이를 다룰 줄 아는 것. 지금 사회에 너무나도 필요한 이야기다.


책을 내기로 결정하자 이어서 할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시장조사하기. 번역 에이전시 접촉하기. 번역가 구하기. 자 이제 시작이야!! 내꿈을~ 위한 여행 피카츄~ 걱정 따윈 없어~ 내 친구와 함께니까! 피카피카!



덧.


약 한 달 전, K와 K의 부장님을 만났다. 요즘 보기 드문, 직원을 소중하게 여기는 좋은 상사이자 세상에 필요한 변화를 고민하는 좋은 전문가셨다. 부장님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시민들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려고 계획중이라고 하셨다. 이런 플랫폼이 생긴다면 우리의 선택이 조금 더 정확해지리라, 기대가 된다.


IMG_0072.jpg 부장님 회사의 전경은 정말 멋졌다. 이래서 사대문 안에서 일해야 하는데...



글. 오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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