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공부: 기출 문제 풀이, 인생편

텝스 시험 이후, 내가 배운 것들

by 쓰는 사람 지민

어른의 공부는 무엇일까.

공부가 삶 자체가 될 수 있을까.

TEPS를 준비하는 이 시간이 기쁨과 여유, 그리고 감사로 채워질 수 있을까.


6월에 치른 텝스 시험 결과를 받아들었을 때, 목표 점수에 1점이 더해진 처량하고 민망한 숫자를 마주해야 했다. 시험 열흘 전부터 어지러움에 시달려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겨우 어휘만 복기하다 시험장에 들어섰으니 그 정도면 선방이라 생각해야 하나. 자조가 따라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간 들었던 말들―'텝스는 진짜 영어 실력과 상관없는 시험'―이 머릿속을 떠돌며, 이 모든 시간이 본질에서 빗겨난 낭비는 아니었나 수없이 자문했다. 휴직 시기를 허투루 보내기 싫어서 시작한 공부이지만 시작을 하고 보니 애초의 계획과는 상관없이 절실하고 진지해져 내 에너지의 많은 부분을 쏟아붓고 있었다.


한 달이 지나 다시 시험을 치렀다.

독해와 문법 점수가 40점이나 올랐지만, 듣기 점수는 그만큼 내려갔다. 듣기를 따로 공부하지 않았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성적표를 들여다보는 순간, 웃음과 씁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올라간 만큼 내려가는 묘한 균형을 보며 역시 인생은 ‘짤’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어찌 짤은 없더라도 은혜는 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시험을 치르고 그 과정을 견디는 동안 더욱 본질적인 질문을 품게 되었다. 이 공부는 과연 시간 낭비가 아닌가, 시간이 낭비되더라도 내 성장을 위한 작업이라면 기꺼이 껴안고 버텨야 할 갈증의 시간인가.

어쩌면 인생은 그 어떤 훈련도 값없이 지나갈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이렇게 돌아가야 하나 싶은 순간도 있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 때로는 길을 잃은 듯 사방을 둘러보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내면의 인사이트에 집중하며 중심을 잡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내면이 공짜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은 가벼운 존재로 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훈련이 길어질수록 쉽지 않게 여기까지 온 내가 귀한 존재임을 더 분명히 알게 된다.


리스닝을 끝까지 듣고도 답을 고르지 못하거나 긴 지문을 읽고도 선지를 가려내지 못하는 당황스러운 순간들을 맞이하며 학자의 길을 가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면 어떨는지. 공부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나의 사고력은 아주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확장되고 있고 어휘에 대한 민감성, 문장과 문장 사이의 은밀한 맥락을 읽어내는 감각, 논리의 실타래를 따라가는 힘은 성적의 등락과 무관하게 내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힘겹지만 지금 기르고 있는 이 능력이 언젠가 내 삶의 어떤 장면에서든 나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기록되지 않을 작은 성취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다시 책을 펼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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