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 4개월 차 대표의 생존 전략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마라!
줄까 말까 할 때는, 줘라!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 서울대학교 최종훈 교수의 인생 교훈
2012년 SNS에서 돌아다니던 사진 속 글귀라 한다. 저렇게 명쾌하게 즉문즉답을 주셨는데, 할까 말까 할 때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 빠져 있는 것이 내심 아쉽다. 뭐 조언을 하셨다 한들, 할까 말까 할 때 어차피 내 결정은 '한다' 였을 것이다.
화창한 어느 가을날, 맛있게 혼밥 하고 산책 중인데 전화 한 통화를 받는다.
A : 대표님, 혹시 다음 주 화요일에 00 지원 과제 발표가 가능하실까요?
나 : 네에? 그거 9월에 서류 심사 떨어졌다고 전달받았었는데요.
A : 아, 네에. 이번에 소셜펀딩 지원하는 업체 중에 안 한다고 하신 곳이 생겨서 서류 상에서 후 순위 업체분들께 연락드리고 있어요. 펀딩 하시려면 펀딩 하실 제품이 필요하고, 시간이 조금 촉박해서 10월 말까지 시제품 만드셔야 해요. 하시겠어요?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에 고요하던 마음이 요동을 친다.
아, 오늘이 목요일인데, 다음 주 화요일 발표라면, 금/토/일/월 4일 안에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하고, 발표야 어찌한다 하더라도 제품을 2주 안에 만들어야 하는데 이 걸 할 수 있으려나? 발표 때는 무엇을 펀딩 제품으로 만든다고 해야 하나? 4일 안에 하고 싶은 제품을 만들 수 있으려나? 아, 맞다! 다음 주 화요일이면, MBTI 교육 있는 날인데 교육 끝나고 발표하러 갈 수 있는 건가?
마음이 요동칠 때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이 할까 말까 하는 고민의 결론을 '한다'로 결정할 것이라는 것을.
주말 사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만든 발표 장표로 4명의 심사 위원 분과 30분 넘게 논의하였다. 분명 발표였건만 난 또 그 자리에서 내 꿈 한 보따리를 풀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솔직하게, 하고 싶은 제품이 있어 시작한 펀딩은 아니었지만, 기회를 주신다면 내가 품고 있는 꿈 한 자락의 한 모퉁이를 잘라 이번 기회에 만들어보겠다고 말이다. 좋은 심사위원 분들을 만나 만들고 싶은 '진로 질문'에 '진로 상담'을 포함하여 제공한다면 고객의 니즈도 들어볼 수 있을 테니 좋을 것 같다는 귀한 조언도 얻고 돌아왔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가끔은 너무 많아서 탈이 되기도 한다.)
마틴 루터 킹이 외쳤던 'I have a dream'의 연설에서처럼 지금은 불가능해 보이고 막연해 보이지만 미래의 어느 날에는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꿈.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self)를 발견하고, 일을 통해 그 자기(self)를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진로/커리와와 관련된 시장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환경에 대한 정보들을 이리저리 가공하여 제공하기 바쁘다. 어떻게 하면 대기업 서류 심사에서 90% 통과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는지, 어느 전공이 향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인지 정보는 차고 넘친다. 커리어 상담에서 직업 세계에 대한 정보를 빼놓고 갈 수는 없으나, 순서가 잘 못되었다. 커리어의 시작은 '나' 이여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나'라는 고유한 사람의 정보를 '일'과 관련해서 차곡차곡 담아 놓을 수 있는 <나만의 서랍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적 실시했던 심리검사 결과부터 내가 받았던 상장, 체험학습을 다녀온 경험과 그 경험에 대한 나의 느낌들, 이런 모든 것들을 잘 담아 둘 수만 있다면 커리어와 관련된 선택을 해야 하는 어느 순간 수많은 직업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보다 나를 잘 써먹을 수 있는 곳으로 가서 의미를 갖고 기여하며 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 서랍장에 차곡차곡 나의 데이터를 쌓아 둘 수 있는 <진로 질문>을 매일 주어야겠다 생각했다. 진로와 관련된 질문을 갖고 매일 생각해 보면서 나의 가치와 생각들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리고 그 꿈의 한 모퉁이를 잘라 12가지 인생 질문으로 추려져 힐링스팟의 <인생 달력>이 탄생한다.
https://www.ycrowdy.com/r/lifecalendar
할까 말까 고민될 때, 하길 잘했다.
갑작스럽게 탄생한 달력이었고, 지금 현재 구매자는 내 인스타그램을 보고 사준 내 오래된 친구들, 지인들, 동료들이라 할 지라도 하길 잘했다.
하길 잘했다 소리가 나오기까지 디자인하시는 신 팀장님께 갑자기 1주일 동안 탈 탈 털어가며 디자인받고, 인쇄해주시는 인쇄소 실장님께 시제품까지 직접 배송받아가며 여러 사람 피곤하게 굴긴 하였다. (네에, 오탈자 검수해주신 많은 분들께 또 급 감사를 전합니다.)
오늘 인쇄소 실장님께 많이 팔지 못해 이번에는 최소 수량으로 100부만 의뢰드리자, 첫걸음에 수고했다고 다독여주신다.
이 갑작스러운 한 편의 소동이 받아보시는 모든 이들에게 2022년을 살아가며 꼭 한 번쯔음 생각해 볼 만한 좋은 질문과 용기가 되어드리길 바라며, 오늘도 어찌어찌 심리학을 써먹어 보며 살아 본다.
(덧붙이는 글)
본 펀딩은 2021년 12월 10일까지만 진행되는 펀딩으로 그 이후에 글을 보시면 링크 클릭하셔도 확인이 안 되실 수도 있을 것 같아 이미지도 남겨봅니다!
그리고 덧붙이는 감사!
번갯불에 콩 볶을 때, 같이 볶아주신 지은언니! 고맙습니다.
아직까지는 상담신청자가 없어 초조하긴 합니다만, 혹시 또 압니까? 브런치에 글써서 좀 알려지면 이 좋은 상담 받으로 와주실지?!
이리 저리 해매며 달려가는 이 길에 같이 머리 싸 매고 해매주셔서 감사해요. 먼 훗날 지금의 순간을 추억해 보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