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은 생략에 익숙해지도록 만든다

그저 터치 몇 번으로 삶의 여러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문제가 해결된다

by 박정오

음식을 직접 해 먹기 위해선 무수히 많은 번거로움과 게으름을 이겨내야 한다. 우선 옷을 입고 지갑을 챙겨 집 근처 마트로 가야 한다. 먹고 싶은 음식에 따라 사야 하는 재료가 천차만별이다. 재료들이 1인분에 맞춰 나오는 경우는 잘 없다. 파 한 단, 양파 천 원어치, 감자 2천 원어치, 돼지고기 5천 원어치, 두부 한 모 등 한 끼 식사를 위해 장을 보는 거지만, 이를 위해 지불하는 가격에는 한 끼 식사 이상의 것이 포함되어 있다. 간신히 장을 다 보고 집에 도착해도, 이제 고작 재료를 샀을 뿐이다. 밥을 먹으려면 쌀과 밥솥이 있어야 한다. 취사 시간도 제법 걸린다. 재료를 실컷 다 샀어도 요리를 하려면 냄비나 프라이팬 등 조리기구가 있어야 한다. 음식의 맛을 더하기 위해선 각종 양념이나 조미료도 필요하다. 그 외에도 제대로 식사를 하려면 식탁 혹은 자그마한 테이블이라도 있어야 하고, 밥과 음식을 담을 그릇, 숟가락과 젓가락 등이 있어야 한다. 한 끼 식사를 위해 필요한 게 이토록 많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설거지를 해야 한다. 여기에는 또 주방세제와 수세미, 고무장갑 등이 필요하다. 그뿐인가.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고, 이걸 처리하는 것도 일정 비용과 수고가 필요하다. 배달어플은 이 모든 걸 터치 몇 번으로 대행해준다. 한 끼를 해결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물론, 비용을 따져봤을 때 경제적으로도 더 이득인 경우도 많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건 고작 터치 몇 번이지만, 배달음식을 시켜 먹지 않기 위해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자연스레 요리를 해 먹는 경우보다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덕분에 민족의 이름을 간판에 건 어느 회사는 음식점과 소비자를 긴밀하게 연결하며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다. 그 회사가 개발한 어플은, 소비자가 음식점을 일일이 찾아 전화하고, 배달원에게 금액을 지불하는 과정을 생략해준다. 자그마한 수고스러움에 대해 우리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대행은 생략에 익숙해지도록 만든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장을 보는 법도, 요리를 하는 법도, 살림을 사는 법도, 설거지하는 법도 잊게 된다.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살아가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우리는 살아가는 법을 몰라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저 터치 몇 번으로 삶의 여러 번거롭고 수고스러운 문제가 해결된다. 모든 과정이 대행으로 바뀌니, 사람 간의 대화는 생략된다. 나눌 이야기가 없으니 얼굴을 마주할 필요가 없다. 사람의 일인데 그 사이에 사람이 없다. 사람이 사라진 자리에는 오로지 숫자의 오고 감이 있을 뿐이다.


맛있는 음식이 뚝딱 만들어져 집 앞에 도착해있는 모습에 익숙해지는 순간, 우리의 상상력이 개입할 공간이 현저히 좁아진다. 누군가는 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하고, 궂은날에도 오토바이를 운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스스로 준비했다면 기꺼이 감당해야하는 번거로움과 수고스러움, 온갖 정성과 노력을 상상할 수 없게 만든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배려가 사라지며 어느새 혐오가 만연해진 지금 사회의 모습은, 어쩌면 대행과 생략에 익숙해진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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