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주는 독백...
다 그러고 사는구나...
나만 이런 고민과 사색의 시간에 잠겨있는 게 아니구나...
이게 인생의 길인가?
같은 시기에 같은 신체적 변화와 같은 심경의 변화들이 온다.
같은 시기에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산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어느 큰 느티나무 아래 그늘이 앉아 서로 등을 돌려
옆에 있는 서로를 보지 못하고 각자 시간이 멈춘 듯 쉰다.
그렇게 우리는 십 년에 한 번씩 큰 느티나무 아래서 쉰다.
때론 눈물과 함께 때론 후회와 두려움과 함께 때론 자신의 연민과 함께...
10대 사춘기에 한번, 20대 직업과 꿈을 정해야 할 때 한번, 30대마알쯤... 앞으로 반년의 인생에 대한 제2의 인생을 위해 고민할 때 한번
나는 벌써 네 번째 느티나무에 앉는다.
사춘기에 부모님에 반대를 무릅쓰고 넘치는 반항으로 그토록 하고 싶었던 미술을 하게 되었고,
20대 꿈을 향해 미친 듯 나를 단련하고 커리어를 쌓아오며 앞만 보고 달려서 인터넷에 인물검색이 될 만큼 나의 인지도를 만들어 냈으며,
30대 내가 원하는 회사를 만들어 대표가 되고, 돈을 벌고, 원하는 걸 하고, 꿈꾸던 강과 산이 있는 땅을 사서 내 건물도 지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방황하고 있다.
사십춘기...
이제 마흔이란 나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
인생의 반은 정신없이 뭔가를 위해 살아왔건만
이제 나머지 반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한단 말인가...
나는 고민한다..
그리고 이 느티나무에 한참은 앉아있을 듯하다.
가끔 들르는 사람들과 동질감 섞인 이야기를 나누며
이 시간을 어떻게든 보내게 되겠지...
그러나 나는 희망한다.
이 느티나무에서의 시간이 끝나면 또 어딘가를 향해 꿈을 갖고 달릴 수 있기를...
내가 이 땅에 태어난 이유를 위해 열심히 또 인생의 반을 헤쳐나갈 수 있기를...
세상을 아름답게 디자인하겠다는 나의 소망들과 열정이
이제는 또 다른 것들을 디자인하며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소망과 열정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간절히...
희망하고
기도한다...
그리고 이 남은 길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기를...
나의 주님, 그분께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