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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사랑 Aug 20. 2016

왜 검소해야 하는가?

배구협회 사건을 통해 배우는 검소한 혁신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개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들었던 강의 중에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었는데 고소득층 외에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1990년 이후로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중산층이 튼튼한 나라가 건강한 나라인데 전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경제는 각 경제 주체의 거래가 증가해야 성장한다. 같은 소득이라면 소비 활동이 더 많은 중산층, 나이가 많은 연령보다는 나이가 젊은 연령의 소득이 올라가야 전체적인 경제활동이 활성화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며 그들의 분석이 아니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가장 초미의 관심사가 좋은 일자리 만들기 일 정도로 중산층의 일자리가 무너지고 있다. 그동안 세계 경제를 유지시켜 주는 중국 경제가 '신창 타이'(경제 성장률 7% 이상을 유지했던 과거 시대의 종말, 새로운 경제 시대의 시작)를 선언했고, 저성장이 표준이 되어 버린 뉴 노멀의 시대는 일자리는 줄어들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되는 것이 지속될 예정이다.

이런 시대의 변화 속에서 기업과 개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검소한 혁신'이다. 소비를 해 줄 수 있는 인구가 줄어드는데 기업이 과거처럼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써서 엄청난 신기술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다. '검소한 혁신'은 '적정기술', '가성비' 등과의 같은 맥락이기도 하고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로 앞으로 저성장 시대에 모든 경제주체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고체계이다.


검소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검소한 혁신이 가능하려면 우선 우리 사회의 잘못된 구조를 바꾸겠다는 열망이 필요하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큰 기대를 모았던 여자배구팀이 아쉽게 8강에서 네덜란드에 지면서 탈락했다. 문제는 배구팀을 지원해야 할 협회의 지원이 정말 형편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선수와 감독 외에 트레이너, 전력 분석원 외에 AD카드가 없다는 이유로 배구협회에서는 단 한 명도 올림픽에 가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김연경 선수가 통역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배구단 통역을 맡아서 했다고 한다. 2014년 아시안 게임 때 우승을 하고 난 후 선수 격려 회식이 김치찌개였다는 사실과 김연경 선수가 너무나도 화가 나서 자신의 비용으로 회식을 했다는 내용은 진짜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배구협회는 왜 이렇게 가난하게 형편없는 협회가 되었는가? 금메달 딴 선수에게 호화로운 포상 자리는 기대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밖에 못 해 주는 것은 바로 전임 집행부가 아무런 전문성 없이 정부 고위급 관료가 자리를 맡았고, 정말 중요한 투자는 하지 못한 채 외적인 성과를 보여주려 무리하게 배구협회 건물을 매입하면서 '하우스 푸어' 협회가 되면서 정작 투자하고 지원해야 할 부분은 하지 못하는 실정이 돼버린 이유 때문이다. 검소한 혁신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바로 판단하고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적시적소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함이 아닌 공동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그렇지 못한 잘못된 구조를 바뀌겠다는 강한 열망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고 서로 협업하는 것이다. 한 개인이나 기업이 모든 것을 다 하기란 쉽지 않고 높은 리스크와 더불어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이겨내고 수십 년 동안 엄청난 경제 및 사회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이런 과정 가운데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큰 역할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주로 이뤄 낸 성과의 방법은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따라 해서 대량으로 싸게 수출하여 일궈 낸 패스트 팔로워 방식이다. 속도와 가격을 중시하다 보니 대규모 생산이 중요했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여 수직 계열의 대기업 형태가 유리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 방식으로는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원가 측면에서는 중국과 개발 도상국을 이길 수 없고, 기술 또한 중국 등과의 격차가 얼마 나지 않는다. 몇 년까지도 중국 스마트폰 1위를 차지했던 삼성이 화웨이, 샤오미 등에 밀려 점유율에서 많이 밀리고 있는 이유도 이들 기업이 비록 작지만 퀀텀 점프의 혁신을 이뤄내고 있고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계속 빠르게 내놓으면서 중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한 기업이 성공을 이뤄냈다고 하더라도 계속 지속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시대라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새로운 기업들의 더 빠르고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기업들을 위협한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샤오미가 대륙의 능력으로 불리게 된 게 얼마 전 일인 것 같은데 샤오미를 능가하는 새로운 기업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난공불락의 기업으로 보였던 휴대폰의 일인자 노키아는 스마트폰을 먼저 만들었음에도 기존 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며 애플과 삼성에 빌려 회사 자체가 MS에 팔리게 되었고, 2000년 초 최고의 IT 기업인 야후 또한 성공 이후에 수 없는 실패와 시행착오로 최근 미국 버라이즌에 5조 4000억(야후 역대 최고의 시가 총액의 약 4% 수준)에 매각 소식은 이를 입증하는 사례이다. 변화의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이 시대에 자기 혼자 모든 것을 다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본인의 강점에 집중하면서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관과 맞는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변화의 속도에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이고 성공 확률이 높다. 창업자가 과거의 성공 방식을 고집하기보다는 회사의 가치관을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잘 이해하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고 투자 등의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이원화된 분업 방식이나 자본을 모으고 투자 의사결정을 하면서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는 사모펀드의 경영방식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검소한 혁신은 바로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려면 계속해서 새로운 희망인 '사람'이 나와야 한다. 검소한 혁신은 단기적인 성과나 외적인 포장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아까 배구협회 이야기에서 보듯 만약 전임 집행부가 배구협회 건물을 무리하게 사지 않고 전임 감독제나 훈련장 건립, 배구선수, 지도자, 심판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집중했다면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보다 절대 나쁘지 않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고 현재와 같은 비판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2000년 가까이 자기 나라의 영토가 없었음에도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민족인 유대인은 탈무드 교육과 하브루타 교육으로 '사람'에게 집중하였다. 실리콘 밸리에서 계속해서 혁신적인 기업이 나오는 이유 또한 '사람'에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도전하는 사람을 도와주고 그들의 성공을 축하해 주는 '사람'을 세우는 문화로 인해 전 세계의 최고의 인재들의 실리콘 밸리로 향한다. 우리나라 또한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사람'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마음 편히 자녀를 키울 수 있고, 젊은 사람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데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함은 바로 모든 혁신은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현업을 가지고 있는 필자가 시간을 쪼개어 '검소한 혁신'에 대한 매거진을 만드는 이유도 앞으로의 미래 세대가 '검소한 혁신'이라는 올바른 길을 가는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 이러한 기업들의 더욱 많아 지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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