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미래와 유통업의 본질
전편의 글에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주는 온디맨드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겉으로 보기에 참으로 편리한 서비스인 온디맨드 비즈니스가 가지고 있는 허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본질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연결한다는 것 자체는 시장이 결정한다. 제조자의 상품이 세상에 나와 고객에게 인기가 많으면 수요가 증가하게 되고 판매자는 제조자에게 더 많은 상품의 공급을 요청한다. 해당 상품이 속한 인기 카테고리에 다른 회사의 비슷한 상품이 나와 해당 카테고리에서 경쟁을 하고 고객의 선택을 기다린다. 이게 시장의 논리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느 한쪽만 수요예측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모두 진다면 그게 과연 맞는 방법인가? 그런 비즈니스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 백화점 비즈니스이다.
우리나라 백화점 비즈니스 구조는 철저히 제조자에게 불리한 구조이다. 제조자가 백화점에 입점할 때에 인테리어 공사비용이나 판매되지 않는 재고의 부담을 모두 짊어져야 한다. 물론 고성장의 시대에서는 이런 백화점 비즈니스가 소비의 증가로 인해 그나마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장기 불황과 더불어 온라인으로 모든 가격 정보가 비교되고 백화점 또한 매장으로 오지 않는 고객들에게 판매를 하기 위해 연중 세일 같은 할인 행사와 자체 온라인 쇼핑몰뿐 아니라 오픈 마켓과 연동 몰까지 제조사 동의 없이 입점하여 외형 키우기에 집중하면서 가격을 할인하지 않으면 판매되지 않고, 고객이 매장에 올 이유를 만들 수 못하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미국의 가장 성공적인 백화점인 메이시스 백화점도 빠른 시일 내에 수십 개의 백화점을 철수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로 백화점 유통채널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나는 여기서 유통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비즈니스 성공 법칙을 이야기하고 싶다. 유통업의 본질은 좋은 제품을 발굴하여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통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백화점 비즈니스는 제품 발굴이 아니라 부동산 임대업에 가까운 형태로 성장해 오면서 제조자 및 고객에게 이롭지 않은 구조로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어느 한쪽만 이익을 보든 비즈니스 구조는 언젠가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이 비즈니스 구조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의 기초가 되는 모델이 바로 코스트코이다. 잘 알다시피 코스트코는 회원제 비즈니스 창고형 할인점이다. 코스트코는 연간 회원비로 책정된 금액을 받아 회사의 수익구조를 설계하고 15% 이내의 상품 마진은 직원 인건비와 매장 운영비로 지불한다. 즉 고객이 회원비를 지불하면 그 혜택을 상품가에 반영하여 고객에게 다시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 더불어 코스트코 MD는 마치 자기가 선물을 고르는 마음으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을 가장 좋은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제조사와 상품 개발에 집중한다. 더불어 커크랜드라는 자체 브랜드로 다양한 아이템을 내부의 높은 품질 기준 내에서 만들어 팔면서 좋은 가격 및 수익 구조를 유지시킨다.
코스트코는 현재 전 세계 7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한국은 12개를 운영 중이다. 전 세계의 유수한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최근 MPK 파트너스에 지분을 정리한 테스코 등도 철수한 한국에서 유일하게 계속 성장하는 유통업체이다. 필자는 해당 업체와 약 2년 전부터 필자가 속한 브랜드와의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고 있는데, 고객관점으로 제품을 선별하고, 정해진 마진 구조 외에 추가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서 우리나라 백화점과 참 다르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유통업의 본질은 세상에 좋은 상품을 고객에게 연결하는 통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통업체는 훌륭한 제조사의 파트너가 되어야 하고 협업을 통해 좋은 상품을 개발하여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백화점을 비롯한 우리나라 유통업체의 대다수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제조사에게 무리한 가격 인하 및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그나마 변화된 시대에 따라 자체 콘텐츠 개발하려는 노력들이 많아지고 차별화된 콘텐츠로 고객의 발걸음을 다시 오게 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다행스러운 면도 있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백화점이 제조사와 함께 상품을 개발하고 제조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그 혜택을 고객에게 준다고 하면 다시 발걸음을 백화점으로 오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수년전 이랜드리테일이 시도했던 한국형 백화점이 바로 이런 직매입 백화점이었는데 대형 백화점들이 이랜드리테일에 직매입을 하면 자기 백화점 영업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제조사 압박은 유통업계에서는 한동안 나돌던 이야기였는데 그 백화점들이 지금 바뀌지 않으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유명 브랜드들의 백화점 철수가 줄을 이을 것이고, 백화점 비즈니스는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