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맨드의 허상과 대안은...
글을 연재하면서 내 안에 계속 드는 생각은 바로 '무엇이 세상을 이롭게 해 주는 검소한 혁신' 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기준부터 정리되어야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몇 가지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는 '세상을 이롭게 해 주는 검소한 혁신' 은 필요한 곳에 공급을 해 주는 것이다. 즉 수요와 공급이 일치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과정 가운데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세상은 더욱 빠른 속도로 부익부 빈익빈의 세계로 치닫고 있다. 과학 문명으로 세상을 선도하는 기업과 창업가는 막대한 재산을 쌓게 되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그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그 수치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KAIST의 배상민 교수님의 강의에서 본 숫자로 하루 만원 이상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세상에서 상위 10%에 드는 사람인 것을 보면 부의 편중 문제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물론 미국처럼 부자들의 기부 선언(The giving plege)이 활성화된 나라처럼 '부의 선순환'이 된다면 또 다른 해결책이 되겠지만, 사회 근본적인 시스템에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을 늘 고민해야 하는 명제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줄 수 있을까?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수요를 어떻게 만드는가'라는 부분은 오늘의 주제가 아니기에 넘어가려고 한다.(수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의 걸작 '디맨드'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평생 두고 읽어야 할 책이다.) 요즘 나오는 수많은 기술 중 가장 많은 것이 온디맨드(on demand)이다. '온 디맨드' 란 내가 필요할 때 바로 공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택시를 타야 할 때(수요) 택시가 공급되고, 배가 고플 때(수요) 배를 채워 줄 음식이 배달된다. 간편 결재까지 연결되어 몇 번의 터치만 이뤄지면 내 계좌에서 돈이 결재되고 음식이 집까지 배달된다.
그러나 이렇게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주고 우리에게 편리한 서비스 들이 앞 다투어 나오는 시기인데 이 서비스들로 돈을 버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 하더라도 수익이 나지 않으면 언젠가는 중단이 될 수밖에 없다. 로켓 배송으로 우리가 편리한 서비스를 하는 쿠팡은 수천억 원의 적자로 이 회사에 문을 두드린 직원들이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고 예전처럼 과대한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아니하지 못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달, 호텔 등 수많은 온디맨드 서비스로 돈을 버는 회사가 적은 이유에는 온디맨드에 몇 가지 허상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 서비스가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주는 것 외 다른 특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과도한 마케팅비를 가지고 일시적으로 회원을 확보하고 그러한 마케팅비가 사라지면 고객은 다른 혜택을 주는 곳을 찾는다. 즉 비즈니스 구조 자체가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그에 반해 성공한 유니콘 기업인 에어비앤비는 그 나라의 문화와 삶을 경험하고 싶은 고객의 감성적인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였고, 여유 있는 방을 제공하여 부수적인 수입을 올리고 싶은 호스트들의 필요를 잘 연결해 주었다. 에어비앤비는 단순한 연결뿐만 아니라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여행은 경험하는 거야'라는 버스 쉘터 광고나 에어비앤비의 고객과 일치하는 고객 군을 가지고 있는 29CM와 같은 곳에 PT 서비스를 맡기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허상 외에 온디맨드 서비스가 지속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부를 가지고 있는 연령대가 해당 서비스를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은 KBS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진행되고 있는 '명견만리' 책을 통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부를 가지고 있는 연령대가 바로 50대 이상이다. 그들은 매우 힘든 환경에서 창업을 했고,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확보하거나 고금리의 은행 이율을 통한 근면 성실한 방법으로 부를 축척해 왔다. 문제는 이들의 축척된 부가 새로운 서비스에 이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편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의 리더와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거래 건수에 비해 거래 금액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 크다고 들었다. 이유를 들어보니 이들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이 20-30대로 이들은 주로 소액거래에 간편 결재를 쓴다고 한다. 거래액이 늘어야 해당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데 부를 가지고 있는 분들은 그들의 거래 방식을 바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른 여러 가지 온디맨드의 허상이 있겠지만, 차별화된 서비스의 부재와 부를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이용되지 않는 서비스라는 부분은 세상의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 주는 온디맨드라는 혁신 속에 반드시 고민해야 봐야 하는 점이다. 과도하게 돈을 써서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혁신이 아니라 차별화된 서비스와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혁신이야말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성공적인 검소한 혁신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성공적인 혁신에는 아무것도 없던 사람이 아이디어 하나로 성공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래 세대인 청년 창업을 돕고 그 청년이 다시 누군가를 돕는다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검소한 혁신들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위에 이야기했던 에어비앤비도 비싼 임차료를 내지 못했던 청년들의 창업으로 만들어진 회사이고 그와 같은 사례가 계속 나와야 이러한 도전들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러한 도전들이 우리 주변에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며 나 또한 힘이 닿는 한 그런 도전을 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