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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사랑 Dec 04. 2021

대형 기획사는 왜 미디어커머스를 잘 못할까?

CJ ENM, 이노션의 실패 사례 연구


미디어 제작비와 광고 매체비를 넘을 수 있는 '대박상품'을 만들 수 없다면, 미디어 커머스는 지속하기 힘듭니다.

반짝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제품은 양념이어야지, 그것이 메인 상품이 되면 결국 수고만 많이 하고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광고를 잘하는 것과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은 사실 다른 영역입니다.

쉽게 얻으려고 하니 잘 안 되는 것입니다.



주말입니다. 

이번 주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자가격리(밀접 접촉자여서 자가격리, 다행히 건강상 문제는 없습니다.) 중이라, 그동안 사다만 놓고 못 읽었던 책을 조금씩 보고 있습니다. 그러한 책 중에

'브랜드 유니버스 플랫폼 전략' (김유나 저)을 보게 되었는데, 48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적혀 있네요.


'유통사도 광고대행사도 중간 마진이나 수수료만 가지고 수익을 증대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미디어 커머스 모델은 훌륭한 대안이 되고 있다. 특히 고객의 욕구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광고대행사는 제조사를 인수하거나 아웃 소싱하는 방식으로 이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중략)


'디지털 광고대행사인 에코마케팅은 '클럭(미니 마사지기)', 애드쿠아는 '링티(링거워터)', 이노레드는 '티히히(슈퍼비건 스킨케어)'를 론칭하여 이미 미디어 커머스로 수익을 내고 있다. 국내 1,2위 종합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과 이노션도 이런 트렌드에 동참하여 '제3기획'과 '오지랩'이라는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어 새로운 수익원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시키는 중이다. '


이 부분을 읽는데, '제3기획'과 '오지랩'이 요즘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에코마케팅이 '클럭','오호라(네일케어)' 에 이어 최근에 '안다르'와 '원더브라' 등까지 진행하면서, 상장사인 에코마케팅의 주가도 크게 성장하고 한 때 시총 1조까지 가면서, 대형광고대행사까지 미디어 커머스는 큰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현재 시총 5597억, 고점 대비 약 50% 하락 중, 오호라 이후 새로운 비즈니스 진행은 계속되고 있으나 이익 성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재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임)


광고대행사는 여러 파트너들의 광고를 만들면서 여러 분야의 비즈니스를 다양하게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자신의 제품이 아닌 항상 '남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한계 때문에, 그간 성장의 한계를 느껴왔습니다. 그러던 중, '블랭크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가 '미디어커머스'라는 방식으로 시장에 일종의 '발견형 상품'(평상시에는 관심이 없던 제품을 영상이나 이미지 등으로 고객의 관심을 끌면서 구매를 일으키는 제품)으로 큰 대박을 이끌면서 너도나도 이 '미디어커머스'에 뛰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대형 기획사는 '블랭크코퍼레이션'이나 '에코마케팅'과 같은 형태의 '발견형 상품'보다는 흥미 위주의 제품으로 방향을 잡고 '제3기획'이나 '오지랩'을 시작했었습니다. '제3기획'이 와디즈에서 첫선을 보여 필자도 펀딩 했던 '이바지' 프로젝트입니다. 개인적으로 1~2번 입고 안 입게 된 후회하는 펀딩 제품이기도 합니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63957


이노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지랩 이라는 이름으로 자사몰도 만들고, 와디즈에서는 목 이완기 제품을 만드는 회사와 함께 펀딩을 같이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https://www.wadiz.kr/web/campaign/detail/72111



그런데 우리나라 1,2위 종합광고대행사들이 만든 커머스 브랜드샵이 잘 안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1426806629210952&mediaCodeNo=257&OutLnkChk=Y


이노션의 오지랩은 비즈니스 론칭 1년 여만에(물론 실무자는 그전부터 준비했을 것입니다.) 중단하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고, 제삼기획은 최초 방향에서 변화하여 21년 4월에 콜라보 상점으로 변신하여 다시 론칭하여 그나마 전보다 잘 된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그런데 제삼기획의 모습이 과거 CJ ENM에서 론칭했던 'MYCT'와 유사하네요. CJ ENM에서 제작하여 방송되던 여러 예능들의 굿즈 상품들을 만들어 신선한 바람을 만들었던 CJ ENM 자회사 루비콘컴퍼니가 만들었던 비즈니스가 'MYCT'였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다가 정확한내용은 모르겠지만, 현재는  CJ ENM에서 제삼기획에 IP를 제공하여 제삼기획에서 제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https://www.spotvnews.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3016


제삼기획 자사몰입니다. 스토어 이름이 '콘텐츠 콜라보레이션샵 제3기획' 이네요. 

https://www.ch3.co.kr/


유명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IP를 활용하여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일명 굿즈를 제작하여 커머스까지 확장하는 것은 유명 연예기획사뿐 아니라 방송사들에게도 큰 관심사입니다. 그런데 커머스 채널로 지속하는 것이 과거 여러 사례들을 보면 쉽지 않습니다. CJ ENM이 자신들이 직접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다가 이제는 IP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가 브랜드에서 여러 부서를 맡고 현재 마케팅과 이커머스를 같이 맡아 운영하는 입장에서, 대형 기획사(CJ ENM, 제3기획, 오지랩)의 상품 기획 방식은 상당히 소모적인 방식으로 보입니다. 우선 제품의 특성상, 해당 제품들은 상품의 PLC(Product Life Cycle)이 매우 짧습니다. 즉 수량 예측 및 인기가 있다 하더라도 큰 매출을 만들기 상당히 어려운 제품들로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투입되는 리소스(인력비용, 광고비용 등) 대비 성과로 만드는 것에 비효율이고, 이러한 비효율 구조는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오지랩이 상품을 만드는데 투입되는 에너지 대비 그 제품으로 벌어들이는 이익이 적기 때문에 사업을 접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상품을 홍보(바이럴) 하기 위해 들어가는 광고 제작비용이나 콘텐츠를 매체에 태우는 매체 비용 또한 해당 상품의 매출 규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일 제품으로 많은 수량을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광고비를 집중할 수 있습니다.(에코마케팅의 클럭이나, 에이블루의 커블체어가 그런 제품에 속합니다.)


대형 기획사들도 직접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를 시작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문제와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소비자 니즈에 맞는 광고를 만들어 운영하던 것에서 제품의 기획부터 품질, 생산, 원가, 납기, 배송, CS, 유통채널 등 커머스를 한다는 건 그만큼 고려할 요소가 많고, 투입되는 인원과 비용이 증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머스는 모든 도메인(금융, 커뮤니티, 검색광고, 솔루션 등)에서 가장 눈독 들이고 하고 싶어 하는 영역이니 만큼 여러 시도와 노력 끝에 그들만의 방법을 찾아낼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늘 명심할 것이 있습니다. 


"쉽게 얻으려고 하면 잘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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