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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사랑 Oct 15. 2016

스베누 사태의 교훈

크리스 주크의 '창업자 정신'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 신발 시장에서 10-20대에 널리 회자되던 브랜드가 바로 '스베누'이다.

여러 기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아프리카 tv 등 게임 방송을 하던 BJ 출신의 황 모씨가 본인의 개인 방송에서 신발을 팔아보니 반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만든 신발이 바로 '스베누'이다.


필자는 관련 업계에서 10여 년 몸 담고 있다 보니, 스베누의 흥망성쇠를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그 과정 가운데 놀라움과 안타까움 등 다양한 감정 속에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있음을 깨닫고 글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패션 업계 특히 10-20대 시장은 참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장이다. 일본만 해도 요사이 몇 년 동안 같은 곳을 가보면 그렇게 많은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데 비해 한국 패션 쪽의 변화는 정말 빠르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인터넷 환경'이다.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환경이 잘 되어 있는 나라가 없다는 것은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쉽게 느낄 수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몇몇 인플런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이 한국 시장이다. 

스베누는 이런 환경 가운데 만들어진 신발 브랜드이다. 10-20대가 좋아하는 게임 산업과 아프리카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1인 방송 속에서 태어난 브랜드이기 때문에 10-20대는 쉽게 이 브랜드를 접하게 되었고, 어마 무시한 속도로 성장을 하였다. 


그러나 그에 비해 '신발'이라는 산업은 생각보다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비즈니스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가 나오지 않는 것은 시장의 규모 대비 투자해야 할 금액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고, 브랜드에 대한 철학과 지속적인 혁신 속에서 나오는 것이 신발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물론 본사가 한국 소유인 FILA, K-SWISS, 프로스펙스 등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아직 세계적인 브랜드는 아니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급속한 수요의 증가는 오히려 축복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첫 시작부터 스베누는 본인들이 아직 준비가 안된 상황에 대해서 대비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요를 증가시키고자 하는 의사결정을 한다. 매출 규모에 비해 매우 큰 광고비를 사용하고, 인터넷 외 오프라인 채널을 확장한다. 부족한 자금은 가맹비와 보증금을 받아 충당하는 형태를 취한다. 스베누가 한참 인기가 있을 때 콧대 높던 백화점도 스베누 유치에 열을 올리고, 백화점이 스베누에 보증금을 주고 입점을 시킨 사례도 있다는 것이 업계에서 공공연히 듣던 이야기이다. 런칭 때부터 신발에 대한 품질 이슈가 많았고,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에 힘을 쏟지 않은 채 본사는 새로운 디자인과 다양한 광고 이벤트 준비에 열을 올렸다. 일반 스포츠 브랜드도 비싼 모델료로 쓰지 못하는 톱클래스 모델을 섭외하고, 잠깐 한국에 방한하는 외국 유명 연예인에게 입국 때 착용시키기 위해 수억 원의 돈을 서슴없이 지불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렇게 마케팅 비에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는 체납 금액이 올라가고, 그로 인해 언론의 이슈가 되면서 스베누의 성공 신화는 서서히 금이 가게 되었다. 또한 황모 창업자의 사생활 또한 도마에 오르게 되고, 얼마 전 스베누는 브랜드 중단을 선언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다시 스베누를 처음부터 시작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창업자 정신'이라는 책을 통해 복기의 과정을 거쳐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스베누'는 변화의 속도가 빠른 환경에 대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환경에서 창업자는 '스베누'가 '어떤 가치'로 고객에게 인식되길 원하는지에 대한 브랜드의 사명의식을 정해야 했다. 나이키의 'JUST DO IT'이나 아디다스의 'NOTHING IS IMPOSSIBLE'은 브랜드의 철학과 사명의식을 나타내 주는 매우 중요한 단어이다. 최근에 뉴발란스도 'ALWAYS IN BETA'(멈추지 않는 도전)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모든 마케팅 캠페인에 포함시키고 고객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은 이 사명의식 속에서 모든 기업의 제품, 사람, 혁신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스베누가 '전 세계 10-20대에게 가장 선도적이고 시장의 판세를 바꾸는 신발 브랜드'라는 사명의식을 정했다고 하면 아마 지금의 결과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마케팅의 불변의 진리인 제품 자체의 신뢰가 되지 않으면 수많은 광고비는 낭비이고,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고객이 원하는 방법으로 채워주는 것'이라는 명제 하나만이라도 알았다면, 제품 퀄리티에 투자를 집중했을 것이다. 

또한 황모 창업자가 트렌드를 빠르게 느끼고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하는 것에 강점이 있는 것에 비해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부족했다면, 이 쪽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여 전반적인 유통 채널과 SCM(공급망 관리), 경영지원 등의 체계를 잡았을 것이다. 이러한 큰 그림 속에서 집중해야 할 '핵심 과업'과 우선순위를 정했을 것이고, 스베누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빌드업해야 하는지에 대한 단계적인 과업이 정해졌을 것이다.


세상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놓은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새로운 것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후에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과거에 성공한 기업이 현재 남아 있는 숫자를 통계적으로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속적인 성공을 하고 반역자가 반역적 대기업이 되기 위해 '창업자 정신'에 이야기하는 '반역적 사명의식', '주인의식', '현장 중시'가 그만큼 중요하고 너무나 귀한 교훈이다. 

스베누 사태를 통해 우리는 교훈을 받아야 하고,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창업자 정신'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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