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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Dec 08. 2019

인스타를 그만두고 브런치를 하는 이유

그림과 글 사이

처음 브런치 작가 메일을 받고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무엇을 쓰기만 하면 칭찬을 받았었는데, 대학교 이후에는 무엇을 써도 전부 실망스러웠다. 스스로에게. 사실 달라진 건 없었는데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왔을 뿐이었다. 어쨌든. 나는 내 글에서 특별함을 찾으려 했지만 김광석의 노래에 나오듯 나의 평범함을 외면해버렸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 20살 때부터 인스타그램을 활발히 운영했었다. 좋은 사진을 올릴 때마다 팔로워 수가 증가하는 것에 남모르게 희열을 느꼈다. 더 예쁘고, 분위기 있고, 부러워할 만한 사진을 올리기 위해 애쓰다가 '현타'가 작작 하라고 뒷통수를 쳐서 그만두었다. 1년 넘게 인스타그램을 정성껏 운영한 것이 아까워서 차마 계정을 지우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가끔 연락이 온다. 왜 업로드 안하냐, 무슨 일 있냐 등의 익명의 안부가 전해지지만 나는 화들짝 놀라 다시 삭제할 뿐이다.  


그리고 지금 브런치를 시작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성과 같은 것 신경쓰지 않고 글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를 두려고 했다. 그런 마음으로 불과 어제 시작했는데, 벌써 이것 저것 어떻게 빨리 늘릴 수 있나 생각하는 나를 보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은 한 장의 사진으로 몇 초만에 인상이 결정된다. 남녀노소 국적 구분하지 않고 사진은 만국공통으로 효과적인 매체이다. 그런데 사진을 올리게 되면 글은 점점 줄어든다. 내가 소싯적 인스타에 사진을 올릴 때, 말을 어중간하게 올리는 것보다 짧게 올리는 것이 더 '분위기'있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점점 글자가 없어지더니 나중에는 그냥 이모티콘 한 개 올리는 것이 다였다. 사진은 백 장 중에 한 장으로 엄선하고, 정성을 다해 포토샵하고, 국과수하듯 샅샅이 이상한 부분이 없나 검사해서 통과해야지 인스타 업로드용이 되었다. 이건 뭐 연예인 데뷔나 다름없다. 그리고 내보여진 나의 연예인은 하트 수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되었다는 사실! 


이제는 대부분의 매체에서 몇 가지 키워드로 사람들을 사로잡아야 한다. 조회수와 댓글도 중요하지만,  더 깊이 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있는 글로써 공유하면 좋을 것이다. 자기소외가 만연한 시대에 우리가 글로써 연결되고 연대할 수 있다면 좋겠다. 더 이상 높은 '좋아요'와 팔로워 수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친한 친구처럼 관계를 맺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 이것이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이다. 


쓰다 보니 대학 레포트처럼 쓰게 되었다. 참,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처음이라 서툴게 써내려간 글 읽어주신 분 있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지하철에서든, 침대에서든, 카톡 잘못 눌러서 읽으셨든 만나서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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