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를 멈추게 하는 것은 성능 아닌 시선

2025. 9.

by 알록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2021104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았다. 2013년에 구입해 지금까지 21만 킬로미터를 달려온 차량은 이제 언제 고장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연식이다. 주변에서는 “이쯤이면 은퇴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담당자는 “아무 이상 없습니다. 2년 뒤에 다시 오시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관리만 잘하면 낡은 차도 여전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는 우리 삶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필자 역시 올해 예순, 정년퇴직을 3개월 앞두고 있다. 35년간 쉼 없이 달려왔지만, 건강도 일할 의지도 여전히 충분하다. 그러나 사회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퇴장’을 요구한다. 능력과 열정보다는 연령만을 기준으로 삼아, 현역으로서의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달리는 차를 멈추게 하는 것은 성능이 아니라 시선인 것이다.


은퇴는 끝이 아니라 전환이 되어야 한다. 자동차가 정기검사를 통해 객관적 성능을 입증하는 것처럼 개인도 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한 자원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적 조치가 필요하다. 준비와 의지에 따라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자동차가 관리 상태에 따라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듯, 사람도 새로운 역할을 이어갈 수 있다.

은퇴가 ‘퇴장’으로만 규정되는 한, 우리 사회는 숙련된 경험과 지혜를 활용할 기회를 스스로 잃게 된다. 사회가 은퇴를 강요하기보다, 함께 달릴 수 있는 길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자동차도 나도 아직 달릴 수 있다.



(202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