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방법

강팀장, 스타트업 대표로 살아남기 (10)

by 알록

분당 서현동의 어느 삼겹살집. 자욱한 고기 연기 사이로 소주잔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나는 오늘 큰맘을 먹고 '전체 회식'을 제안했다. 7시의 정적과 9시의 소음 사이에서 갈수록 벌어지는 감정의 간극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내 진심을 보이고, 우리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꿈꾸는 MiriBook의 미래가 얼마나 찬란한지 다시 한번 고취하고 싶었다.


"자, 다들 고생 많았어. MVP 만드느라 잠도 못 자고... 오늘은 일 이야기 다 잊고 시원하게 마시자고!"


내 건배사에 팀원들도 웃으며 잔을 비웠다.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올림픽 경기 결과며, 요즘 유행하는 넷플릭스 시리즈 이야기로 웃음꽃이 피었다. 하지만 내 머릿속 시계는 여전히 7시의 절박함에 멈춰 있었다.


웃고 떠드는 팀원들을 보며 나는 속으로 '지금 이 고기 값도 런웨이에서 빠져나가는 돈인데, 과연 이 자리가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계산을 멈출 수 없었다.


술기운이 적당히 올랐을 무렵,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본론'을 꺼냈다. 리더로서의 조급함이 '허심탄회한 대화'라는 가면을 쓰고 튀어나온 것이다.


"사실... 내가 매일 아침 7시에 나와서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참 많은 생각이 들어. 우리한테 남은 시간이 4개월뿐이라는 게 내 목을 죄어오는 것 같거든. 너희들도 알다시피 우리가 넥스트 데이터에서 나올 때 그 기세가 어땠어? 박 대표한테 본때를 보여주자고 했잖아. 근데 지금 우리 모습은 어때? 조금 느슨해진 건 아닌가 걱정이 돼서 그래."


순간 정막이 흘렀다. 고기를 굽던 M의 집게는 멈췄고, 상추쌈을 입에 넣으려던 Sunny는 눈동자를 굴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역시 J였다. 그는 빈 소주잔을 만지작거리며 차갑게 대꾸했다.


"Brown, 그 '느슨함'이라는 게 9시 출근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희가 9시에 나와서 커피 마시는 30분이 그렇게 아까우셨던 거예요?"


"아니, J. 그런 뜻이 아니라... 리더로서 느끼는 절박함을 너희와 공유하고 싶다는 거야. 우리가 단순히 월급 받는 직원이 아니잖아. 공동 창업자 마인드로 한 팀이 되어 움직여야 하는데, 가끔은 나 혼자만 이 배의 구멍을 막으려 뛰어다니는 기분이 들어서 그래."


나의 '진심'은 J의 날카로운 논리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다.


"공동 창업자 마인드요? Brown, 지난번 회의 때 제가 지분하고 주주간 계약서 이야기했을 때 뭐라고 하셨죠? 우린 가족이니까 나중에 잘 되면 나누자고 하셨잖아요. 책임과 압박은 공동 창업자처럼 나누길 원하시면서, 권리와 보상은 왜 여전히 Brown 혼자 쥐고 계신가요? 저희한테 7시 출근의 절박함을 요구하시려면, 그만큼의 확실한 '내 회사'라는 증거를 주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J의 직구는 급소를 찔렀다. 나는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그건... 지금 당장 서류 만드는 게 급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M이 거들었다. 평소 묵묵히 코딩만 하던 그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형, 저요... 하루에 12시간 넘게 코드 짜요. 7시에 안 나오는 건, 새벽 2시까지 집에서 로직 수정하다 잠들기 때문이에요. 형은 사무실에 일찍 앉아 있는 게 '열정'의 척도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한테는 형의 그 이른 출근이 '감시'처럼 느껴져요. '내가 이만큼 하니 너희도 이만큼 해라'라는 무언의 압박 말이에요. 우린 지금 섬기는 리더를 원하는 거지, 박 대표처럼 강압적인 리더를 따라나온 게 아니에요."


Sunny는 분위기를 수습하려 애썼지만, 이미 둑은 터진 뒤였다.


"Brown님, 저희도 MiriBook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아요. 하지만 Brown님의 그 절박함이 가끔은 저희 숨통을 조여요. 회식도 그래요. 우린 정말 쉬고 싶었는데, 오늘 Brown님이 '소통'하자고 하니까 억지로 나온 면도 없지 않거든요."


술잔 속의 소주가 유독 썼다. 나는 팀원들을 섬기겠다고, 누구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확인한 것은, 내가 여전히 '나의 열정'만이 정답이라고 믿는 오만한 초보 사육사였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들을 믿지 못했고, 그들은 나에게서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나는 그냥,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으쌰으쌰 했으면 해서..."


내 사과는 공허하게 허공을 맴돌았다. 회식은 그 뒤로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끝났다. 계산대에서 20만 원이 넘는 카드 전표를 받아들 때의 손떨림은 돈 때문이 아니었다. 우리가 함께 보낸 이 시간이 팀을 하나로 묶기는커녕, 서로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불신만 남겼다는 자책 때문이었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 우리는 서로 다른 칸에 탄 것처럼 멀리 떨어져 앉았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팀원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깨달았다. 7시와 9시의 간극은 출근 시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권한의 부재'와 '신뢰의 결핍'이 만들어낸 거대한 심연이었다.


나는 다시 오피스텔로 돌아와 불 꺼진 사무실에 홀로 앉았다.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내일 아침에도 나는 7시에 이 자리에 앉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일찍 나온다고 해서 배가 더 빨리 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내가 일찍 나와서 쳐놓은 그 '열정의 그물'이 동료들을 질식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책상 위에 놓인 MiriBook 사업계획서를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섬김'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나의 '지배욕'이 발가벗겨진 밤이었다. 춥다. 나는 비로소 야생의 진짜 추위를 느꼈다. 그것은 돈이 없는 추위보다 무서운, 사람이 떠나가는 추위였다.




[경영 수업 제10강]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과 보상 시스템

리더가 '진심'을 전하기 위해 선택하는 회식이나 면담이 오히려 독이 되는 이유는 '심리적 안전감'과 '이해관계'의 불일치 때문입니다.


소통은 입이 아니라 귀로 하는 것이며, 신뢰는 술잔이 아니라 계약서로 증명하는 것입니다. Brown이 저지른 실수는 많은 초기 창업자가 겪는 '관계의 과잉'입니다. 이제 찢어진 팀워크를 붙이는 방법은 감성적인 호소가 아니라, 지난번 미뤄두었던 '주주간 계약서'를 다시 꺼내 드는 이성적인 결단뿐입니다.


스타트업의 공동창업은 '결혼'보다 더 치열한 이해관계의 결합입니다. 초기에는 감정과 의리로 뭉치지만, 결국 조직을 유지하는 것은 명확한 규칙과 보상 시스템입니다.

지분은 현재의 기여도뿐만 아니라 미래의 역할과 책임까지 고려하여 분배해야 합니다.


ㅇ베스팅(Vesting) 제도: 일정 기간(보통 3~4년) 이상 근무해야 지분을 온전히 소유하게 함으로써, 중간에 이탈하는 멤버가 불필요한 지분을 가져가는 리스크를 방지할수 있음.

ㅇ주주간 계약서: 회사가 잘될 때나 안 될 때를 모두 가정하여, 의사결정 방식과 지분 처분 권한을 문서화함.


"우린 가족이니까"라는 말은 경영에서 가장 위험한 독약입니다. 신뢰는 계약서 위에서 가장 단단해집니다. 진정한 섬김은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권리와 책무를 명확히 정의하여 분쟁의 소지를 없애주는 것입니다.



당신이라면:

1. 당신의 회식은 팀원들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자리입니까, 당신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자리입니까?

2. 당신은 팀원들에게 '공동 창업자의 책임'만 요구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공동 창업자의 권리'도 함께 주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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