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네살차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ma Sep 26. 2019

콩깍지 해제기

언제부터 콩깍지가 벗겨질까?


이건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

나는 아주 단호하게 콩깍지는 옛적에 날아갔다고 할 수 있다.


연애초엔 남친이 왜, 왜 저런 사람이 나를 좋다고 하는걸까? 끊임없이 의구심이 들고 불안했던 때가 있었다. 우러러보면서..

재수없지만 그당시 나한테는 남친이 완벽하게 느껴져서 권위가 있는, 위대한 존재였다.


혹시나 이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은 말해줄 수 있다.

-당신이 사랑할만한 사람이라서

그걸 당신보다 상대방이 빨리 알아채준 것 뿐이다.


연애를 하면서 나는 연애때 나의 매력이 뭔지 알게 됐고 나의 단점도 꽤 명확하게 알게 됐다.(알게만 되고 고치진 못함)

그래서 아유 내가 좋아해주는거다 라고 할 정도로 이젠 꽤 의기양양해졌다.


무튼 나는 이제 내 남자친구의 단점을 안다.

예전엔 콧털 한올도 사랑했는데...

이젠 내 눈에 띄기만 하면 가차없이 뽑아버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생겨보일땐 님 못생겼다고 솔직히 말한다...


그래서 지금 사랑이 식었냐 하면 예전보다 매우 객관적으로 변했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도 귀엽고 어여쁘게 여기는 마음은 남아있다.


콩깍지를 극복했다고나 할까...

이상하게 콩깍지가 떨어져도 정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미운 맛에 정들었다.


(남친에겐 미안하지만) 애초에 잘생겼다고 생각해서 만난 것도 아니었고...

그가 엄청난 포용력으로 나를 감싸준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그게 아니라 그도 나에게 화를 내는 그냥 사람일 뿐이란걸 알았지만...


이젠 나도 그의 단점을 알고도 어여삐 여기고

그또한 그럴거라는걸 알아서

사람을 만나면 사랑에 빠지고 그러다 환상을 깨고 그 단점을 사랑해가는 과정이 있었다.


그리고 확실한건 예전 우러러보던 시절보다 지금 훨씬 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


얼마전에 친구와 만나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친구가 남친이랑 성격이 똑같은데 성별만 여자다)

공감능력이 없고 자기 할 말을 해서 대화의 맥을 끊어버리며 무심해서 때론 남에게 상처를 주는 성향


그럼에도 그 친구를 중학교때부터 만나 지금까지 교류하는 이유는 그 단점을 상쇄하는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입바른 소리만 했고 나한테는 굉장히 충직하게 느껴졌고 앞과 뒤가 다르지 않다. 무심해서 갈등이 있어도 뒤끝없이 깔끔하다는게 좋았다.

사실 내가 남자친구를 좋아하는 점도 그런거였다.

내 남자친구는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아는 오빠로도 인품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어디가서 말할 수 있다.


“어차피 나도 너도 다 만족시킬 완벽한 사람이란 없고 단지 그건 받아들이는 사람의 문제다. 너의 그런 단점을 상쇄시킬만큼 나한테는 너의 장점이 더 느껴져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고로 콩깍지가 없어도 괜찮다.

그때부턴 온전히 그사람을 알 수 있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