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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네살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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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Mar 22. 2024

부부싸움

결혼하기 전과 후를 비교하자면,

뭐가 좋고 나쁘다를 떠나서

오랜 시간 같이 산 부부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결혼 준비부터 조금씩 삐그덕 거리다가

우리는 결혼하고 매일 싸웠다.

우리는 무척이나 오래 연애를 했고

연애 때는 큰 싸움 없이 만났다.

남편은 교대근무라 우리의 생활 패턴은 너무나 달랐다.

그래서 자주 볼 일이 없었는데

그래서 어쩌다 한 번 집에서 보면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싸웠다.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결혼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몰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로가 반대라서 끌렸던 것이

서로가 가장 싫은 면이 되었고


아버님이 어머님을 대하는 태도가

정확히 남편이 나를 대하는 태도였고

우리 엄마가 아빠를 대하는 태도가

내가 남편을 대하는 태도가 되었다.


사네마네 죽네사네

정말 정말 심각하게 싸웠고

사소하게도 싸웠고

모든 것이 싸움의 원인이 되었다.


물론 지금도 싸우지만

이제 조금 안정기에 들어가서

예전만큼은 싸움 주기가 잦지는 않다.


서로의 예민 포인트를 살짝 비켜갈 줄도 알고

이해하지 못하지만 양해할 수 있게 된 것도 있다.


우리에게 희망적인 것은 정말

'둘의 성격차이'로만 싸웠던 점이다.

양가 부모님과 집안은 큰 문제가 없어서

이로 인한 싸움은 없었다.

만약 이걸로 싸웠으면 충분히 이혼 가능했겠지만

정말 둘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싸웠다.


지금은 오래 산 부부들을 보며

그냥 시간 지나고 산다고 다가 아니라

서로 내려놓고 한 번씩 참고 살아낸 거라

참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만약 내가 너무 월등히 잘났거나

나에게 상대방이 다 맞추기를 기대하며

내 성격을 죽일 자신이 없다면

결혼은 안 하는 게 서로를 위해 행복한 거 같다.


결혼을 하면 한 번쯤 철저하게 내가 맞다고 생각해도 져 주는 순간이 온다.

그게 손해 본다는 느낌이라면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다.


약간의 안정기를 찾고 나니까

결혼 생활이 재밌어졌고

내가 대체 결혼을 왜 했나 현타에서

이제야 본질을 알게 된 기분이 든다.

역시 그때 참길 잘했어....


물론 모든 부부가 다 이런 건 아니다.

내 친구들 중 안 싸웠다는 부부도 있고

짧게 싸웠다는 부부도 있다.

우린 정말 징하게 오래 많이 싸운 축에 속하지만

그만큼 평화의 소중함도 깊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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