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네살차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ima May 27. 2024

예민이와 예민이의 만남

나는 나만 세상 예민한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하고 알았다.

아 남편은 나랑 다르게 예민하구나.


나는 나에게 예민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제일 우선이다.


내가 아픈지, 피곤한지, 기쁜지 슬픈지

나는 늘 나를 보살핀다.

본디 체력이 매우 없고 병도 잘 나고 기운도 없는

약골이라 나는 늘 나를 살피며 더는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관리에 힘썼다.

이 밸런스가 무너지면 사는 게 너무 힘들다.

그래서 자기 루틴이 있고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사, 충분한 수면을 최우선으로 둔다.

나는 이를 저해하는 요인에 예민하다.

(나 자야 하니까 시끄럽게 하지 말아 줘, 나는 이때 꼭 운동을 가야 하니까 약속 못 잡아 등등)


결혼 전 사람 좋아하고 긍정적이고 단순하고 해맑기만 한 줄 알았던 남편도 결혼하고 나서야 예민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관계에 있어서 예민했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 주변 사람들의 대화, 사회적 관계 등등 내가 가치 있게 두는 것과는 정 반대이다.


나랑 식사하러 식당에 가서 그는 옆테이블의 대화를 듣고 저 사람 저런 말한다 얘기한다.

그러면 나는 말한다. "난 전혀 못 들었는데?"


얼마 전에는 무려 몇 년 전에 내 친구가 거기 좋아라고 말했던 식당 얘기를 꺼내서 그런 말을 했던가

나는 기억도 못하는데... 놀라웠다.


그래서 남편이랑 사람 많은 데를 가면 나는 자연스레 눈치를 본다.

여기는 너무 시끄럽다, 저 사람은 개념이 없다

그는 극도로 피곤해하고 예민해진다.


난 다른 사람 아예 신경 안 쓰는 바는 아니지만 내가 우선이다. 짜증 난다 시끄럽다 생각은 하지만 기본적으로 관심도 크지 않고 굳이 그걸 표현하지도 않는다.


남편은 본인이 아픈 거, 먹는 거, 운동하는 거

이런 중요한 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거 같은데

왜 그렇게 남을 신경 쓰는지 난 무척 의아했다.


아프면 병원을 가, 일찍 자, 좋은 거 먹어, 술 끊어

이런 너무 중요하고 당연한 말을 남편은 꽤나 귀찮다고 잔소리라고 생각하는 거 같다.

나는 다른 사람 신경 쓰는 만큼 당신 자신이나 신경 쓰라고 말한다.


남편은 너무나 사회적인 사람이고 나는 무척이나 그와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남편은 철저하게 이기적(이라고 표현함)인 나를 보며 남들 좀 신경 쓰고 사람 관계를 좀 둥글게 가져보라고 했다.


나의 이런 모습은 꽤나 우리 아빠랑 닮았다.

우리 아빠는 내가 보기에 성격이 진짜 특이했는데

자식이 있고 손주가 있어도 늘 본인이 먼저였다.


밖에서 뭔 일이 일어나도 본인 수면시간에는 자고 기상하고 술 담배도 일절 안 하고 마음먹으면 살 빼고 체중관리하고 몸에 좋은 거 꼬박꼬박 알아서 챙겨 먹고

사람이 아니라 무슨 기계 같았다.

굉장한 자기 관리

그리고 감정은 또 엄청 단순하다.


그게 뭐 좋아 보인건 아니다.

가끔 참 정 떨어진다 생각했다.

뭐 저렇게 가족보다 자기가 중요할까

소통이 전혀 안되는 모습이 참 답답했다.


근데 남편이 현재 나에게 느끼는 감정이

이거랑 비슷한 거 같다. 나 그 정도는 아닌데....


우리가 똑같은 예민함을 가졌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조심하고 덜 싸웠을까

그럼 우린 어땠을까 궁금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