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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직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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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May 29. 2024

개인주의 직장의 좋은 점

전 직장과 현직장의 가장 큰 차이는

'개인주의'다.


전 직장은 엄청나게 단체 문화를 중시했다.

밥 같이 먹고 같이 일어나기

혼자 커피 마시러 가지 않기

단체 야근

먼저 퇴근 시 상사 기다리거나 문자 남기기

단합 겸 친목활동 등등

무슨무슨 데이 이런 것도 다 챙겨야 했다.

뭐만 하면 선물 돌리고 감사 인사하고...

나는 남 관심도 없는데 직장동료 외관 뒷담화에 동조해야 함


참고로 내 성격은 야생의 고라니기 때문에

매우 매우 매우 힘들었다.

업무도 과중한데 사회생활은 더더 힘들었다.

특히나 상사 성격이 개차반이다 보니

비위 맞추는 게 참으로 더럽고 치사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알랑거리기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랑 내가 친한가?

퇴사 이후 결혼했지만 누구도 연락한 통 없다.


전과 현재를 비교하자면

지금 직장동료들과 관계가 더 우호적이다.

전에는 앞에서는 세상 친한 척하면서

동조하지 않으면 내가 씹혔다.

적어도 서로 뒷 욕하는 사이는 아니다.


현재 직장 동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약간 회사 이 자리에 있는 npc 1 같은 느낌이다.

극도의 개인주의이기 때문이다.

1박 2일만 비워도 전에는

"휴가 때 남친이랑 놀러 가?"

이딴 농담을 엄청 들었는데

현재 내가 장기 휴가 가도 누구도 어딜 가는지 묻지 않고 

혹여 선물을 주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니 휴가 써서 갔다 온 거고 내가 도움 준 것도 아닌데

뭘 이런 걸 사 왔니 혹은 그제야 아 어디 갔다 온 거야? 이런 반응이다.


나는 단체주의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이상한 전 직장의 똥군기 문화

그게 너무 지나쳤고 나와 맞지 않았다.


내가 MZ라서? 뭐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현재 우리 팀 막내는 나다.

나보다 나이 많아도 다들 성향이 극 개인주의라

전임자들은 오히려 팀 분위기 안 좋다고

많이들 나갔다고 한다.


나에게 사적인 참견을 안 하고

나도 관심이 없이 내 일만 하다 보니

오히려 관계가 자연스럽다.

처음엔 나를 많이 선 긋는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믿고 맡긴다 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업무 자체가 개별성이 있고 독립적이라

서로 단합을 할 일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나 전에는 직속 상사가 나를 너무 괴롭혔는데

현직장 상사는 나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이다.

나에게 니 일만 니가 똑바로 한다면

이 정도 편의는 봐준다 라는 허용치가 높다.

계급으로 찍어 누르지 않고

오히려 내 잘못은 본인 탓으로 돌리고 포용한다.

모르면 물어보면 되고, 틀리면 고치면 된다고 한다.


전에 점찍기, 문단 띄우기 잘못했다고

자리에 돌아가자마자 부르고 또 앉을라 하면 부르고

거의 정신고문처럼 탈탈탈 털렸던 거 생각하면

참 과분할 정도다.

그 사람은 그게 뭐가 그리 거슬렸을까


그게 일하기가 너무 편하다.

그렇다고 내가 우리 팀 사람들이랑 밥을 같이 먹고

친목을 도모하고 뒷담화와 사내정치를 하냐?

아니다. 그냥 내 일을 내가 알아서 하고

거기에 대한 신뢰를 받을 뿐이다.


전 직장이 빡세서 고마운 건 있다.

너무 바닥을 찍어봐서 감사함을 배웠던 거


그리고 몸에 밴 알잘딱깔센

그놈의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업무를 할 때

시킨 일에 즉각 반응하기, 중간 과정 보고하기, 요점 정리하기, 까먹은 거는 내가 기억하고 상기시켜 주기, 일의 우선순위 파악하기 등등


전 직장이었으면 정신고문 당했을 텐데

내가 이렇게 일을 해도 안 까이다니...

처음엔 무척 충격을 받았다.


현 직장에 불만이 없냐? 그건 아니다.

그런데 앞으로 직장을 새로 구해야 한다면

이제는 직장의 성향도 좀 봐야 할 것 같다.

나와 직장도 궁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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