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황에 내가 나를 예뻐해주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내가 생각한 취직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자존감을 지키는 일이었다.
왜냐면 열심히 쓴 이력서가 연락도 오지않고 준비해서 본 면접이 아무런 대답이 없다는 것은
기업의 암묵적인 거절인 셈인데
거절을 수없이 겪는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무렵에 드는 생각은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한 생각이었다.
남들은 잘만 붙는거 같은데 내가 역시 모자라는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기업에 내가 맞지 않는 사람인게 아니라 사회에서 내가 필요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몰려오는 두려움
기약도 없고 끝이 보이지 않아서 언제 끝나는 건지, 어디로 가고 있는건지 모르는 시간들
그런 것들이 너무 힘들었다.
그와 동시에 힘든 것은 같은 출발선에 섰던 친구들이 이미 저 멀리 달려나가고 있는 뒷모습을 바라볼 때 였다.
친구들은 회사 힘든 얘기, 상사 욕, 연봉 불만을 늘어놓고
금요일이 얼마나 꿀같은지 휴가가 얼마나 귀한지를 열심히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런것마저 나는 너무너무 부러웠다. 한편으로는 그만 듣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의 내 또래는 얼마나 모았고, 어떤 적금을 들었고, 어떤 계획으로 장래의 시집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하는 정말 사회 초년생의 나이이다.
악의없는 그들의 일상대화에 끼어들 수 없는 무력감이 몰려왔다.
한동안은 사람들을 전혀 만나지 않았다. 연락이 와도 답장을 간간히 했지만 적극적으로 만날 약속 같은건 잡지 않았다.
내가 원래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 탓도 있었지만, 어쨌든 이런 나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명절에 친척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고역이었다.
사람들과 멀어졌고 그냥 자연스럽게 연락을 끊었다.
지금와서 깨닫게 된 일은 생각보다 사람들은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 이런 내 모습이 초라해서 수근거릴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나만의 피해의식일 뿐이다.
그냥 잠깐 "아 쟤 아직 취직 안했구나" 그정도로 넘어가고 대부분 자신의 고민거리(직장,연애,친구 등등)를 말한다.
직장이 아니라도 지인들과의 대화거리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그보다 친구끼리 만나서 직장얘기만 하는 일이 극히 더 드물 것이다.
어쨌든 당시에 나는 너무 초조하고 불안하고 부끄러워서 그런것들을 몰랐다.
물론 지금도 일부러 연락해서 오랜만에 만날 약속을 잡고 그러지는 않지만 적어도 오는 연락을 피해서 숨지는 않는다.
명절에 큰아버지가 "취업해야지"라고 해도 넉살좋게 "아유~그러게요 좋은데 꼭 가야죠!"라고 말하고 넘길 여유가 생겼다.
그냥 그렇게 1년 지나 명절에 만나면 또 넘어가면 되는 연중 행사 아닌가
사람들은 취준생을 그렇게 동정하지도, 걱정하지도, 오래 생각해주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조금 더 당당하게 나가도 좋지 않을까?
다행인지, 부모님은 나의 취직에 대해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는데(물론 어디어디 써라 어떤게 좋더라 라는 정도의 코칭은 하지만 취업을 못한다고 뭐라고 심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정말 힘든 날은 부모님 생신이었다.
친구들에 비해 해드릴 수 없다는게, 적어도 뭘 해드리지 못하더라도 걱정이라도 안시키고 싶은게 내 마음이었는데 좀처럼 쉽지 않았다.
아직도 나는 완벽하게 득도해서 "허허 언젠가 모든 일은 다 풀릴 것이니라~"라고 넓은 마음을 갖진 못했다.
여전히 안절부절하고 초조하고 문득문득 걱정도 되고 힘이 든다.
그럼에도 잃지 말아야 하는 마음은
나를 예뻐해줄 사람이 너무 없으니까 적어도 나는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또한 쉽지 않지만 누군가 "출발은 다르다 할지라도 결승선에 다다를 때까지 결과는 모른다"라고 했다.
인생은 장기 마라톤이니까 한심하고 찌질해도 지금 이대로의 나도 조금 너그럽게 받아줘야겠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매일매일 나를 위한 칭찬을 하나씩 적으라는 과제를 받았다.
매일 내 단점만 들여다보던 내게 어려운 과제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