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의 면접을 거쳐야 될까

끝도없다 진짜

by Hima

첫 번째 면접 이후로 사실 두번째 세번째 그 이후는 아예 생각도 안난다.


그중 그래도 기억에 남는 몇몇가지가 있었는데


나보고 혈액형이 뭐냐고 물어본 회사도 있었다.

남친 유무야 늘 들어서 그러려니 할정도가 되었고...

아버지 뭐하시냐고(왜?)

야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도 있었다.(짱싫다)


"그딴건 대체 왜물어봐요?"라고 물어보고 싶은 무례한 질문도 많았다.

여튼 면접은 볼때마다 '영혼이 털린다'는 표현이 딱 맞을정도로 나를 소모시키는 일이었다.

그게 쌓이고 쌓이다보니 오늘날의 면접포비아의 내가 생겨났다.


초기엔 회사가 어떤건지 개념이 아예 없어서 온갖데를 다 집어넣었는데

어떤 회사는 자기네 소기업인데 나보고 왜 왔냐 여긴 너무 하향지원이라 받아줄수 없다고 했다.

(2시간 30분 걸쳐서 간 분당이었다.)

예의상 해준 말일지도 모르고 고맙긴 한데 그게 다라면 그걸 이력서 봤을때 알아서 필터해줬음 좋았을텐데 날 왜부른거지? 싶은데도 있었다.


그런가하면 면접비를 주는 회사가 은근히 별로 없었는데... 멀면 더 넣어주고

내가 캐릭터 회사 위주로 지원했기 때문에 정말 쓸데없는(...) 캐릭터 재고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


명함주고 전화하라고 해놓고 전화했더니 연락 안받고 피한 회사도 있었다.(뭐지?)

회사와 지원자를 떠나서 사람 대 사람으로 아니면 아니라고 앞에서 거절을 통보해도 좋았을텐데 여튼 거긴 정말 예의라곤 없는 병신 같은 회사였다.


회사에서 간간히 개념없는 신입 욕을 많이 하는데 회사도 개념이란게 없는데도 많았다.


가장 최근에 본 회사(?)에서는 엄청나게 자세하게 업무와 급여에 대해 말해줘서 '오 될지도 모르겠네'라는 기대감을 줬으나 역시나 떨어졌다.


그런데 기억에 남는건 나보고 어느 학교냐고 물어보고

"친한 교수가 있는데 그 교수한테 니 이름만 물어봐도 모든걸 알 수 있다."

라고 말했다.


그러나 슬프게도 난 학교다닐때 존재감1도 없는 아싸였고 그 교수님 수업은 듣지도 않았다.

무튼 이런 사건을 겪고나서 '아 학교 다닐때 교수님한테 좀 샤바샤바 비벼놨으면 어쩌면 됐을지도...'

학연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깨달았다..ㅋㅋㅋ


첫 면접은 제주도 여행 중에 연락이 와서 미친듯이 밤비행기 끊어서 달려가서 다음날 아침에 면접장으로 눈썹이 휘날리게 달려갔지만 이젠 여행 중에 연락와도 미룰 수 있다면 조정을 한다.

예전엔 취업에 모든 에너지와 인생 모든걸 내놓고 했다면 요즘은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내생활 따로 취업준비 따로가 됐다.

취업에 올인하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이때까지 이러고 있다는 비판을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여튼 꽤 오랜시간 올인을 해도 취업이 안됐고 어차피 내 생활해도 안될거라면 난 후자를 택했다.


취업준비로 올인했을때는 정말 단호하게 머리도 짧게 자르고 미용실을 더이상 안가겠다고 선언하고 옷도 하나만(?)입고 다니고 이력서만 쓰고 사람들을 안만나고 틀어박혀서 햇빛 안받고 지냈다.

정말 꽤 오랜시간을 그렇게 지냈다.

어쨌든 나는 그럴수록 자존감도 깎이고 인생의 목표를 취업으로 뒀기 때문에 취업을 못하는 내 존재 자체가 점점 쓸모없다고 생각되었다.


지금은 인생의 목표를 취업으로 두고 있지 않고 오히려 빠져나와서 홀가분한 기분이다.

여전히 내 삶에서 큰 난관이고 거대한 산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때보다 소소하게나마 행복함을 느낀다.


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이렇게 사는 나는 어쩌면 회피하고 있는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걸 말하고 싶었다.

취업 폭망이 곧 인생 폭망이라면 너무 슬프니까


지금은 나의 또다른 쓸모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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