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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산후도우미의 도움

by Hima

아기가 초창기인 병원과 조리원 신생아실 그리고 산후도우미에게 공통적으로 들은 말이 있다.

“아기가 참 순해요.” “점잖아요.”

물론 크면서 마냥 순하기만 한건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지만 대체로 까다로운 기질의 아기는 아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일주일 간은 남편과 지지고 볶으며 아기를 돌봤다.

아기가 집에 적응할 시간은 우리가 함께 적응시키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이유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짧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임신하고 뱃속에서 키우면서 엄마가 될 준비 시간이 충분했던 나와달리 남편이 아빠가 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3주간의 산후도우미 기간이 시작되었다.

워낙 산후도우미 문제가 많다 들은 것이 많아서 겁이 나면서도 도움이 절실했다.


나는 병원에서도 조리원에서도 참 우여곡절이 많았고 다시 갈래? 하면 둘 다 재이용 의사가 없지만 유일하게

산후도우미 복은 있었다.


산후도우미는 정이 많고 차분한 중년 여성이었다.

이야기하며 알게 된 점은 나와 동갑인 딸이 있고 손주가 작년에 태어났다는 것

일본에 사는 딸의 산후조리를 위해 엄마가 직접 산후도우미 자격증을 땄고 일본에 가서 산후조리를 돕다가 그 후로 산후도우미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전엔 요양보호사 일도 했고 조리원 신생아실에서 일했었다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지식이 많았다.


이 무렵 나는 모유수유 비중을 서서히 늘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유선염에 걸렸다.

갑자기 무리해서 젖양은 늘렸는데 아기가 따라오지 못해서 그만큼 먹지 못해서 쌓여서 생긴 거였다.

이게 그 악명 높은 유선염인지도 몰랐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명치가 금이 간 거처럼 아팠다. 그리고 오한이 들며 온몸이 추웠다.

산후도우미가 출근했을 때 몸이 안 좋아서 입맛이 없다. 했을 때 그녀는 내 열을 재고는 열이 높다며 깜짝 놀랐다.

산부인과에 가봤지만 명치 쪽이라 하니 심장이 걱정된다는 소견만 듣고 수유 중이라 타이레놀만 처방받았다.


집에 돌아온 후 산후도우미는 내 증상을 들어보더니 혹시 젖몸살이 난 게 아닐까? 라며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출장가슴마사지사를 알아봐 줬다.

다행히 당일에 예약이 가능한 곳이 있어 전문가를 불렀다. 마사지를 받으니 어마어마하게 아팠다.

적나라하게 표현할 순 없지만 고인 젖을 짜내는 과정은 애 낳는 거만큼 아프다.

유선염은 노란 고름 같은 모유가 나온다고 한다.


마사지사는 초반이라 다행히 금방 풀릴 거라고 했다.

사람들이 젖몸살이나 유선염 증상이 가슴만 아플 거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다른 데가 더 심하게 아프고 잘 생각해 보니 가슴도 아프네? 이런 경우가 더 많다.

가슴문제라고 아예 생각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잘

발견했다고 했다.

아기 무는 자세의 문제로 제대로 수유가 되지 않고 쌓여서 생긴 문제라고 했다.

산후도우미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못 하고 계속 몸만 아프다 생각했을 거다.


산후도우미는 아기만 잘 돌보면 다른 건 못해도 상관없다 생각했는데 아기 관련된 도움을 많이 받았고 휴식을 하셔도 된다고 해도 티비 휴대폰도 전혀 보지 않았고 아기에게 위생관념도 철저히 지켰다.

요리도 잘해서 육아 중 유일하게 갖춰진 따뜻한 밥상을 먹을 수 있던 시절이었다.


주 단위로 요청한 식재료를 내가 주문하곤 했는데 마지막 주간에 잘 안 챙겨 먹는 게 마음 쓰인다며 더 이상 식재료 주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사비로 식재료를 구입해서 오랫동안 보관해서 먹을 수 있는 반찬으로 냉장고를 채워놓고 가셨다.

약간 친정엄마 같은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아기가 참 순하고 귀엽다며 손주처럼 정말로 예뻐해 주신 게 느껴져서 좋았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 아기를 낳고 참 별거 아닌 일에 울고 예민하고 괜한 죄책감을 가졌다.

지금이라면 눈하나 깜짝 안 했을 텐데 출산 후 호르몬변화는 대단했다.

병원과 조리원에서 나간 멘탈은 다행히 좋은 산후도우미를 만나서 많이 안정되고 회복되었다.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없을지도 모르지만) 조리원은 이용하지 않고 가사도우미나 산후도우미만 불러서 바로 집으로 갈 생각이다.

초산은 모르는 게 많아서 도움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배우는 것도 있었지만 오히려 스트레스가 더 많았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오롯이 나의 육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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