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는 자라서 무엇이 될까요
'꿈'이나 '장래희망'이라는 말을 써 본 지 꽤 오래됐다.
그도 그럴 것이 성인이 되면 그런 단어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성장하면서 잊어버렸지만 그냥 내가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장래희망이 궁금했다.
적어도 백수는 아니었을 것이다.
되돌아봤더니 우습게도 나의 초등학교 6년 내내 꿈은 '작가'였다.
어릴 때 책도 좋아하고 (지금은 전혀 안 읽지만 읽는걸 아직도 읽는걸 무척 좋아는 한다)
글 쓰는 것도 좋아하고 나름 신선한 글도 많이 썼었다.
편지 쓰는 걸 좋아해서 명절마다 어른들에게 항상 편지를 쓰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기억이다.
언제부터 그 꿈을 완전히 잊어버렸는지는 모르겠다.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해야 한다는 어른들 말을 따라 하다 보니 나도 어느샌가 그게 내 생각이라고 믿고 있는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버렸나 보다.
아무튼 그때는 깊이 생각한 것도 아닌 데다 작가 되는 방법에 대해 몰랐고 그것이 내게 얼마나 절실한지 깨닫지도 못해서 오랫동안 이루지 못한 짝사랑처럼 추억 한 귀퉁이에 몰아넣었다.
면접에서 질문 중에 나보고 "사진 찍는 거랑 글 쓰는 거 좋아하면 그 일을 하셔야죠"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도 똑같이 "좋아하는 일은 그냥 좋아하는 일일 뿐"이라고 대답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도 그때의 꿈처럼 "작가가 되어야지!"까진 아니더라도 지금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쓰고 있다.
일기이기도 하고 그냥 sns에 짧게 짧게 쓰는 것도 그렇고 그냥 나는 순간을 기록하거나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 나의 고질적인 문제는 하려고 하면 못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 검사받는 일기는 정말 쓰기 싫었다. 엄청나게 형식적이다.
지금도 이렇게 술술 잘 쓰는 글이 이력서에서는 2박 3일을 꼬박 새워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슬픈 현실이다.
나는 누군가가 보는 것, 의무감에 써야 하는 것에 엄청나게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왜 그런 버릇이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예민하고 경계심 가득한 성격 탓도 있는 거 같다.)
흔히들 글에서 성격이 드러난다고 한다.
아무리 열심히 포장하고 감싸 봐도 결국 글은 쓰면 날것의 내 모습이 다 드러나고 만다.
내 글에서는 나의 퉁명스러움도 예민함도 조금 꼬여있는 것도, 수많은 생각덩어리도 다 나와있다.
그런데 그래서 말로 다하는 게 서툰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