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초반에 정말 많이 다퉜다 :-<
물론 연애가 지속된다면 싸움은 계속 될 것이다.
여태껏 다른 삶으로 20년 이상 살아온 사람 둘이 만났는데
운명처럼 죽이 착착 맞으면 좋겠지만 실제 생활은 그리 로맨틱하지 않다.
그래서 난 친구들에게 속상한 마음을 풀곤했다.
나는 술을 못마시는데 술을 좋아해서 술자리가 많은 그사람
나는 집순이인데 외향적이라 친구가 많고 친구가 좋은 그사람
내가 우선순위라는 확신이 없던 그 시절,
또다른 삶을 살던 남자친구가 이해가 안가고 너무 야속해서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말했었다.
내 친구들은 어쩔수 없이 나랑 닮은, 나와 맞는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이럴때 돌아오는 답변은 당연히 남자친구욕이다...
그리고 더 가면 "뭐 그런 사람이 다있냐" "왜 만나? 헤어져!"가 된다.
난 속상해서 한 말인데 어쩐지 내 친구들 사이에서 남자친구의 평판은 점점 나빠지고
정신을 차렸을 땐, 얼라? 쓰레기 아닌데 여론은.... 왜이래;;
내 남자친구 괜찮은 사람인데 ㅠㅠ 왜들 그러냐구!
라는 수준이 되고 만다.
당연히 자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무작정 자기를 싫어하니까 남자친구도 내 친구들을 싫어하게 된다.
이것은 최악 오브 최악의 상황.......
그럼 그 잘못은 당연히 가운데서 말을 제대로 못 전하는 내 잘못이다.
그래서 난 정신을 좀 차렸다.
남자친구에게 서운한 점은 가장 먼저 남자친구에게 직접 말했다.
싸우는게 싫어서, 좋기만 하고 싶어서 앞에서 꾹꾹 눌러참고 뒤에서 남친한테 서운한거 풀고 다니니까
의도한바는 아니었지만 결론적으로 내 남친 흉을 내가 보고 다니는 꼴이었다.
그래서 화가나서 남친 욕이 하고 싶으면 남친한테 한다...
특히 갈등이 있으면 둘이서 해결하고자 엄청나게 노력한다.
지금은 되도록 친구들에게 싸운건 얘기하지 않고 당일에 둘이서 얘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리고 괜히 내 친구들에게 편견을 갖게 하지 않기 위해서
정~~말 너무 속상하거나 말하고 싶은게 있을 땐 반드시!
남자친구를 직접 만나 본 친구한테만 말한다.
(자주 만나서 남자친구의 성격이나 좋은 점도 충분히 알고 있는 친구)
그러면 적어도 친구는 100% 내편이 아니라 남자친구를 봐온 사람으로서
"글쎄 널 안좋아해서 그런거 같지 않은데 이러이러한건 아니야?"라고 조심스럽게 말해준다.
그럼 또 음 그런가 팔랑팔랑 귀를 흔들며 생각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친구가
"으아악 내 남친!!! 뭐라뭐라뭐라"
하는 경우에도... 음 내가 평소 본 그분은 이런면은 있지만 이렇기 때문에 속단하지 말아라
이런 식의 너그러운 발언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가끔 나에게 남자친구 욕을 요청하는 지인이 있으면
난 엄청 같이 욕 안해준다.
단지 그 내용을 반드시 남자친구에게 말하라고 한다.
(물론 충분한 위로와 공감은 해주지만 같이 씹어주진 않는다)
결국 문제의 원인에게 해결책을 찾아야한다.
그리고 당사자에게 말하는게 가장 속시원하게 직빵으로 풀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