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말리는 ADHD 상담과 치료의 시간

- 아이를 살리려다 나를 잃어가던 날들

by 서니온

"어머님 말씀 대로라면 ○○이의 경우, 가정과 학교에서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지나친 부분이 분명 있네요.

정확한 건 앞으로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알 수 있겠지만,

품행 장애가 의심될 수도 있습니다."


"네? 품행 장애요?

품행 장애라면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거 아닌가요?

나쁜 행동도 죄의식 없이 저지르고요.

그럼, 지금처럼 상담만으로 치료가 될까요?"


전 남편의 부고 소식 전부터

나는 이미 아이의 문제로 하루하루가 벼랑 끝이었다.




만 5세 때 ADHD 진단을 받은 아들은 처음에는 약물 치료와 상담을 병행했다.

하지만 약물 부작용이 심해 약을 끊고 상담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부모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평소 물 만난 물고기처럼 생기 넘치던 아이가

초점 없이 흐릿한 두 눈으로 누워만 있는 모습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약물 치료를 꾸준히 받았다면 가시밭길이 조금 덜 험난했을까?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상담만으로 아픈 아이를 품기에는,

엄마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내 그릇은 너무나도 작고 옹졸했다.


초기에는 ADHD 주요 증상처럼 주의 산만, 과잉행동, 충동성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폭력을 가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수차례 센터를 바꿔가며 받는 상담도, 가정에서의 어떠한 훈육도 통하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상담 센터에 아이를 데리고 가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상담 시간 맞춰 가기 위해 날뛰는 아이를 겨우 차에 태우면,

차 안에서 또 2차전, 3차전이 벌어지는 형국이었다.

마치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화가 안 나?'하고 애써 잠재운 불구덩이에

숨 쉴 틈도 없이 불쏘시개를 마구 던져 넣는 것만 같았다.


심리평가 보고서(당시 아들 4학년)에 의하면,

제일 좋은 사람도 아빠이고,

같이 살고 싶은 사람도 오로지 아빠뿐이었다.

충족되지 않는 아빠를 향한 그리움이

어느샌가 엄마에 대한 적대감으로 바뀌었다.


"유리창이 깨져서 유리조각이 엄마한테 다 박혔으면 좋겠어!"


지옥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었다.

8년간의 불행한 결혼과 파경, 전 남편의 죽음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귀한 내 아이에게 이런 끔찍한 저주의 말을 들을 줄이야...

생생한 지옥이 매일같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펼쳐졌다.


아들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집에서 아빠가 보이지 않았고,

위로해 줄 엄마마저 곁에 없었다.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던 아빠도 언젠가부터 소식이 뜸해졌다.

초등학교생활은 낯설고 매 순간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친구들과 놀고 싶었지만 다가가는 방법을 몰라

또래관계에서도 반복적으로 좌절을 겪었다.


돌이켜보면, 선천적으로 예민한 기질에

애정욕구와 인정욕구가 강한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었다.

상담치료 중 아들이 도화지에 그리는 사람의 얼굴은

한결같이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정작 아이의 내면은 주체할 수 없는 분노로 가득했다.


그렇다고 어린 아들에게 아빠와 헤어지게 된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줄 수 없었다.

먹고살기 위해서는 일을 그만두고 아이에게만 집중할 수도 없었다.

자책과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 미친 사람처럼 홀로 널을 뛰었고,

마지막은 늘 활화산처럼 울분을 쏟아내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아들과의 골은 깊어져만 갔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딸의 상처는 속으로 곪아만 갔다.


지금껏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착각했던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아들의 말대로 조각조각 깨져버린 날카로운 유리 파편이 온몸에 박혀 견디기 힘든 고통이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삶을 살아내야만 했다.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이 모든 일들이 나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되었으니 무책임하게 도망칠 수는 없었다.


인공수정 두 번째 만에 그토록 원하던 아이들을 가졌을 때에는

너무 기쁜 나머지 미처 뒷일까지 헤아리지 못했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내 인생 전체가 송두리째 흔들릴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