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전 남편의 부고 소식

- 애도할 틈도 없이 다시 하루를 살아야 했던 이유

by 서니온

“선생님, 애들 아빠가 자살을 했대요.
장례식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할까요?”


갑작스러운 전 남편의 부고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마침 부모 상담을 받고 있던 터라, 나는 상담 선생님께 아이들의 장례식 참석 여부를 여쭸다.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알게 되면 원망할 수도 있어요.

아버님 장례식에 함께 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자살 이야기는 하지 마시고요.”


애들 아빠가 집에서 목을 매었다는 소식은 그렇게 전해졌다.
아이들이 4학년이던 겨울 방학 때였다.
아빠의 죽음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장례식장에서 8년 만에 시어머님을 뵙는 순간,
참고 있던 감정이, 울음으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자살이라니, 같은 여자로서 그 삶이 너무 기가 막혔다.


어머님께 들은 사정은 이러했다.
이혼 전부터 시작한 사업이 망했고, 큰 빚을 떠안았다.
어머님과 함께 살며 카드와 보험 대출까지 쓰다 결국 어머님마저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집도 이미 사업 자금으로 날려버린 뒤였다.

급기야 불법 사채까지 손을 댔고,
월급은 차압당하고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얼굴이 심하게 다쳐서 돌아온 날도 많았다고 했다.


어머님과 마지막 식사를 하고,
장 보러 나가신 사이 그는 집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다음 생에는 효도하는 아들이 되겠다는 유서를 남긴 채.




아이들에게는 교통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안치실 차가운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전 남편을 멀리서 바라볼 뿐,
차마 안으로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았다.


아이들은 할머니 손을 잡고 들어갔다.
한참 뒤, 아들이 물었다.


“엄마, 교통사고인데 왜 아빠 몸에 상처가 하나도 없어?”


당황한 나는
상처를 깨끗이 닦아서 그렇다고 얼버무렸다.


직계 가족만 모여 조용히, 말 그대로 도둑 장례를 치르고
다음 날 그는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이혼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슬픔은 오래 붙잡고 있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전 남편이 남긴 일들을 처리해야 했다.


아이들에게 빚이 가지 않도록,
재산과 채무를 모두 상속받지 않겠다는 상속포기를 해야 했지만
그럴 경우 채무가 차순위 상속인인 어머님과 시댁 식구들에게 넘어갈 수 있었다.


결국 한정승인을 선택했다.
후순위 상속인에게까지 빚이 대물림되는 것은 막아야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서류 준비부터 법원 제출까지 절차는 복잡했고,
전처인 내가 망자가 된 전 남편의 서류를 떼는 데에는 제약이 많았다.


불법 사채가 많아 정확한 채무 규모조차 알 수 없었고,
캐피털에서 대출받아 구입한 자동차의 행방도 묘연했다.
그러던 중 캐피털에서는 상속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엄마인 나에게 채무 변제를 요구해 왔다.


법률 사무소에 의뢰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받지 못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대상포진까지 생겼다.


어쩔 수 없이 이혼 당시 도움을 받았던 친구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친구의 변호사 남편 덕분에 거짓말처럼

하루 만에 빚독촉에서 벗어났고,
자동차의 위치도 찾았다.

전 남편 사망 후 10여 개월 만의 일이었다.


그와는 지독한 악연이었다.
헤어진 뒤에도 그가 벌여놓은 일들을 수습하느라
수차례 지옥을 맛보았다.


여기서 끝이면 좋으련만,
지옥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나는 애도할 틈도 없이 그 안으로 다시 하루를 걸어 들어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