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암전暗轉

by 힘날세상


한 편의 연극에는 여러 번의 암전이 있다. 암전은 장면의 전환을 위해 조명을 끄는 것이다. 영화와 달리 연극은 모든 것이 관객들 앞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장면을 전환할 때, 관객들이 보지 않아야 할 것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사용하는 방법이 불을 끄는 것이다.

불이 꺼지면 배우들은 재빨리 다음 장면에 맞추어 무대를 바꾼다. 무대장치의 위치를 바꾸기도 하고, 다음 장면을 위해 자신의 위치도 바꾸는 것이다. 어떤 배우는 퇴장하기도 하고, 다른 배우는 무대에 등장하기도 한다. 무대의 불은 꺼지고 진행되던 연극이 잠시 중단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불 꺼진 무대에서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연극에서 암전은 음악과 함께 이루어진다. 불이 꺼져버리고 온통 캄캄한 암흑만이 가득 찬 무대를 무방비상태로 관객들에게 내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연출은 암전시에 음악을 내어놓는다. 연극에서는 사용되는 음악은 고심하고 고심하여 선택한다. 작품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인물들의 감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연출은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나 암전시에 사용하는 음악은 경쾌한 음악이다.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암전은 무대를 바꾸기 위한 것이지만, 관객에게도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소극장 연극은 배우들이 바로 코앞에서 세상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다 들린다. 그래서 관객들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주의해야 하고, 불편한 의자에 앉은 채로 쇼윈도의 마네킨처럼 굳은 몸으로 무대 속으로 빠져들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연출은 관객들을 위한 배려를 한다. 즉, 웃기는 것이다. 극장에 웃음이 가득할 때 관객들은 재빨리 몸도 움직여보고 숨도 쉬어 보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에 따라 침도 제대로 삼킬 수가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희곡을 현실로 재현해 내는 배우들이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들 모두 자신을 버리고 한 몸이 되어야 하는 무대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연극의 3요소를 말할 때 관객이 포함되는 것이다. 그만큼 한 편의 연극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관객들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무대의 배우들만큼 관객들도 바짝 긴장해야 하는 것이다.

암전은 관객들은 위한 배려이다. 암전이 되는 순간 관객들은 끌어올렸던 긴장을 풀고, 굳어 있던 몸을 풀고, 졸아들었던 마음을 눅진눅진하게 풀어놓는 것이다. 한 편의 연극이 진행되고 있을 때 가장 힘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배우가 아니라 관객이다. 실제로 무대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배우들은 거의 무의식 상태가 된다. 상대 배우의 대사와 움직임에 따라 자신이 움직이고 대사를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에 홀린 듯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말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연극에서 배우들이 움직이는 것을 선線이라고 한다. 배우들은 의미 없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배우든지 지금은 내가 움직여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움직일 때가 되면 몸이 반응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만큼 배우들은 연습을 한다. 제대로 연습을 한 배우들은 어떤 면에서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이것을 풀어주는 것이 암전이다.

코로나 19가 세상을 뒤흔들고 있다. 사람들은 모두 두렵고 불안하다. 무섭기까지 하다. 코가 냄새에 적응해 버리는 것처럼 물론 반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코로나 19에 대한 반응이 무뎌진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길거리에서, 휴식의 공간에서 상당한 부분이 코로나 19에게 짓밟힌 채로 살아가고 있다. 늘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암전이 필요하다. '끌어올렸던 긴장을 풀고, 굳어 있던 몸을 풀고, 졸아들었던 마음을 눅진눅진하게 풀어 놓'을 수 있는 암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코로나 19는 절대 암전의 시간을 내어놓지 않을 것이다. 암전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아직은 우리 편인 깨끗한 공기를 흠뻑 들이켜고, 스스로 웅크리고 있는 마음을 풀어놓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길게 싸워야 한다면 힘을 길러야 한다. 건전하게 사고思考하고, 건강하게 몸을 유지해야 한다. 혼자서 물리치려고 할 것이 아니라, 같이 손을 잡고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이웃이 필요하다. 내가 늘 만나고 관계를 맺는 이웃이 코로나의 전파자가 아니라, 코로나를 물리칠 수 있는 응원군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뜨겁게 손을 잡아야 한다.

암전이 되었을 때 관객들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암전이 끝났을 때 무대가 어떤 모습으로 변할 것이고, 배우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학 연극반 시절부터 마음에 각인되어 있는 것은 '연극은 가슴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이유로 한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배우와 관객 모두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연극은 참 재미없다. 어렵게 보는 연극이 연극인 것이다. 암전 되었을 때에도 생각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면, 지금 코로나 19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늘 앞날을 생각해야 한다. 좀 어렵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