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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뒷산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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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날세상 Sep 23. 2024

5화 필봉에서

오산과 동탄을 품고 있는 필봉 꼭대기의 시선


산은 낮아도 

붓끝으로 보인다고 

정조 임금이 내걸었다는 필봉.


오산이라고

동탄이라고 


고층 아파트 치켜세우고

넓은 길 내놓으며

티격거릴 때마다 필봉

동탄으로

오산으로

느긋한 산자락을 펼쳐 놓는다.

산등성이 타고 넘는 바람까지 움켜쥐려는 사람들 앞에.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그냥 필봉으로만 남고 싶은 필봉.


아침부터 

오산 사람들 

동탄 사람들

터널까지 뚫어 길을 이어 놓고도

동탄이라고

오산이라고

소리로 마주 설 때,

말없는 산등성이

정조 임금의 필봉

쩍쩍 갈라놓는 그때,

오산 다람쥐

동탄 청설모

불러 모아 도토리 한 줌씩 내주는 필봉.


멈추어 서는 바람,

가을을 잃어버리는 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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