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에 짜장면을 먹었다. 짜장면을 파는 식당은 널려 있고, 나름 맛있다고 소문난 곳도 많다. 어느 곳이든지 짜장면의 주재료인 춘장이 뿜어내는 고소한 맛이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짜장면은 몸값은 불어났지만, 본연의 맛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짜장면은 양파, 호박, 생강, 마늘, 파 등 채소와 돼지고기를 넣고 식용유에 볶은 다음, 튀긴 춘장을 넣어 만든 소스를 면에 비벼 먹는 한국식 중화요리다. 짜장면의 근원은 중국의 작장면(炸醬麵)인데 한국식으로 바뀌면서 원래와 전혀 다른 음식이 되었고, 언제 어디서든 쉽게 먹을 수 있는 한국의 대중 요리로 자리 잡았다.
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소스보다도 면에서 짜장면의 맛을 찾으려고 한다. 짜장면은 대부분 쫄깃한 맛을 내기 위해 면소다를 넣는데, 과유불급이라고 자칫하면 면이 딱딱해진다거나 소화불량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소다를 안 넣고 주방장이 손으로 치대서 만든 수타면은 몸값이 치솟기도 한다. 소화도 잘되면서 쫄깃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면의 맛을 중시하는 유명 음식점에서는 조리장 외에 면을 뽑아내는 면장을 따로 두어 밀가루 반죽 전반을 일임하기도 한다.
60년대 말 중학생 때 처음으로 짜장면을 먹었다. 당시 한 그릇에 40원이었는데, 영화관 입장권이 30원이었다. 삼류 극장에서는 세 명까지 30원에 입장할 수 있었다. 우리는 짜장면을 먹기 위해 돈을 모았고, 친구들 셋이서 하굣길에 눈여겨보아 두었던 짜장면집에서 한 그릇씩 주문했다. 우리는 모두 짜장면을 처음으로 먹어보는 촌놈이었다. 그런 사실을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품위 있게 먹자고 약속했었다.
식탁에 짜장면이 놓였을 때, 춘장 위로 흐르는 고깃기름을 우리는 보았다. 일 년에 겨우 몇 차례 맛볼 수 있었던 고깃기름을 나 혼자 먹을 수 있는 짜장면 그릇에서 보는 순간,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렸다. 세숫대야만큼 큰 그릇에 곱게 담긴 짜장면과 진하디진한 고소한 내음은 우리는 사정없이 흔들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품위를 지키기에는 짜장면은 벌써 가슴 깊은 곳에 들어앉아 버렸다. 춘장 소스가 풍겨내는 고소한 맛에 우리는 무너졌고, 나무젓가락을 쪼개어 소스와 면을 비비면서 밀려오는 행복감을 감당할 수 없었다. 우리는 며칠 굶은 것처럼 볼이 미어지도록 한입 가득 몰아넣었다. 면을 씹기도 전에 고깃기름은 입안을 점령해 버렸고, 덥석 씹었을 때 그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면의 맛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짜장면은 사람들의 입맛을 따르고 있다. 좀 더 자극적이고 감치는 맛을 추구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지만 나는 중학생 때 처음으로 먹었던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있다.
사람도 그렇다.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은 변한다. 몸도 변하고, 생활 태도도 변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이 늙어가면서 그에 따라 정신도 변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덥다고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에어컨 앞으로 다가가던 여름에도 부채나 슬슬 부치면서 느긋하게 보낸다.
짜장면은 감칠맛이고, 인생은 눈물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