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망은 의식의 붕괴이고 영감은 의식의 집중이나 사실은 한 끗 차
사람들은 영감을 신비한 것으로 생각한다.
“문장이 어디선가 내려왔다.”
“갑자기 번쩍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세계가
내게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영감은 평소와 다른 의식 상태다.
의식의 경계에
영감과는 또 다른 섬망이 있다.
섬망은 자아가 중심을 잃고
의식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상태다.
우리 뇌는 평소
눈으로 본 것, 귀로 들은 것,
기억과 감정을 정리해
‘현실’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섬망 상태에서는
이 정리 기능이 깨진다.
그래서 그림자가 사람처럼 보이고
천장의 얼룩이 벌레처럼 보이며
작은 소리가 누군가의 목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현실이 바뀐 것이 아니다.
현실을 해석하는 뇌가 흔들린 것이다.
보통 이런 상태는
고열, 감염, 탈수, 수면 부족, 약물,
심한 피로 같은 상황이나
뇌의 에너지가 부족할 때 나타난다.
뇌의 신경전달물질 균형이 깨지면서
주의력 시스템이 무너지고
모든 자극이 뒤섞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섬망은
정신병이라기보다
뇌의 급성 과부하 상태에 가깝다.
반대로 영감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타난다.
영감은 새로운 생각이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뇌 속에 쌓여 있던 경험과 기억,
감정과 지식이
어느 순간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그래서 영감은
억지로 생각할 때보다
산책할 때, 샤워할 때, 잠들기 직전처럼
의식이 느슨해진 순간에 더 잘 떠오른다.
이때 뇌에서는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자유롭게 연결된다.
어떤 풍경,
한 문장,
음악이나 냄새 같은 작은 자극이
기억과 감정을 건드리며
하나의 의미로 모인다.
그래서 많은 창작자들이 말한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니라
그저 떠올랐다.”
섬망은 의식이 흩어지는 상태이고
영감은 의식이 한 점으로 모이는 순간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둘의 경계가 생각보다 멀지 않다는 것이다.
감정과 의식의 진폭이 큰 사람들,
특히 예술가나 연예인들은
기쁨을 넘어 환희로
슬픔을 넘어 우울로
감정의 파장이 크게 움직인다.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의식이 바닥까지 흔들리며
섬망에 가까워지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그 깊은 곳에서
강렬한 영감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마치 같은 바다에서
폭풍과 파도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처럼.
그래서 영감과 섬망은
완전히 다른 상태이면서도
한 끗 차이의 경계 위에 있는 경험이다.
의식이 흩어지는 방향으로 흐르면 섬망이 되고
의식이 중심으로 모이면 영감이 된다.
흩어지는 우주론과
모여드는 인식론이
결국 한 곳에서 만나듯
섬망과 영감도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된다.
의식의 바다에서
어떤 파도는 배를 뒤집고
어떤 파도는 배를 앞으로 밀어준다.
산산이 부서진 듯 보이는 파도도
다시 한 곳에 모이면
거대한 힘이 된다.
섬망이 흩어지는 의식이라면
영감은 모여드는 의식이다.
둘은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같은 바다에서 시시각각 태어난
서로 다른 파도일 뿐이다.
같은 의식의 바다에서
어떤 파도는 섬망이 되고
어떤 파도는 영감이 되며
다시 잔잔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