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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장금 Apr 26. 2020

반장은 하고, 수학은 하지마

딸의 꿈을 위한 엄마의 조언/계속해도 되는 실패와 계속하면 안 되는 실패

넌 꿈이 뭐야?


행운인지 불운인지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어 많은 것을 경험하는 동시에 공부라는 극한 경쟁속에 살아간다. 학교에서는 대입에 중요한 짜임새 있는 자소서를 만들기 위해 일찍부터 꿈을 정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가르친다. 나는 이런 교육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꿈을 미리 성급하게 억지로 정하면 아이들은 더 이상 선택의 폭을 넓히지 않는다. 억지로라도 조금씩 쌓아 온 것들이 아깝기 때문이다. 꿈은 언제든 바뀔수 있도록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둬야 한다. 이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꿈은 언제나 그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고 도전하게 해야 한다.    


세스 고딘의 대표 저서인 "린치핀"에 보면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함이라고 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도전, 그리고 실패의 반복으로 조금씩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다양한 도전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실패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계속 해도 되는 실패가 있고, 계속 하면 안되는 실패가 있다.


린치핀 / 세스 고딘 / 라이스메이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딸이 내게 묻는다. "엄마, 나 올해도 반장 해볼까? 아님 말까?"


작년에 반장을 하면서 다른 아이들보다 성가시고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을 안다. 그런 것들이 학생으로서 가장 중요한 학업에 방해가 되었던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남다른 성취와 보람, 자부심을 느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반장을 하면 장, 단점이 있지. 반장을 하면 여러 가지 문제에 더 직접적으로 부딪히게 되니 귀찮고 골치 아프지만, 어떻게든 그런 것들을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능력을 습득하게 되는 거야. 때론 슬기롭지 못한 해결법을 선택했다 해도 상관없어. 학교는 사회라는 전쟁터에 나가기 전 연습을 하는 곳이야. 귀찮다 여기지 말고 미리 많이 경험해 보는 것이 더 좋을 거라 생각해. 학교 교육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인 문제해결력과 사람을 이끄는 법을 가장 리얼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반장이라고 생각해서 난 너의 성장을 위해 다시 도전 하면 좋겠어"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이가 반장 선거에 나가서 떨어질 수도 있다. 반장에 당선이 되었다 해도 1년간 크고 작은 문제가 부딪히며 때론 학급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분위기를 망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반장의 역할을 철저히 실패할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은 실패가 아니다. 실패를 경험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반장을 실패하는 것이 해도 되는 실패이다. 실패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린치핀/세스 고딘/라이스메이커


"아, 이 문제 도대체 모르겠어" 수학 문제를 풀던 아이가 짜증을 낸다. "모르겠으면 그냥 넘어가. 아님 쉬었다가 정신 맑아져서 다시 풀어보고 싶으면 풀어보고 그래도 모르겠음 그냥 넘겨버려."

어려운 수학 문제를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삼각 함수를 배우는 이유는 그것이 잠시 흥미를 가져볼 만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살면서 풀어볼 만한 수많은 문제중 하나일 뿐이다. 세상에 흥미로운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고작 삼각 함수를 풀기 위해, 아니 수능 수학의 마지막 30번 킬러 문제를 풀기 위해 창창한 아이들이 그 많은 시간을 재미는1도 없는 수학 문제를 푸는 기계가 되도록 하는 것은 너무나 한심하고 안타까운 일이다.(물론 재밌다면야 얼마든지 ~)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이사 존리는 수능 점수가 높은 사람을 절대 직원으로 뽑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얼마나 할일이 없으면 수능을 만점을 받냐고, 너무 어리석다는 표현을 했다. 나는 그 말에 적극 공감한다. 아무리 학생이라해도 수능 고득점을 위해 수년의 시간을 수능 공부에만 투자하기에 세상은 너무나 넓고 복잡하며 또 급변하고 있다. 호기심 넘치는 아이들에게 세상 탐닉을 뒤로한채 수능 푸는 기술에만 집중하라는 교육 현실이 애석하다. 수능을 푸는 기술은 수능장을 나오는 순간 써먹지 못 하는 기술로 전락해 버린다. 또한 명문대가 밥 먹여 주는 시대도 사실상 지났다. 그러니 관심도 없는 수학 문제를 가지고 하루종일 스트레스 받으며 씨름하느니 내가 관심있고 재밌는 SNS를 보며 하루종일 즐거운게 더 낫다.   


(수학 문제를 아주 긴 시간 씨름하는 건 하지 않아야 할 실패이다. 시간 투자에 비해 얻는 게 거의 없다)




아이들도 행복해야 한다. 무조건 공부만 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꿈이 생기도록 많은 기회에 노출시켜 줘야 한다. 딸아이가 한때 어느 "아이돌" 오빠야들에 미쳐 지방에서 서울까지 콘서트장을 발이 닿도록 쫓아다닌 적이 있다. 게으르기 짝이 없는 딸이 그렇게 열심히 사는걸 첨 봤다. 아이는 행복해 했고, 그런 아이를 보면서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지금 딸아이는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느 아이들처럼 한순간 타오르다 식었다. 아이가 다시 좋아하는 뭔가를 발견하면 좋겠다.


코로나 19로 한없이 길어진 방학을 맞아 딸은 거실에서 밤을 꼬박 지새우며 폰과 넷플릭스를 보고, 낮엔 암막 커튼을 드리우고 늘어지게 잔다. 덕분에 거실의 내 화분들이 햇살을 보지 못해 하나 둘 쓰러지고 있다. 화초의 상태로 보아 사람도 태양빛을 쬐지 못하면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뒤바뀐 낮과 밤 때문에 건강 문제가 조금 염려되지만 매일 폰과 넷플릭스만 보고 공부를 안 하는 것이 딱히 걱정스럽진 않다. 공부가 아니라도 관심 있는 것을 많이 보고 재밌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그것이 아이의 행복한 꿈을 위한 도전과 연결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꿈을 향한 노력이 처음부터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재밌는 것을 찾아 탐구하고 즐기다보면 어느새 꿈이 생기고
그 꿈이 덕업 일치를 이루게 해 줄 것이다.  
 우리 모두의 꿈은 결국 덕업 일치다.





당신이 간절히 바라는 꿈이 있다면, 그 꿈만으로 매우 행복한 사람이다.
꿈은 무언가를 위해 마지못해 노력하는 것이 아닌,
무언가에 제대로 미쳐 있는 것을 말한다.

이때 느끼는 열정은 연애할 때 쏟는 에너지와 비슷하다.
무언가에 제대로 미쳐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하다.
제대로 미친것이 이루고 싶은 사랑이며, 이루고 싶은 꿈인 것이다.




자기가 이 세상에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는지 알 수 있는 길은 과거로 돌아가 가장 충만한 느낌이 들었던 때를 모두 찾아 적은 다음 지금도 여전히 가슴이 떨리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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