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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장금 Jun 13. 2021

세상 편한 고3의 한가지 문제점

엄마! 이렇게 살다간 영어는커녕 한글도 다 까먹겠다


우리 집엔 고3이 있다.

자기 나름대로는 고3이란 굴레의 압박과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내가 볼 땐 세상 편하고 행복해 보인다. 

볼 때마다 잠을 자거나, 거실 소파를 독차지해서 폰이나 티브이를 보며 낄낄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작년 즈음인가 학교에서 무슨 검사를 했는데 본인이 정서지능이란 게 전교에서 젤 높게 나왔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 말로는 조금만 더 높게 나왔으면 크레이지로 넘어갈 뻔했다나?

여튼 정서지능이 높을 수록 행복도가 높은건 사실이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7XXXXXXb567





나는 고3인 아이가 뭘 하든 별로 간섭하지 않는다. 

아이는 코로나 기간 동안 집에 틀어 박혀 밤낮이 완전 뒤바뀐 생활을 했다.

하루의 시작은 항상 오후 4-5시쯤이었다.

그렇게 밤을 꼬박 지새며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고 낮엔 암막 커튼을 드리우고 잤다.


아이에겐 낮이 없었다.

아침이면 잠시 원격으로 출석을 하고 종일 잤다. 

그것마저도 안 하는 날이 많아 담임샘한테 전화가 자주 왔다.

원격 수업은 쌍방향 실시간 수업을 하는 샘들이 거의 없어서 자유로웠다.

학교 선생님들은 본인의 수업 진도에 맞춘 낯선 교사들의 수업 영상(진도에 맞는 수업을 찾아서 올려준다)을 때마다 업로드 해 줬지만 아이는 그 영상을 볼 생각도 안 했다.


그러다 학교에서 시험을 쳤다.

당연히 모든 성적이 엉망이었지만, 

가장 흥미있고 자신했었던 영어도 급 나락 했다. 


시험 결과는 정직했다. 

"ㅎㅎㅎ 우와 ~ 영어마저도?"


아이의 대답 

"엄마, 당연하지!! 이렇게 살다 간 영어는커녕 한글도 다 까먹겠다."






나는 아이를 보면서 공부가 걱정이 아니라, 늘 건강이 걱정이었다.

햇살을 좀 쬐어야 하는데... 어둠 속에 지내는 시간들이 너무 길었다.  

낮에 햇살이 부족한 우리 집의 화분들이 사람보다 먼저 시들어갔다.

"야!! 우리 집 화분들 상태 좀 봐라. 너 때문에 이 애들이 무슨 죄니?"

"너도 제발 나가서 햇살 쬐면서 좀 걸어. 이러다 코로나 우울증 걸리겠다."


그러나 일요일 오후2시인 오늘도 여전히 아이의 아침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살살 깨워서 해지기 전에 산책이라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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