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렇게 살다간 영어는커녕 한글도 다 까먹겠다
우리 집엔 고3이 있다.
자기 나름대로는 고3이란 굴레의 압박과 스트레스가 있겠지만, 내가 볼 땐 세상 편하고 행복해 보인다.
볼 때마다 잠을 자거나, 거실 소파를 독차지해서 폰이나 티브이를 보며 낄낄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있다.
작년 즈음인가 학교에서 무슨 검사를 했는데 본인이 정서지능이란 게 전교에서 젤 높게 나왔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 말로는 조금만 더 높게 나왔으면 크레이지로 넘어갈 뻔했다나?
여튼 정서지능이 높을 수록 행복도가 높은건 사실이다.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47XXXXXXb567
나는 고3인 아이가 뭘 하든 별로 간섭하지 않는다.
아이는 코로나 기간 동안 집에 틀어 박혀 밤낮이 완전 뒤바뀐 생활을 했다.
하루의 시작은 항상 오후 4-5시쯤이었다.
그렇게 밤을 꼬박 지새며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고 낮엔 암막 커튼을 드리우고 잤다.
아이에겐 낮이 없었다.
아침이면 잠시 원격으로 출석을 하고 종일 잤다.
그것마저도 안 하는 날이 많아 담임샘한테 전화가 자주 왔다.
원격 수업은 쌍방향 실시간 수업을 하는 샘들이 거의 없어서 자유로웠다.
학교 선생님들은 본인의 수업 진도에 맞춘 낯선 교사들의 수업 영상(진도에 맞는 수업을 찾아서 올려준다)을 때마다 업로드 해 줬지만 아이는 그 영상을 볼 생각도 안 했다.
그러다 학교에서 시험을 쳤다.
당연히 모든 성적이 엉망이었지만,
가장 흥미있고 자신했었던 영어도 급 나락 했다.
시험 결과는 정직했다.
"ㅎㅎㅎ 우와 ~ 영어마저도?"
아이의 대답
"엄마, 당연하지!! 이렇게 살다 간 영어는커녕 한글도 다 까먹겠다."
나는 아이를 보면서 공부가 걱정이 아니라, 늘 건강이 걱정이었다.
햇살을 좀 쬐어야 하는데... 어둠 속에 지내는 시간들이 너무 길었다.
낮에 햇살이 부족한 우리 집의 화분들이 사람보다 먼저 시들어갔다.
"야!! 우리 집 화분들 상태 좀 봐라. 너 때문에 이 애들이 무슨 죄니?"
"너도 제발 나가서 햇살 쬐면서 좀 걸어. 이러다 코로나 우울증 걸리겠다."
그러나 일요일 오후2시인 오늘도 여전히 아이의 아침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살살 깨워서 해지기 전에 산책이라도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