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미 몰로이
‘5월맘’은 브루클린 육아 사이트 회원 중 5월에 출산한 엄마들의 모임이다. 정기적으로 공원 한 켠에서 아기를 동반한 낮 모임을 갖던 멤버들은 보안 기술자 넬의 복직을 앞두고 오랜만에 자유를 누려보고자 각자의 아기들 없이 저녁 모임을 하기로 한다. 무더운 7월 4일 저녁 바에 모여 술을 마시며 해방감을 느끼고 있을 무렵 싱글맘 위니에게 베이비시터 알마를 소개해준 넬은 알마의 전화를 받고 아연실색한다. 위니의 아기 마이더스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소식.
이후 안 그래도 육아로 불안했던 초보 엄마들은 패닉에 빠져 어쩔 줄을 모른다. 모임이 있던 저녁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자책과 술에 취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단편들, 아무래도 수상했던 어느 남자를 찾기 위한 셀프 수사 등의 와중에 서로 몰랐던 비밀이 마구 튀어나온다. 아기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위니의 집으로 뛰어갔던 프랜스, 콜레트, 넬의 비밀들은 서로를 향해서만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아기 실종 사건이라는 소재에 흥분하고 언제라도 마녀 사냥할 준비가 돼있는 언론의 널뛰기에 의해 전국적으로 공개되고 각자 실직과 곤경에 빠지게 된다.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들은 서로를 잘 모른다. 서로의 과거도 모르고 성격도 모르고 경제사정도 모른다. 한 가지 관심사나 처한 상황에 따라 한데 모이고 지지고 볶다가 영영 안 만나기도 하고 끈끈해지기도 한다. 완전한 육아를 위해 정보를 교환하고 격려하는 모임을 만든 이들은 뿔뿔이 흩어질까 끝까지 가게 될까. 이들은 과연 불안과 우울과 충격의 나날 속에서 자기들 앞에 떨어진 충격적 사건의 진실을 함께 마주할 수 있을까.
소설은 아기 실종 사건으로 인해 육아 모임의 멤버 ‘맘’들에게 일어나는 정서 불안과 사회적 비난, 가족의 몰이해에 대해 깨알같이 묘사한다.
불안과 자책이 뒤범벅된 프랜시, 콜레트, 넬은 신경증 환자처럼 형사와 관계자들을 물고 늘어지고, 수사 기밀문서를 훔쳐보며, 멤버들 개인 정보를 해킹한다. 마이더스를 찾고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만 있다면 가능한 무슨 짓이든 할 기세지만 주변에서 미친 사람 취급을 받고 커리어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우왕좌왕하기도 한다.
그 날 저녁 바에서 술잔을 들고 흥에 겨워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언론을 타게 되면서 아기를 잃은 엄마 위니는 물론 이 친구들도 세상에서 가장 무책임한 엄마들로 몰린다. 그냥 잠깐 즐기고 싶었을 뿐인데. 잠시만 아기 없이 자유롭고 싶었을 뿐인데. 언제나 그렇듯 사건을 가지고 가십으로 씹고 뜯고 맛보면서도 대단히 진지한 토론을 하는 양 심각한 표정으로 호들갑을 떠는 tv 프로나 종교계 인사들은 마침 입에 문 먹이를 놓을 생각이 없다.
소설의 제목은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해 육아모임을 하는 엄마들에 대한 풍자일 듯한 느낌을 풍기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아기를 낳아 기르는 엄마들에게 쏟아지는 부당한 멸시와 완고한 훈계와 비난, 집요하게 지켜보는 시선들, 내외적 강박으로 인한 불안한 정서, 엄마들만의 우정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피 한 방울 안 나와도 스릴러로서도 아주 매끈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범인의 독백과 프랜시, 콜레트, 넬의 입장이 번갈아가며 나오는데, 이 세 친구들의 행동과 감정은 이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워하는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부정적 암시를 주고, 범인의 독백은 계속해서 패륜을 암시한다. 사건의 진실에 다가간 후반부에 가서는 작가로부터 한 방 먹었구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카타르시스가 오니 꼭꼭 씹어먹듯 집중해서 성실하게 끝까지 읽을 것.
ps. 등장인물들의 과거 전개에서 실제 사건을 참고했을 것이라 여겨지는 사건이 두 가지 나오는데 하나는 빌 클린턴의 스캔들이고 하나는 정신과 의사의 가스라이팅 성폭력이다. 이 두 경우에 대한 해석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위계를 이용한 함정과 성폭력, 그리고 발뺌의 과정을 단순히 ‘섹스스캔들’로 규정하는 사회에 한 수 알려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