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형인 Aug 30. 2019

소리꾼 갈색지빠귀의 이야기

미국 인디언 이로쿼이 족이 들려주는 도덕적 교훈

Long time ago, birds did not know how to sing, they could only talk like humans.
아주 먼 옛날, 새들은 노래를 할 줄 몰랐고
사람들처럼 말을 하고 다녔다.


오늘은 내가 들은 이야기들 중 이로쿼이 족 사이에 내려오는 전설이자

도덕적 교훈을 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다.


미국 인디언들은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교육 및 학습을 하는데,

그 방법들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지금까지 현존하는 인디언 부족들 대다수는

보통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들에게 들려주거나

부모님이 자식한테 들려주는 형태로 전해진다.

지루한  수학 강의나  글을 들을  지루해하던 아이들이

사랑하는 자기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랑 마주 보게 되고

빛나는 눈으로 귀를 쫑긋 세우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삶의 경험과 지혜를 이야기로 풀어서 들려주는 교육방식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제, 이로쿼이 족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제목은 정확하지 않지만 흔히

"갈색 지빠귀가 덩굴 사이에 은둔하는 이유" 또는

"갈색 지빠귀 노랫소리가 아름다운 이유"로 많이 불다.

(미국에서 열리는 인디언 이야기 대회 등에선 말이지)




아주 오랜 옛날, 새들은 노래를 전혀 할 줄 몰랐고

사람들처럼 대화를 하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르면 한 사람이

숲 속에서 나와 태양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곤 했지요.

그 남자의 목소리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숲 속 동물들도 귀를 쫑긋 세웠어요.


아아, 아름다워라! 아아, 행복해라!


밝고 따듯한 햇살을 쬐어주는 태양에게

아름다운 노래를 바치는

남자를 조물주는 흐뭇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웬일, 저 멀리 나무들을 바라보니

수천 마리 새들이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

노래를 듣고 있었어요!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 나무 위가 바글바글할 정도였지요.

조물주는 의아하게 생각했어요. 다음날 해가 뜰 때도

남자는 여전히 밖에 나와 노래하고 새들은 모여서

듣고 있었어요.

다음, 그다음 날에도 항상 새들은 나와

노래를 감상하며 나날을 보냈어요.

그런 새들을 한참 바라보던 조물주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다음날 아침, 세상의 모든 새들을 불러 모았어요.


새들아. 내 이야기 들어보렴!

 너희들도 이참에 노래하는 법을 배워서

다 같이 노래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게 어떠니?

조물주의 제안을 새들은 긍정으로 생각하였어요.

그는 그들에게 하늘 높은 곳으로 갈수록

더 아름다운 노래를 배울 수 있다 가르쳐 주었지요.


나는 크고 강력한 날개를 가지고 있어.

꼭 제일 높은 곳으로 가서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배워올 거야!


독수리가 의기양양하게 외쳤어요.


다른 새들도 질세라

자기도 높이 날아갈 수 있다고 외쳐대자

독수리는 몸집이 작은 참새들과 벌새, 울새 등을 

바라보며 빈정대었지요.


하하하! 내 크고 멋진 날개를 보렴.

이렇게 작디작은 너희들이

어떻게 최고의 노래를 가질 수 있을까!


조그만 새들 사이에 끼어있던 갈색 지빠귀는

독수리가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고 오기가 생겼어요.

그는 어떻게 하면 저 거만한 독수리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했어요.

음, 제일 높은 곳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아하! 무언가가 생각났나 봐요!

갈색 지빠귀는 독수리를 이길 새로운 계획을 어요!


마침내 새로운 해가 떠오르자 온 세상의 새들은

각자 날개를 펴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기 시작했지요.


푸드덕!

수많은 새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기 시작했지만,

닭들은 지붕 위까지 밖에 못 날아오르고

칠면조들은 높이 펄쩍펄쩍 뛰기까지만 했어요.

참새들과 울새들도 열심히 날아올랐지만

독수리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지요!


독수리는 자신의 힘센 날개를 뽐내며

의기양양하게 새들 무리를 제치고 솟구쳐 올랐어요.

그때 갈색 지빠귀가 독수리 깃털을 힘껏 움켜잡았는데도

그는 자랑하느라 바빠서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하하하! 내가 최고의 노래의 주인이 될 테야!

독수리가 다른 새들을 보고 비아냥거릴 때

갈색 지빠귀는 금세 위로 기어올라

독수리 머리 꼭대기에 있었어요.


날아오른 지 한침 뒤에야 지면에서 듣던 소리보다

더 수많고 다양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독수리는 날아오르면서 그 소리들을 열심히 들었어요.

물론 머리 위에 붙어있는 갈색 지빠귀도 말이지요!


점점 날개에 힘이 빠지고 한계에 다다를 때쯤

독수리는 자신의 성과에 만족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무언가가 자기 머리 위로 피융- 날아올랐어요! 어라?


위를 올려다본 독수리는 눈이 휘둥그레 해졌어요.

그 콩알만 한 갈색 지빠귀가

자기보다 더 높이 있지 말입니다!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독수리는 험악한 얼굴로

부리를 부득부득 갈기 시작했지만

힘이 빠진 탓에 포기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갔어요.

갈색 지빠귀는 모든 힘을 일제히 쏟아 날아올랐어요.


하늘의 끝에 다다를 때쯤,

그는 하늘 끝에 조그만 구멍이 있는 걸 발견했어요.

그는 망설임 없이 그 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날아올랐어요.

순간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리들하고 풍경을 보고

그는 탄성을 지르며 감격했어요.


정말 아름답구나!


그 하늘 끝 구멍 너머는 바로 신들이 살고 있는 천상세계였어요!

바람에 살랑이는 나무, 풀들과 졸졸 흐르는 물.

여러 신들은 신비로운 춤을 추며 노래를 하고 있었고

천계 여기저기 아름답고 다양한 소리로 가득 차 있었어요.


갈색 지빠귀는 천계를 둘러보며

그 소리들 하나하나 빠짐없이

 듣고 나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갔어요.


다음날, 새들이 다 같이 모여서 자신이 배워온 노래들을 각각 내놓기 시작했어요.

칠면조들은 쿠 쿠 쿡 쿠- 하며 외치고,

수탉들은 힘찬 소리로 꼬끼오 오오- 하고 노래했어요.

참새들은 짹짹짹- 거리며 재잘거리고

벌새들은 위이 윙 이잉- 거리며 노래했지요.

숙련된 사냥꾼인 매들은 힘차게 퓌 요 요요 오오요! 하고 우렁차게 노래를 했어요.

모두 다 정말 아름다운 노래들이었어요!


그때 갈색 지빠귀가 새들 앞에 나와서 말했어요.

얘들아! 내 노랫소리 들어볼래?

아주 아름다운 노래를 가져왔어!


그때 지빠귀를 노려보고 있던 독수리가 끼어들었어요.

저 녀석이 내 머리 위에 붙어있다가 더 높이 날아올랐어! 이건 부정행위야!


독수리의 말을 들은 다른 새들은 갈색 지빠귀한테 말했어요.

갈색 지빠귀야.

너는 우리들에게 노래를 들려줄 자격이 없어.

네 노래는 안 들을 거야.


당황한 갈색 지빠귀는 독수리를 가리키며 말했어요.

저 독수리는 우리가 노랫소리를 찾으러 가기 전에 우리들을 놀리며 허풍을 떨었잖아.

한껏 자랑을 하며 우리를 깔본 독수리를

따끔히 혼내준 것뿐이야!


너희도 그때 독수리 말을 듣고 기분 나빴잖아?


다른 새들이 대답했어요. 네 말이 맞아.

독수리는 허풍을 떨고 자랑을 하고 다녔지.

그건  안 좋은 거야.

근데, 허풍 떨고 자랑하는 것보다 부정행위가 더 나쁜 거야!

그래서 우린 네 노랫소리를 들을 이유가 없어.


새들은 일제히 자기 집으로 떠나갔고

갈색 지빠귀는 기분이 매우 매우 안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남은 갈색 지빠귀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어요.

거칠고 울창한 덤불 속으로 말이지요.

그렇게 지빠귀들은 험한 곳에다 집을 짓기 시작하고

수풀 사이로 몸을 숨기며 살게 되었어요.


갈색 지빠귀가 가끔 밖으로 나와 노래를 부를 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노래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어요.




이렇게 해서 말만 할 줄 알았던 새들은

노래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사람들은 해가 뜨는 아침부터

새들의 다양한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특히 자신이 저지른 부정행위로 인해

숨어 사는 갈색 지빠귀들을 만나기 매우 힘들지만,

그의 노랫소리는 여느 새들보다 더 아름답고 뛰어나다고 이로쿼이족들은 말한다.


이렇게 이로쿼이족들 사이에 내려져 오는 옛날이야기는

약 4000개의 소리를 내고 흉내 낼 수 있다는

다재다능한 소리꾼 지빠귀들을 잘 묘사하고

덤으로 허풍과 교만도 나쁘지만

부정행위는 더 나쁘다는 도덕적 교훈도 내어준다.


이러한 식으로 풍부하고 생동감 있게

자연의 시초를 풀어내며 큰 가르침을 주는

 인디언 부족들의 독특한 스토리텔링 

(내가) 푹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이래서 나는 스토리텔링을 좋아하고,  

알맹이가 꽉 찬 인디언 부족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다른 분들께 죄송하지만 미국에서 오래 살아온 나는

한국 전래동화보다

오히려 미국 인디언들의 이야기가  매우 익숙하다.

특히, (개인적인) 미국판 호걸 제로니모를 낳은

용맹한 전사 아파치 부족하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체로키,

이로쿼이, 나바호, 모호크 부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나는 섭리의 근원인 MOTHER EARTH의

지혜와 풍요로움을 발견하게 된다.


*MOTHER EARTH는 땅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자연계를 고귀하게 여기는 인디언 부족들의

제2의 어머니로 불린다.


Be continu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