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하면 극히 호불호가 갈린다지만 그나마 비늘이 옥수수처럼 생기고 옥수수 저장 창고에서 많이 발견되어 콘 스네이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야깃거리는 그나마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물론 첫 빼앰-은 아직 강아지나 고양이만큼 친숙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가족을 들이는 도전은 나에게 신선했다. 새 생명을 책임질 생각을 하고 들인다는 자체가 쉽지 않으나 그에 대한 의미가 컸기에 말이야.
한바탕(?)후 제집으로 들어간 엘리
집을 세팅하고 그 안에 넣기까지 한바탕(?)했지만 이름만 뱀이지 어린 개체라 갓난아기 그 자체였다. 반항은커녕 깜짝 놀라다가 후다다닥 필사적으로 이불속으로 들어가 큼큼거리는 모습이.. 역시 동물도 아기 때 겁이 많은 건 사람이랑 별 차이가 없다는 걸 느꼈다.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루비처럼 빛나는 눈을 뜨고 은신해 있는 엘리를 엘리 집으로 옮기는데 애를 먹었지만 역시 순둥순둥 했다. 뱀도 개체마다 성격이 다 다르다지만 엘리는 톡 쏘거나 히싱(쉭쉭 거리는 행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항상 퇴근후 집에 오면 2-3분정도 저러고 있다.
가족이 된 후로부터 내가 퇴근하면 요 녀석이 빼꼼 나와서 창 너머로 나를 막 바라본다. 바라보다가 내가 가까이 가면 밀당하듯 새침하게 등을 돌려 다시 코코넛 은신처로 들어가 버리는 욘석이.. 서로 익숙해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엘리 덕에 퇴근 후 쌓였던 스트레스가 잠잠해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