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 와보니 하염없이 얼굴을 내미는 엘리. 다시 쪼르륵 들어가길래 마침 물그릇도 더 채워주려고 했다. 조심스럽게 사육장을 열고 물을 갈아주는데 엘리는 열심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현란한 혀놀림과 함께 말야. 뭐가 그리 신기한지.. 풋 하고 웃음이 나왔지만 그때까지도 난 깨닫지 못했다. 두세살의 꼬마아이를 보다가 점깐 한눈 팔면 금새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을. 갓 태어나 불그스름한 아기 배앰 엘리가 훌쩍 사육장을 넘어 방바닥을 열심히 기어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열심인지.. 뽈뽈 기어다니는 엘리가 마냥 신기했다.
먼저 창문을 살짝 열어보니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두어선 어디 틈새나 구멍에 들어가버릴까봐 내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하고 조심스럽게 엘리를 옆으로 들어올리니 갑자기 빼애앰!! 하듯 파닥거리며 빛의 속도로 이불더미(?)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어쩜.. 이리 이불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뭔가 구석진것을 좋아하는건지 모르겠다. 근데 뱀 습성상 후자가 맞는듯하다.
손가락을 칭칭 감고 꼼짝 안하는 엘리,심통난듯 하다.
오냐~ 이불 따뜻하지? 이제 그만 안전한 집에서 쉬렴. 이불은 쫌 더 크면 들어가 있어.. 하고 엘리를 쏘옥 손위에 올리니 뿔난듯 손바닥에 뙤리를 틀고 완두콩만한 머리를 빼꼼 내밀며 날 빤히 응시하는게 아닌가!나도 당황해서 가만히 올려다보니 문득 얻게 된 깨우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