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숫자로 세는 게 아니다

열 친구 두는 것보다 진짜 친구 한 명이면 인생이 달라진다.

by 명형인
"One friend in a lifetime is much; two are many; three are hardly possible."

평생에 한 친구면 상당하다. 둘은 많고, 셋은 거의 불가능하다.
"Truly great friends are hard to find, difficult to leave, and impossible to forget."

진실로 좋은 친구들이란 찾기도 힘들고, 떠나기도 어려우며, 잊는 것도 불가능하다.


나는 27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던 거 같다.

사람들은 나에게 밀물처럼 다가오고 썰물처럼 다시 빠져나가곤 했다.

마치 내가 바닷가에 우뚝 서있는 암초라도 되는 것처럼.


사실 암초라는 사실은 그리 나쁘진 않다. 최소한 밀물 따라 썰물 따라왔다 갔다 하지 않으니까.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다. 그리고 자신은 에너지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한정된 에너지를, 귀한 정신 자원을 어디다 쓸까. 물론 다양한 곳에 쓴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은 친구랑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일이다.

아까 했던 말하고 모순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내 말이 앞뒤가 안 맞다는 말은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친구가 많으면 좋은 일이 많은 만큼 골치 아픈 일도 따르기 마련이니 말이다.


이제 와서 하나 고백할 게 있다. 난 인기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서 친구도 많이 두지 않는다.

그러나 오히려 만족스럽고 행복한 관계를 누리고 있다.

인기가 많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에디슨이 발명에 집중하듯, 파브르가 곤충에 집중하듯, 베토벤이 음악 작곡에 집중하듯 말이다.


나도 나만의 관심사가 있고 그 관심사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서너 명 있다.

내가 미국에서 유학하는 도중 알게 되어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진짜 친구다.

미국에서는 가까운 친구를 친근한 어감인 "buddy"(버디)로 표현한다.

그렇다. 그들은 나의 친애하는 buddy 들이다.

그리고 그들이 존재하기에 난 매우 행복한 사람이라는 걸 느낀다.


오늘 여러분께 나의 친구들을 통해서 내가 얼마나 소확행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고자 한다.

이것도 나의 수많은 두서없는 잡담들 중 하나겠지만 지루하진 않을 테니 좋게 봐주길.


아래의 사진은 내가 약 3년 전에 미국에 있을 때 내 친구에게 별 접기를 가르쳐 주면서 만든 별들이다.

친구의 눈이 참 예뻐서 별 같다고 내가 직접 종이를 접어 만든 별에다가 손수 그녀의 눈을 그려줬었다.

지금도 그 친구의 풍성한 속눈썹 하고 사파이어처럼 푸른 눈동자가 기억에 선하다.

내가 만난 사람 중 눈이 제일 아름다운 친구다. 물론 마음도 아름답지(웃음).

내 친구가 이걸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에 폭풍감동을 받았었다. (눈물이 찔끔 나올 뻔했다)


그리고 그 조그만 별들을 예쁘게 진열해두고 있다고 한다. (사진 속에 숨어있는 종이별 2개)


나의 또 다른 친구는 나랑 생각이 매우 잘 통한다. 또한 나랑 비슷한 코드를 갖고 있어서

웬만한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떠올릴 때가 많은 편. 이게 진정한 텔레파시일까?


[친구와의 대화 내용 번역본]


나: <o/*\o>

나: 이거 무슨 뜻인지 알지?


친구: 하이파이브하는 거네! 아님 퓨전 댄스?

(드래곤볼에 나오는 손오천과 트랭크스의 퓨전 합체)


나: 하하(웃음) 둘 다 맞아.

나: 넌 역시 내 최고의 친구야 XD (신난 얼굴 표정)


친구: 너 보고 싶다야!


나: 나도!



인생에 그냥 친구 열명 스무 명 백 명 두는 것보단 위와 같은 친구를 한두 명 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하다.

친구를 서너 명이나 두고 지금도 계속 연락하고 있는 자체가 행운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야.

그들이랑 같이 우스꽝스러운 농담을 주고받는 것,

서로의 유물(?)을 고이고이 간직하며 애틋함을 느끼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

이건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다.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찾아가는

소확행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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