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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형인 May 14. 2023

다른 사람들은 의외로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

삶의 지혜 - 03

세 번째 이야기의 시작은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뒤집어보고 싶었습니다. 보통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말을 하는 것이 본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설득력이 더욱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하면 듣기 싫은 잔소리로 들리거나 본인에게는 동 떨어진 현실처럼 들리기 일쑤이니까요. 네, 둘 다 같은 맥락이긴 합니다만.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나 자신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지하철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어도 사람들은 그 우스꽝스러움에 신경을 쓸 뿐, 그 사람이 정확히 어떤 본질을 갖고 있는 사람인가에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별 미친놈을 보네! 할 수 있지만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기억에 날 정도로 강렬한 경우는 없을 거예요.


자, 생각해 봅시다. 저도 한때 그랬듯이 세상을 살다 보면 세상은 개개인에게 사회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얻는 부작용 중 하나가 본인보다 유독 남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과연 남이 신경이 너무 쓰이고 남에게 너무 관심이 많아서 그럴까요?


내가 옷을 평소처럼 차려입고 도시 한복판을 걷고 있는데 웬일, 내 옆을 스쳐가듯 지나가는 사람들이 너무 신경이 쓰여서 힐긋힐긋 쳐다보는 경우는 어떤 경우가 있을까요? 그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서 그렇다고 하시는 분들은 이성이 아닌 경우는 별로 없겠지요. 아니면 뭔가 헌팅을 할 땐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 넘어가겠습니다. 내가 이렇게 옷을 차려입었을 때 괜스레 걸어가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신경이 쓰인다면 그 원인은 본인에게 있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본인의 옷 차림새겠죠.


뭔가 자신감이 스멀스멀 하락하고 어깨가 움츠러들 때에는 별거 아닌 일에도 주변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거나 뭔가 행동을 하면 흠칫 한 경험을 해보신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왜 유독 내가 당당하고 자랑스러울 때에는 무엇도 신경이 전혀 쓰이지 않고 어깨가 한껏 움츠러들고 풀이 죽을 때에는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사람이라서 그런 거겠죠?


그런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제 옷차림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 사람보다 옷을 훨씬 잘 차려입을 경우엔 오히려 이유 모를 견제감을 받더라고요. 그럼 그 사람들이 진짜 저에게 관심이 있거나 저를 무언가 신경을 써서 그럴까요? 저도 처음에는 뭔가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그들이 신경이 쓰이는 것은 본인이 어떻게 비치는가, 또는 체면이 얼마나 손상이 되고 누군가가 본인을 흉보거나 수군덕대는 것에 예민해서 그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그런 부분에서 남이 신경 쓰일 때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부질없는 것 같아요.


만약 누군가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인을 신경 쓰게 된다면 그건 되게 일시적인 현상인 경우가 다분합니다. 이렇게 누군가의 행복은 별로 관심이 없고 누군가의 불행이나 안 좋은 사건, 불의에 관심이 많다면 그건 진짜 그 사람에게 쏟는 관심일까? 의문이 들기 시작한 후로부터 저는 조금씩 당당하게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회사 다닐 적에는 상사한테 아주 많이 깨졌습니다. 실력이 부족해서 깨질 때도 있었지만 제가 귀가 안 들리고 행동도 뭔가 느리고 답답하니 뭔가 찐따 같다고 대놓고 넌 친구가 없어서 이러는 거야, 미국에서 친구 하나도 안 사귀어봤지? 쟤는 미국에서도 외톨이로 지낸 거야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솔직히 뭐, 모르겠네요. 그런데 회사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다가 미국인(놈)들이 함께 일해보면 멍청하고 아주 답답한 족속들이라고 미국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으신 어느 분이 미국사람들을 대놓고 욕을 하는 경우는 보았습니다. 하하 마침 제가 딱 그 미국 놈이네요! 사실 제가 미국에서 살았을 때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에게 바다 건너 크리스마스 편지를 5년째 보내주는 친구도 있고 페이스북 메시지로 연락을 하는 친구와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연락을 간간히 나누는 친구가 몇 명 있습니다. 이건 진짜 친하고 소중한 친구 사이에서만 가능하죠.


제가 그런 사람들을 신경을 썼을까요? 별 신경이 안 쓰이더라고요, 저는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찐따가 아니었으니까요. 한국 유학생들이랑은 잘 안 맞아서 어울리지 못했지만 오히려 영어권 애들하고 잘 어울리고 불편함 없이 지냈습니다. 그뿐입니다. 그런데 제가 한국 유학생들이랑 잘 못 어울리고 11년 넘는 시간을 영어권 친구들이랑 어울리다 보니 그 특유의 느낌이 저에게 상당히 배었을 거예요. 얼굴은 한국 놈인데 속은 영락없는 미국 놈이니까요.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회사사람들 입장에서는 제가 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알고 있어서 그렇게 신경은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불쾌하더군요. 불쾌함을 표현해 봤자 들을 사람들이 아니라 표현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몇 번을 화장실로 달려가서 목 놓고 엉엉 운 적은 있었습니다. 눈물도 시간이 흐르니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깨져도 그냥 눈물 쏙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전히 묵묵히 일하니까 이제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맹하다고 합니다. 제가 회사뿐만 아니라 어딘가에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사람들이 저에게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너 내 말 이해 못 했지? 다시 쉽게 설명해 줄까?"입니다. 제가 이해가 안 된다고 한 적도 없는데 말이에요. 정작 진짜 대화가 어긋나는 경우는 대표님이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결과물을 내놓으면 이게 원하는 디자인이 아닌 경우가 다분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꼭 이런 쪽으로 흘러가길래 제가 너무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제가 들은 이유는 제 예상을 빗나갔어요.


저를 보면 뭔가 업무 이외에는 말수가 별로 없고 보면 자주 까이니 이게 원체 맹한 사람이라 그런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회사 사람들도 열심히 찐따라고 하더니 이제는 내가 맹하다고 화제를 바꾸는 걸 보면 그런 구석이 있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그렇게 그냥 의도치 않게 찐따에다가 맹한 사람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회사를 다니다 보니까 이제는 뭐 저보고 디자인 파괴자라고 하네요. 알고 보면 제가 배우면 진짜 흡수를 하듯 잘 배우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그냥 디자인을 파괴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어요. 여러분, 진짜 맹해서 맹한 사람이 가르쳐주면 하나에서 열을 배우고 그럴 수 있습니까? 맹해 보일 뿐 맹하지 않아서 그런 거겠죠, 그리고 제가 그때 일러스트 업무를 주로 했기에 일러스트는 잘한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결국 회사 사람들은 이제 제가 일러스트를 잘하는데 디자인은 말 그대로 똥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앞 뒤가 너무 안 맞습니다.


이렇게 이제 맹한 사람에서 엉겁결 탈출을 하고 이젠 디자인 파괴자가 되기까지 이른 저는 회사에선 별말을 안 하고 평소처럼 다니면서 깨지고, 배움을 얻길 반복을 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그냥 생각 없이 다니지 않았습니다. 속으로는 회사 퇴사를 염두에 두고 다녔고, 실제로 대표님께 회사를 퇴사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따로 대화를 몇 번 나누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돌했습니다. 퇴사를 하려면 다들 눈치를 보고 소리 없이 퇴사를 할 판에 저는 직원들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대표님께는 고려를 하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다만, 그 적기를 잘 잡았습니다.


대표님이 이제 디자인도 그렇게 잘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일러스트는 잘하는데 일러스트는 쓸 곳이 그렇게 많지 않은 나 자신에게 슬슬 신물이 나기 시작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제 대표님도 되게 강하게 나오셨더라고요. 깨지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영혼까지 탈탈탈 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제가 드린 메시지는 "제가 회사에 그렇게 좋은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고 월급을 그냥 소비할 바에 그냥 퇴사를 하겠습니다"이었습니다. 이게 의외로 저에게 퇴사를 나쁘지 않게 무난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 이야기가 그 회사에서 오르내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보통 퇴사할 때까지 온 회사 직원들에게 열심히 까이고 까이는데 저는 그냥 대표님께 열심히 털리고 퇴사를 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지요. 4명 남짓 되는 직원들에게도 열심히 까이면 제가 심신이 성치 않지 않겠습니까! 그럴 바에 그냥 떼굴떼굴 굴러다니는 돌멩이 같은 사람이 되다가 빠져나오는 게 낫지요.


지금은 디자인 외주를 받으면서 먹고사는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지만 제가 이 선택을 하면서 얻은 큰 이점은 디자인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디자인 파괴자에서 디자인을 제대로 차근차근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회사에서 그냥 다른 사람들을 신경을 쓰고 그냥 내가 어떻게 보일지, 상사들이 괜히 너무 신경이 쓰여서 못 살 정도였으면 지금 여기까지 왔을지 상상이 안 갑니다.


지금도 사람들이 보기에 제가 맹해 보인다면 뭐 어떻습니까. 맹해 보이면 그것도 장점으로 치겠습니다. 적어도 처음부터 위압감을 주는 존재보단 훨씬 접근하기 쉽고 다가가기 쉬울 테니까요! 그리고 생각보다 저를 아주 열심히 신경 쓰고 네가 걱정된다며 선심 쓰듯 아주 관심을 쏟는(척하신) 분들은 퇴사 후 별 연락도 안 옵니다. 어떤 분은 자기 회사에서 인원이 부족한데 와서 일하면 어떠냐는 등 인원 충당 차원에서 연락이 왔더군요. 그 이외에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참 이렇습니다. 생각보다 나를 신경 쓰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본인을 신경 써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은 미치광이(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같은 존재)가 아닌 이상 여러분이 평생 만날까 말까 하는 귀인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너무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어차피 제가 뭘 해도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없으니까요. 관심을 보이는 표적은 대부분 "나"가 아니라 어떠한 이벤트, 특정한 사건, 개개인의 욕망 욕구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달은 30대 요즈음입니다.


조금은 당당해져도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당해지세요!


누군가에게 험담을 받거나 까이는 등 불쾌한 일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본인의 인생의 큰 축에는 드지 못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실 것입니다. 이것이 나를 사랑하는 길의 첫걸음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뻔뻔하게 당당해지지는 마세요.

당당함과 뻔뻔함은 엄연히 다른 길입니다.

이 부분은 추후에 한번 제 경험담을 곁들어 세세히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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