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이직했어. 그렇게 가기 싫어했던, 금융회사로."
'엄마, 나 이직했어.'
6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한 엄마에게 처음 건넨 말이었다. 예고편도 없이 들어온 말에도 시큰둥한 반응이던 엄마는, 한참을 생각하는 듯하더니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디로?'
'내가 그렇게 가기 싫어했던, 금융회사.'
진로를 결정하자 마음먹었던 나의 열아홉은 상당히 다이나믹했다. 한-미 FTA로 광우병 사태가 일어났고, 그게 잠잠해지나 싶더니 서브프라임 금융위기가 왔다. 물론 굴러가는 나뭇잎에도 깔깔 웃음이 난다는 수험생이었지만, 매일 신문에서 터지는 이슈들이 흥미 그 자체였다. 재밌으니 눈에 들어왔고, 눈에 들어오니 궁금해졌다. 그래서 관련 자료를 손에 잡히는 대로 읽기 시작했다. 그 뒤로 경제신문은 나에게 삼국지 뺨치는 전략 게임처럼 보였다. 그렇게 전공을 경제학으로 선택했다.
경제학 전공의 선후배와 동기들이 그러했듯, 나도 막연하게 은행이나 증권회사로 취직하겠거니 했다. 그럴 거면, 뭐든 알아야겠지 않겠냐는 생각에 은행도 가 보고, 주식도 사 봤다. 그 경험들은 나에게 큰 충격이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용어에서부터,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설명뿐이었다. 금융상품도 물건을 사는 것과 다를 게 없는데, 제품 설명 페이지와 비교하면 외계어 수준이었다. 나름 공부한 게 있으니 익숙할 거라고 생각했던 생각은 아주 커다란 착각이었다.
금융은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랬으면, 설명서를 그렇게 어려운 용어로 도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단어 선택도 자신들 공급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행동을 기준으로 했을 것이다. 철저하게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쓰인 그 설명문에서, 소비자의 이해 여부는 철저히 네 몫이라는 오만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돌아섰다. 내 속에 남아있던,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없는 영웅심리가 미련 없이 떠날 수 있게 도와줬다. 그래서 나는 금융과는 먼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 일이 천직인 양 앞으로 열심히 달리던 때, 나는 내가 잊고 있던 문제의식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결해나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 'P2P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암호해독 같았던 금융상품 설명문이 생각났다. 그렇게 경제신문을 이해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자료를 읽어나갔던 그때의 마음으로 '피플펀드'의 문을 두드렸다.
많은 P2P 금융업체들 중에서 굳이 '피플펀드'를 선택한 데에는 '보통사람을 위한 보통이 아닌 금융을 만들겠다'는 문구의 힘이 컸다. 재테크 고수가 아닌 보통사람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그렇다고 기존 금융처럼 평범한 것이 아닌 그 이상의 금융을 만들겠다는 것. 누구나 말로는 그럴듯하게 할 수 있지만, 이 회사는 그 말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었다.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계에서, 불합리한 제도와 다투느라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1년을 보낸 회사. 그래서 경쟁사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장하는데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사업철학을 지킨 조금은 미련한 회사. 후발주자가 되더라도, 소비자에게 지금보다 더 발전된 금융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신념으로 싸워온 회사. 피플펀드는 그런 회사였다. 성공을 고객가치에서 찾는 이 회사가 누적 대출액이 몇백 억 원 넘겼다는 다른 어떤 회사들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결단을 내리는 팀원들과 함께라면, 어려운 용어들로 가득했던 금융상품 설명서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렇게 피플펀드에 합류하게 됐다.
물론 금융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금융은 '돈'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돈은 사람의 생활에 가장 밀접한 요소라는 것에 부인할 수 없다. 그만큼 금융서비스는 안전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 한마디로 '전문가의 영역'인 것이다. P2P금융도 기존 금융을 쉽게 바꾸고 있지만, 여전히 진입장벽은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만들고 있는 피플펀드의 금융 서비스를
보다 쉽게 설명하는 금융 통역가가 되기로 했다.
앞으로 금융은 점차 쉬워질 것이다. 쉬워져야 한다.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쉽게 투자하고 대출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비자 중심의 금융시장이라는 이 흐름에 '피플펀드'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 정도 기개는 있어야, 보통사람을 위한 보통이 아닌 금융시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피플펀드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는, 마케터 김 세련입니다.
이 글은 피플펀드와 P2P 금융시장에 던지는 제 출사표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