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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U Oct 11. 2022

능력은 순수하지 않다

능력주의는 과연 공정한가?


 '오로지 능력과 재능만으로 사회/경제적 우위를 차지하는 사회가 공정하다 볼 수 있는가'에 꾸준히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나는 성인이 되자마자 한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바닷가에서, 오로지 학위를 따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처음 학교를 입학하고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어울리며 느낀 점은 소위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의 대다수가 (물론 예외도 있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집안에서 좋은 교육을 받았으며, 부모님의 학위와 직업 역시 부족함 없는 가정에서 자라왔다는 것이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의문스러웠다. 우리 부모님 중 한분은 7형제 중 유일하게 대학을 나와 장학금을 받으며 어렵사리 기업에 입사하셨고 다른 한분은 대학을 갈 수 있는 성적임에도 집안 사정으로 가지 못해 성인이 되자마자 직업시장에 뛰어들었다. 이것이 시대적 현상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이었다.


 아무튼 넉넉한 집안에서 더 좋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한 친구들은 양질의 교육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창문을 열면 고기잡이배와 흙색의 바다가 내다보이는 가정과는 무언가 달랐다. 누구나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되는 수능 덕분에 모든 학생들이 기회의 평등을 갖고 있다 생각했지만, 이는 결코 결과적 평등까지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을 스무 살의 나이에 깨달았다.


 그렇다고 해서 주어진 기회를 동력 삼아 노력으로 능력을 쟁취한 사람들을 마냥 비판할 수는 없다. 또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수성가한 사람 역시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쟁취한 능력이 순수하다   있는가?' 대한 질문의 끈을 놓을  없다. 보통 능력주의 사회에서 능력을 쟁취한 사람들이 쉽게 가질  있는 신념은 '나는 노력했으니까, 쟁취했으니까, 그만큼의 대가를 받아도 마땅해' 같은 일종의 '*자격론'이다. 이런 신념은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험하다. 내가 노력해서  자리까지 올라왔으니 나만큼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보상을 받을  없고, 나는 누군가의 우위에 있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 이러한 생각들이 십시일반 모여 부익부 빈익빈 구조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계급을 견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하위에 두려 하는 무의식에서 비롯된 계급적 사고는, 누군가의 불행이 나의 기회가 되는 세상을 만든다.


 엄밀히 따지면 노력만으로 능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 A는 인기 종목에서 1위를, B는 비인기 종목에서 1위를 했다고 가정했을 때, 보통은 A가 더 큰 보상을 받기 마련이다. 이는 B가 A보다 노력하지 않아서도, A가 B보다 더 노력해서도 아니다. A가 그만큼의 보상을 받는 것은 본인의 노력 때문도 있겠지만 당시 시대가 A가 하는 운동을 인기 종목으로 삼았고 그에 따라 더 큰 보상을 해주는 '사회적 운'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선수 A가 B를 향해 무시할 권리도 없고 선수 B가 A를 보며 분을 삭일 일도 없다.


 능력주의가 사람들을 각자도생 하도록 만들고 극심한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장 이를 해결할 해법이 존재하진 않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난 이상 한정된 자원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 누군가와 경쟁해야 하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처럼 이렇게 한없이 경쟁하며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히 살아가야 하는가?


 물론 가장 필요한 것은 능력주의 구조를 상쇄해 줄 사회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부의 과한 세습을 줄이기 위해 상위층은 사회에 조금 더 환원하는 구조, 하위층에는 자신의 현 상황에 비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생산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구조. 말은 쉽지만 당장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기에는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기필코 이는 국가가 떠맡아야 할 과제다. 능력주의라는 명목 하에 살아갈 책임과 권리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건 사회 구조가 붕괴되는 초석이 될 것이다. 더불어 개인인 우리 역시도 언제나 능력주의를 경계하고,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구조가 불공정함을 직시하면서 이를 바꾸기 위한 해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또한 공동체적 사고를 통해 나의 성공은 사회로부터 온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해야한다. 이런 태도가 중요한 이유는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동체가 존중된다면 사회적 계급이 존재할지라도 개인의 삶이 부정 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능력주의는 공정하다 볼 수 없지만 외면할 수 없는 사회 현상인 만큼, 국가의 제도적 / 개인의 이념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자격론 : 그냥 내가 지은 어휘임.









참고 기사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은 없다···‘능력주의’는 불평등을 키울 뿐

https://bit.ly/3oW4xFF 


참고 서적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글 연재 패턴

1주차 - 신문 기사나 사설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글을 씁니다. (본문 글은 여기에 해당)

2주차 - 하나의 키워드를 설정하여 자유롭게 에세이 형식의 논픽션 글을 씁니다.

3주차 - 하나의 상황을 설정하여 자유롭게 소설 형식의 픽션 글을 씁니다.

4주차 - 콘텐츠 (영화, 드라마, 도서, 영상 콘텐츠 등) 를 보고 느낀 감상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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