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 담긴 직업윤리
여러 직업들이 언젠간 기계에 의해 대체될 거라지만 그럼에도 인간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속 설리 기장이 155명의 승객을 살린 것은 단지 기적이 아니라, 한 사람의 직업의식이었음을. 24분의 시간 동안 가장 중요했던 건 설리 기장의 선택이 빛난 35초의 짧은 찰나였음을.
우리는 인간으로서 사회라는 울타리 안의 생을 지속하기 위해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간다. 단지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건 누군가의 업에 의해 도움을 받기 때문이고, 그에 상응하게 우리도 누군가를 돕기 위해 업을 행한다. (물론 요즘 시대에 직업의 의미에 타인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
설리 기장의 관점에서 어떤 행동이 옳은지 생각해 보자.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한명이라도 더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능력껏 각자도생해 살아남는 것, 앞장서서 결정을 내리고 후방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빠져나갈 때까지 확인하는 희생을 치러 최대한의 인원을 살리는 것. 물론 우리 모두에겐 스스로의 목숨이 1순위니까 무엇이 정답이라 말하긴 어렵겠다. 하지만 개인의 관점이 아닌 공동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후자가 옳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
영화의 말미에는 실제 설리 기장과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들이 나와 (해당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되었다) 그날의 일을 회상하고 또 서로에게 감사를 표한다. 만약 설리 기장이 당시 각자도생 하는 선택을 내렸더라면 설령 생존하였더라도 승객들은 평생 당시의 기억을 끔찍이 여기며 살아갈 것이고, 그중 몇몇은 자신의 업을 행할 때도 타인을 위한 행동은 부질없는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리 기장의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들은 그의 사명감을 평생 기억하고 또 올바른 직업의식으로 다른 누군가를 도와주고자 했을 확률이 높다. 누군가의 선의로 인해 내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던 경험을 했으니까. 그리고 설리 기장도 결국에는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것이고 그도 언젠간 타인으로부터 기적적인 도움을 받을지 모른다.
하는 일에 비해 받는 보상이 부족하다 느껴지고, 이직만을 바라보다가 일주일이 금방 가기도 하고, 아니 우리는 건물주를 꿈꾸며 평생 돈 많은 백수로 살고 싶어 한다. 시대는 우리가 직업적 사명감을 느끼기 어렵도록 만든다. 우리가 시대를 바꿀 수는 없으니 관점을 조금만 바꿔 볼까. 일을 하는 이유를 나의 내부에서 찾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함이라 생각해 보자. 내가 한 일로 인해 누군가 진심으로 즐거움을 느끼고, 누군가의 삶은 편리해질 수 있다. 때로는 그것이 누군가의 목숨을 살리거나 삶을 통째로 바꿀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일을 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우리 모두 사회를 구하는 영웅처럼, 당당하게 보람차게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가짐이라도 이렇게 가져보자는 거다. 그리고 멋지게 얘기하기.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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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넷플릭스와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구매하여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
글 연재 패턴
1주차 - 신문 기사나 사설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 현안에 대해 글을 씁니다.
2주차 - 하나의 키워드를 설정하여 자유롭게 에세이 형식의 논픽션 글을 씁니다.
3주차 - 하나의 상황을 설정하여 자유롭게 소설 형식의 픽션 글을 씁니다.
4주차 - 콘텐츠 (영화, 드라마, 도서, 영상 콘텐츠 등) 를 보고 느낀 감상을 글로 씁니다. (본문 글은 여기에 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