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들은 뉴진스에 열광할까?
다시는 오기 힘들 거라 생각했던 아이돌 '열풍'이 뉴진스를 통해 또 한 번 찾아왔다.
왜 사람들은 뉴진스에 열광하는가-엔 수십 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한 가지 관점에 집중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바로 '뻔함의 뻔하지 않음'
뻔하지 않은 방법으로 뻔함을 말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아이돌 시장은 특히 트렌드에 민감하다. 안무 챌린지가 유행하자 수많은 챌린지 콘텐츠들이 쏟아진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전략도 성공했다 하면 금세 뻔한 방식과 뻔한 작법이 되어버리기 일쑤다. 어느 순간 그룹만의 특별한 메시지와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만이 진정한 팬덤으로서의 유대감을 느끼는 과정은 아이돌 시장에서 극히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작용했다.
이때 복잡한 그룹의 메시지와 세계관에 지친 대중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진다. '세계관? 메시지?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그냥 즐겁게 해 줄게, 친구가 되자!' 정확히 뉴진스의 Hype Boy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생각이었다. 복잡한 것들은 치우고 예쁘고 감각적인, 그야말로 시각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의 디테일을 가꾸었다. 덕분에 뉴진스와 친구가 된 대중들은 스스로 미감이 뛰어나고 트렌디한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너무나 손쉽게 나의 취향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 역시 복잡하고 어려운 것들은 모두 덜어냈다. 세계관으로 점철된 노래의 가사들을 지우고 그룹만의 메시지를 억지로 담으려 하지도 않았다. 10대 소녀들만의 솔직한 감성을 직관적으로 가사와 멜로디에 담았다. 어렵거나 획기적인 장르를 차용한 것도 아니다. 수록된 곡들은 전반적으로 장소, 시간, 계절을 크게 타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이지리스닝이다. 어떻게 보면 뻔하고 쉽게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법을 택했다.
마케팅 방법은 뻔하지 않았다. 보통 새로운 그룹이 등장하면 순차적으로 티저 격 콘텐츠를 공개한 후 발매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 마련이다. 특히 신인의 경우 발매와 동시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해야 화력을 한데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도어는 발매 전 그룹을 세상에 공개하는 콘텐츠로 제일 먼저 뮤직비디오를 오픈하였고, 수록곡 포함 네 곡 모두 뮤비로 제작해 콘텐츠 하나로 뉴진스가 어떤 그룹인지를 임팩트 있게 보여주었다. 사실 여기서 그쳤다면 큰 주목도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룹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수단으로 (민희진 표) 디자인을 적극 활용했다. 그룹을 처음 접하는 대중들은 대부분 시각적 요소들을 먼저 접하게 되는데, 뉴진스의 경우 어떤 점들을 보여줄 수 있는 그룹인지 단박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보통 아이돌의 로고는 대표적으로 하나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뉴진스의 경우 트렌드에 맞게 여러 디자인을 시도해 수준급의 제작물 형태로 공개하였다. 티저 콘텐츠 역시도 단순히 하나의 이미지나 하나의 영상이 아니라 모션 그래픽을 활용해 새롭게 혼합된 형태의 제작물로서 공개했다. 나아가 Y2K 트렌드에 똑똑한 타이밍으로 편승한 부분도 있다. 이는 기존 아이돌과는 차별점을 두며 동시에 얼마나 콘텐츠 하나하나 공을 들였는지 보여줄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자연스럽게 대중들은 뉴진스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단순 아이돌 소비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 하나의 제작물을 소비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한 공식 애플리케이션 'Phoning' 출시, 가방의 형태를 띤 피지컬 음반 출시 등 여러 방면에서 뻔하지 않은 기로를 걸었다.
특정 취향에 공감하는 팬덤을 구축하기 위해, 독보적인 그룹만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그룹들과는 다소 반대되는 행보다. 그래서 더욱이 대중성을 확보하기 용이했을지 모른다. 뉴진스와 어도어가 그 어디에도 없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인 건 아니라 생각한다. 획기적인 작법을 내놓았기보단 기존에 존재하는 작법을 살짝 비틀었더니 대중에게 획기적으로 느껴진 것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작하고 싶고, 민희진 디렉터 같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근래에 더 많아졌을 것이다. 나 역시도 세상엔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고픈 욕심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만이 획기적인 게 아니라, 너도나도 다 하는 방법을 살짝 비틀어 보는 것 역시 새로움을 창작하는 하나의 방법임을 깨달았다.
비틀어 보고 뒤집어 보고 바꾸어 보며 유연하게 생각하기, 그곳에서부터 새로움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