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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U Jan 27. 2023

1월 콘텐츠 월말정산 (영화, 드라마편)

2023년 1월에 내가 본 것들.

나의 주요 과업 중에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이 있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콘텐츠와 친해져야 한다.

올해 초 세운 목표는 영화/드라마 100편, 도서 30권 이상을 보는 것인데 목표에 발맞추기 위해 기록해 본다.


1. 영화

런 (2020)

- 아니쉬 차칸티 감독

- 사라 폴슨, 키에라 앨런 주연

-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 90분

- NETFILX

★★★


가장 안전했던 그곳이 가장 위험한 공간이 된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외딴집에서 엄마와 함께 살며 일상을 보내는 ‘클로이’. 딸을 사랑으로 돌보는 엄마 덕분에 힘들지만 매일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식탁에 놓인 장바구니에서 하나의 물건을 발견하게 되고 믿었던 모든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영화 <서치>로 유명해진 아니쉬 차칸티 감독의 복귀작. 짧은 러닝타임이니 가볍게 볼 수 있겠다 싶었고, 사라 폴슨의 살기 깃든 연기도 오랜만에 보고 싶어 선택했던 영화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주인공 '클로이'는 휠체어를 타고 외딴집에서 엄마와 단둘이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엄마의 물건으로 인해 클로이는 지금껏 자신이 살아왔던 인생에 대해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시놉시스만 봐도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얼추 예상이 가지만 그럼에도 두 주연 배우의 액팅은 시종일관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마지막까지 텐션을 놓지 않는다. 다 널 위해서라는 엄마의 말이 이토록 섬뜻하게 들릴 수가 있을까. <서치>의 신선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사라 폴슨의 아메리칸 호러식 연기를 오랜만에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관람에 임한다면 실패 없는 작품이 될 것이다.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2)

- 요아킴 트리에 감독

- 레나테 레인스베, 앤더스 다니엘슨 리 주연

- 멜로, 로맨스 장르

- 128분

- TVING

★★★★


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 나간다.

프롤로그, 에필로그와 12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영화. 의학을 공부하던 모범생 율리에가 자신이 원하는 사진 일을 하게 되고 만화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담았다.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 성과를 내는 명석한 사람이었고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낼 줄 아는 현명한 사람이었고 다양한 외부적 압력에서 자신을 지킬 줄 아는 지혜로운 여성이었던 율리에. 그러나 이런 율리에도 불완전한 인간이었을뿐더러 사랑할 땐 누구보다 최악이 되었다. 하나를 지키기 위해 하나를 내어줘야 하는 것이 순리이기에 인간은 결코 완전할 수 없는 존재다. 율리에의 모든 선택은 나쁘게 말하면 최악이지만 좋게 말하면 최선이었고, 이 당연한 말처럼 모든 이의 선택지엔 완전한 정답은 없다. 차분한 전개를 따라 율리에의 젊은 나날들을 조망하다 보면 마침내 나의 젊은 날을 돌아보게 된다.




3000년의 기다림 (2023)

- 조지 밀러 감독

- 틸다 스윈튼, 이드리스 엘바 주연

- 멜로, 로맨스 장르

- 108분

- 롯데시네마 롯데월드타워점

★★★☆


세상 모든 이야기에 통달한 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튼)가 우연히 소원을 이뤄주는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를 깨워낸다. 그녀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세 번. 마음속 가장 깊은 곳, 가장 오랫동안 바라온 소원을 말할 것!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의 메가폰을 잡았던 조지 밀러 감독의 신작이다. 틸다 스윈튼의 강렬한 캐릭터성과 몽환적이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전개를 담고 있는 예고편에 이끌려 극장을 찾게 되었다. 가뜩이나 스크린 점유율도 낮아 상영관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영화는 줄곧 '이야기'로 구성된다. 이게 무슨 당연한 소리냐 싶겠지만, 말 그대로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서사학자 알리테아가 우연히 정령 지니를 깨워내고 3000년간 지니가 겪었던 이야기를 듣고 이에 매료되며 진정한 나 자신을 찾게 되는 스토리가 핵심이다. 단지 "나를 사랑해 줘!"라는 말보다 "시바 여왕과 천재 제프리에게 준 사랑을 나에게도 줘"라는 말이 더 와닿는 것처럼, 분명 스토리텔링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영화와 드라마와 책을 사랑하는 이유 아닐까.



빽 투더 퓨쳐 (1987)

- 로버트 저메스 감독

- 마이클 J. 폭스, 크리스토퍼 로이드 주연

- SF 장르

- 120분

- 넷플릭스

★★★★


힐 밸리(Hill Valley)에 사는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는 로큰롤, 스케이트보드, 그리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명랑 쾌활한 고교생으로, 아버지 죠지와 어머니 로레인, 그리고 형과 누나가 있는 가정의 평범한 청소년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괴상한 발명가 에메트 브라운 박사가 스포츠카 드로리안(DeLorean)을 개조해 타임머신을 만들지만, 뜻밖의 사고로 브라운 박사가 테러범들에게 총을 맞고 위험해진 마티는 급기야 30년 전으로 간다.

말하자니 웃기지만 흔히 '명작'이라고 칭해지는 영화를 보고 싶었다. '내가 이 영활 아직도 안 봤다고?!'라는 생각이 들 작품. 그래서 선택한 이 영화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무려 1987년에! 타임루프와 날아다니는 자동차에 상상력을 불어넣어 비주얼라이징했다. 다소 투박한 CG임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이는 놀라운 시각적 구현이라는 사실이 실감됐다. 흔히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 스스로 삶에 개입하게 되고 그로 인해 현재의 삶에 영향이 가게 되는 플로우의 많은 영화들이, 빽 투더 퓨쳐에서 영감을 받지 않았을까. 그만큼 고전적이고 오래도록 회자되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30년의 침묵이 꽤나 멋졌던 브라운 박사에게 진한 감동을 느끼며, 새삼 왜 영화나 드라마 속 박사들은 '브라운'이라는 이름을 많이 사용하는지 궁금해졌다.



흐르는 강물처럼 (1993)

- 로버트 레드포드 감독

- 브래드 피트, 크레이그 셰퍼 주연

- 드라마 장르

- 123분

- 넷플릭스

★★★☆


목사 리버런드 맥클레인은 아들 노만과 폴, 부인과 함께 몬태나주 강가의 교회에 살면서 낚시를 종교처럼 소중히 여기고 즐긴다. 아버지에게 낚시를 배운 노만과 폴도 어린 시절부터 낚시를 좋아한다. 신중하고 지적인 노만과 자유분방한 폴은 우애가 깊으면서도 경쟁적인 관계이다. 세월이 흘러 장성한 두 형제는 각기 다른 사회적 지위를 얻으며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이 영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강가의 윤슬이다. 흐르는 강물처럼 잔잔하고 굴곡 없는 이 영화는 19세기 미국 몬테나 목사 가정의 두 형제 이야기를 담는다. 형제의 일생을 훑고 지나가는, 평범하지만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다운 소설 같았다. 그저 흐르는 강물에 미끼를 던져 플라이 낚시를 하는 것이 형제의 삶을 관통하는 경건한 취미였고, 평화로운 강 낚시처럼 형과 동생의 관계는 절절하지도 얄궂지도 않은 딱 적당한 온도였다. 같은 환경에서 자라왔지만 다른 천성을 갖고 태어난 형과 동생은 커가며 정반대의 가치관을 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어릴 적부터 함께 해온 낚시를 통해 서로 교감하고 이해한다. 아버지의 설교 중 이런 말이 있다. "누군갈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완전히 사랑할 순 있다." 마치 형제의 관계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말 같았다. 맞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갖고 살아가는 인간이다.




2.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1 (2022)

- 김은숙 극본, 안길호 연출

- 송혜교, 임지연, 염혜란 주연

- 8부작

- 넷플릭스

★★★☆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요즘 한창 뜨거운 감자인 드라마 더 글로리. 한창 자아를 찾기에도 버거운 청소년 시절, 나 스스로에게도 엄격한 혼란의 격동기. 이 시기를 누구보다 힘겹게 겪고 있을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시리다. 돈, 집안, 외모, 성적.. 아니면 이유 모를 타깃이 되어 괴롭힘을 받고 있을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기에 더 글로리의 가장 큰 성과는 익숙해져 버린 '학교폭력'이라는 단어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려준 점이 아닐까. 여행 크리에이터로 사랑을 받고 있는 '곽튜브'는 최근 유퀴즈에 출연해 과거 학교폭력 피해자였던 기억에 대해 어렵사리 운을 띄운다. 단 한 명의 아이라도 고통받지 않도록 회자시키고 또 회자시켜 사회의 침묵과 방관을 경계하기 위해, 많은 과거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단 점은 고무적이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하겠다만 잦은 욕설과 자극적인 소재들은 여전히 눈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는 숏폼의 형태로 재가공되어 여러 SNS 플랫폼에서 아이들에게 그대로 노출되며 유희거리로 소비되고 있다. 참으로도 아이러니하다.



술꾼도시여자들2 (2022)

- 위소영 극본, 박수원 연출

- 정은지, 이선빈, 한선화 주연

- 12부작

- TVING

★★★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본격 '기승전술' 드라마, 그 두 번째 이야기

우정, 사랑,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는 언제나 쌍수 들고 환영이다. 도시의 여성들이 갑자기 산속으로 들어가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도 재밌고 그로 인해 빈털터리가 되어 돌아와 오래된 빌라에서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것도 좋다. 각자의 일터에서 좋은 인연들을 만나 자신들의 세계를 단단히 구축해 나가는 것은 꽤 감동적이며, 특히 세 주인공의 어머니 에피소드들은 비로소 나를 눈물짓게 했다. 어쩌다 지구가 아기를 돌보게 된 사건을 통해 이들이 자신들만의 세계에 갇혀있지 않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성숙한 친구들임을 보았다. 서로가 아니면 절대 안 될 것 같았던 눈물겨운 우정은 각자의 홀로서기를 통해 더 성장하고 더 단단해진다. 굳이 시즌 1과 비교하며 보지 않았다. 그저 지연, 지구, 소희의 우정을 응원하며 시즌 2를 후련하게 보내주었다.



이렇게 5편의 영화, 2편의 드라마를 적립 완료했다.

이야기의 힘은 위대하다. 각자의 이야기는 다양한 모양과 형태로 내 마음속에 깊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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