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 2상: 풍경, 풍상, 진상의 공존과 기록
전북 김제군에 광활면이 있다. 군산과 부안 사이에 반도처럼 황해로 돌출된 땅이다....
- 전북 군산시 옥구 염전에서 출발하는 자전거는 만경강 하구를 따라 강을 거슬러 올라가서 만경대교를 건너고 만경평야를 건너고 다시 만경강 하구를 따라 내려와서 전부 김제시 심포리 갯가로 이어진다. 군산에서 김제를 거쳐 부안에 이르는 만경강, 동진강 하구 언저리는 100킬로미터에 달하는 해안선 전체가 갯벌이다.
-심포리 바닷가에서 만경강은 동진강과 만나 바다와 합쳐지는데, 달이 물을 깊이 빨아당기는 사리건조의 만경강 하구에서 바다는 물의 바다가 아니라 갯벌의 바다였다. <자전거 여행>
-만경강은 아직도 자유파행(自由跛行)하는 강이다. 강은 댐이나 제방으로 막히지 않아서 넓은 들을 이리저리 굽이치면서 흐른다. 만경강은 유역을 넓게 적시면서 아득한 갯벌을 펼친다. 이 갯벌은 가을이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베리아로 날아가는 도요새들의 중간 기착지이고, 여기서 오랜 세월을 염전에 소금을 일구어 살아온 사람들이 고향이다.
새만금의 물막이 공사가 끝나면 갯벌이 모두 사라져서 소금 일을 하던 사람들을 고향을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 새만금방조제는 만경강 어귀를 반쯤 가로막으면서 다가오고 있다. 동글조개는 그 껍데기에 나이테를 갖는다. 나무는 1년에 한 번씩 나이테를 쌓아가지만, 동글조개는 매일매일의 밀물과 썰물의 흔들림을 그 껍데기 위에 새겨간다. 그 자취가 쌓여서 조개의 나이테를 이룬다. 염전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고향의 세월이 조개껍데기의 나이테처럼 새겨져 있었다.
새만금 간척공사가 다시 시작되어서 이 갯벌은 매몰될 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운동 단체들이 이 갯벌을 지키기 위해 바닷가에 장승을 세웠다. 장승은 바다를 향해 노한 울음을 누는데, 간척공사의 제방은 자꾸만 바다쪽으로 길어져간다. <라면을 끓이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1년 동안 새만금은 총 30개 기업, 6조 576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2013년 새만금청이 개청한 이래의 실적 4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그 숲에 들어갔던 사람들은 울면서 나왔다.
나무가 하나씩 잘려나갈 때마다
옆에 있던 나무들이
입을 막고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나무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땅을 짚고 통곡을 했고
어떤 나무는 겁에 질려 드러눕고 말았으며
어떤 나무는 대신 나를 잘라라고 소리쳤으며
어떤 나무는 두 손으로 귀를 잡고 하염없이 울었으며
어떤 나무는 나무를 끌어안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람들은 그 숲으로 갔다.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 이난영.
사람들은 그 숲으로 갔다.
아직 남아있는 숲의 어두움을 쫓아
그 어두움 속으로 날아드는 새들을 따라
사람들은 그 숲으로 갔다.
숲에 서식하는 멸종 위기의 새 사진을 멀리서라도 찍으면 숲을 살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숲의 곳곳을 다녔던 사람, 깜박하고 잠이 든 사이 그토록 기다렸던 새는 모두 다녀갔는데.
사람들은 그 숲에서 나무를 끌어안고 서로를 끌어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