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카르텔을 꿈꾸며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가까운 사람이 이득을 보았을 때 시기심이 느껴지는 마음을 빗댄 속담이다. 왜 이런 속담이 생기게 되었을까? 사촌이 땅을 사는데 배가 아픈 이유는 주로 비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사촌이 전교 1등을 했다. "그럼 넌 뭐했니?"
친구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럼 넌 뭐했니?"가 따라붙으니까 타인의 성공을 온전히 축하해줄 수 없는게 아닐까.
타인과 나를 비교하게 되는 순간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비교는 불씨가 되어 나의 초조함을 태우고 내 세상은 뿌옇게 변해버린다. 그 안에서는 타인의 성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거나 축하해줄 수 없다. 내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불안해진다. 어쩌면 땅을 산 사촌이 부럽고 미워진다.
'나한테는 왜 그런 기회가 안오는 거야? 사촌이 땅을 사지 않았다면 난 불안해하지 않았을 텐데!'
타인의 성공이 나의 감정들에 의해 이런 저런 모양으로 일그러진다.
가까운 이의 성공 앞에서만큼은 순백의 하얀 뇌를 지니고 싶다. 모든 것이 블러 처리되고 온전히 내가 애정 하는 이들의 성공만이 두드러지는 효과가 나에게 적용되었으면 한다.
사실 사촌이 그 땅을 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안다면 마냥 부러워만 할 수도 없다. 분명 그 성취에 내가 모르는 노력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노력은 적게 하고 성공은 크게 얻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지만 온 세상이 그런 과정으로 굴러간다면 여간 억울할지도 모른다.
사실 내 세상은 부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평균보다 가지지 못했지만 내 주위엔 평균을 훌쩍 뛰어넘도록 가진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간극에 텅텅 빈 공간만큼 부러움이 찼다. 내가 만들었거나 만들어졌거나 하는 부러움의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숨이 턱 막힐 때도 있었다. 알싸하게 배 아픈 날들이 날 괴롭혔다.
그렇지만 요즘의 나는 이 세상에서도 개운하게 숨을 쉴 수 있다. 부러움이 질소에서 산소로 바뀐 것 같다고 생각한다. 부러움으로 가득 찬 배를 쥐고 아파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하다.
누군가의 성공에 불안해하지 않으려면 비교하지 않는 습관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비교하지 않으면 초조해질 필요가 없고, 초조하지 않으면 배 아파질 이유도 없다. 비교의 늪에 빠지면 영영 빠져나올 수가 없다. 세상에 비교할 것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그러니 지루하고 답 없는 습관은 그만두는 편이 낫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우리에게는 각자의 지구가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누구나 다른 속도로 걸어가고 있고, 누구나 다른 계절을 보내고 있다. 영 앤 리치가 선망되는 현실이지만 모두가 어릴 때 성공할 수는 없다. 나는 나만의 노력으로 걸어가고 있으니 타인의 땅을 부러워하거나 시기 질투를 느낄 이유도 없다. 그저 타인의 성취를 보고 배우는 편이 나를 더 빠르게 성장시켜줄 수 있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 주위에 성공한 사람들이 더욱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함께 성장하고 성공하고 자리를 잡아 서로의 이름과 존재로 어떤 설명 없이도 탁 알아챌 수 있는 그런 자리매김. 너무 근사하고 멋있다. 그렇게 내 주위 모든 이들이 당당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슬픔도 아픔도 모두 성장을 위한 땔감이 되었으면 한다.
누군가가 나를 앞서 나가면 뭐 어떤가?
나는 그저 "나도 곧 따라갈게!" 하고 외치고선 부단히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에 대한 믿음으로 초조한 마음을 물리치고 싶다.
타인의 성공을 시기하는 가난한 마음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고 성장하기 위해, 다 함께 업그레이드되기 위해 나는 우리의 카르텔을 만들고 싶다. 원한다면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는 우리의 카르텔.
서로 손잡고 응원할 수 있는 관계, "곧 따라갈게!" 하고 말할 수 있는 단단함을 가진 우리의 카르텔을 꿈꾼다.
타인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지 못한다면, 주위에 성공을 말하려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라서 내 성공에 초조함을 느끼는 이는 금방 알아채기 마련이고, 그것이 상대의 불안함을 줄여주기 위한 배려이든 순수하게 행복해하지 못하는 상대의 옹졸함에 오는 기피이든 각자의 이유로 행복을 함께 나누려 하지 않게 된다. 행복을 온전히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나는 부디 내 주위에 기쁜 맘으로 자랑하고 싶은 성취와 나누고 싶은 행복을 가진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나의 행복과 타인의 행복이 바쁜 꿀벌들처럼 왔다 갔다 움직이며 즐거운 꽃가루를 흩뿌렸으면 한다. 그러니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난 전혀 부럽지가 않아. 난 괜찮아~!
맥락은 다르지만 오늘의 제목과 마지막 문단은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 노래를 차용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