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독일에 간다. 빠르면 9월, 늦어도 연내엔 출국이다. 연초부터 어느 대학연구소로부터 초청장을 받고 노쇼백신을 맞고 1년 동안 살 집을 알아본다 분주했는데, 이제 입국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는지 며칠 전부턴 '독일생활백서'를 읽는가 하면 회화공부도 하고 국제운전면허증도 발급받고 급기야 자전거까지 배운다고 나섰다. 독일 가면 자전거가 필수라나. 문제는 고등학교 때 한번 타보고 여태껏 자전거를 타 본적이 없단다.
"독일 가면 자전거 없이는 생활을 못한다는데... 나 자전거 배울 수 있을까?"
"그럼, 자동차 운전도 하는데, 자전거야 뭐 어렵지 않지"
"아 진작 배워둘 걸... 나이 50에 새삼스럽게 자전거를 배우겠다고... 이게 뭐 하는 짓인지!"
"괜찮아, 내가 가르쳐줄께"
'그래, 그 나이 되도록 자전거도 안배우고 뭐했나'는 속마음과는 달리, 덜컥 자전거를 가르쳐주겠다는 대답을 해버렸다. 그렇게 주말마다 자전거 레슨이 시작됐다. 마침 독립문 공원이 집앞이라 자전거 연습하기엔 제격이었다. 딸아이와 가끔 한강까지 라이딩을 한 덕에 깔아두었던 '따릉이' 앱을 다시 살렸다. '대여하기'를 눌러 QR 코드를 인식하니 2~3초만에 '띠리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자물쇠가 풀렸다. 세상 참 편리하다.
그런데, 막상 레슨을 하려고 보니 문제가 심각했다. 고등학교 때 한번 타 본 적이 있다는데, 처음 타는 거나 다를 바 없었다. 중심을 못잡는 건 물론이고 핸들 조작이나 페달 밟는 것도 어렵고 키가 작아 자전거에 올라타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불현듯, 신혼 때 자동차 운전을 가르치던 때가 떠올랐다. 그땐 '부부 사이에 운전을 가르치면 안된다'는 금기를 모를 때였다. 조수석에서 계속되는 고함과 잔소리에 와이프는 기분이 상했는 지 급기야 양평동 로터리에 차를 버리고 목동 쪽인지 영등포 쪽인지 그냥 걸어가 버린 적이 있다.
'차는 사고 위험이 있으니 그럴만도 했지, 근데 그땐 20대였고 지금은 50대니 뭐 다시 그럴 일이 있을까?'
다소 걱정은 되었지만 첫째 절대 화를 내지 말 것, 둘째 무조건 칭찬만 할 것 두 가지를 다짐했다. 언젠가 골프를 배운 지 1주일 됐다는, 그런데도 스크린 골프를 한번 쳐보고 싶다는 출입기자를 모시고 가서 무려 143타를 치는 동안 100번 이상 멘트를 바꿔가며 칭찬했던 초인적인 기억을 떠올렸다.
"와~ 처음 타는 거 맞아?!"
"그래 그렇지, 벌써 중심을 잡았어!"
"오~ 자세 나오는데!!"
"이제 다 배웠네!! 혼자서 5미터를 갔어!!!"
절대 놓지 말라는 와이프 뒤에서 안장을 붙잡고 쫓아가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온갖 찬사를 늘어놓았다.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채 30분이 되지 않아 진짜로 혼자서 20미터를 가는 게 아닌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다만, 겁이 너무 많은 게 문제였다. 주변에 사람이 있거나 커브를 돌 때는 무조건 멈춰야 했다. 그거야 익숙해지면 금방 해결될 일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