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코로나에 걸렸어요ㅠ

by 육아와 생각

2022년 3월 24일 목요일


식탁 달력의 3월 24일 칸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어린이집 행사명 위에 갈색 x가 그려져 있었다. 한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매달 세시풍속이나 주제에 맞는 이벤트 행사를 하고 있는데 일정이 다음 주로 미뤄진 모양이다. 그리고 아침에 뭘 입고 가야 할까 고민하다 수요일 대신에 목요일에 한다는 체육수업에 맞춰 체육복을 입혀 보았지만 미리 공지로 체육강사님은 확진되어서 체육수업이 나중에 보충하는 식으로 된다고 알고 있었다. 아침에 어린이집에 잘 갔나 싶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는 오후 3시 반 정도 전화를 하셨다.

'한별이에게 또 무슨 일이 있을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어머니 한별이가 오후 들어 열이 나네요. 집에 돌아가면 잘 지켜봐 주시고 코로나 검사도 해보셔야 할 거예요."

"네..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바로 전화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별이는 돌아왔고 선생님께서 말했던 시점보다 열이 조금 더 올라있었다. 자가 키트를 할까 고민하다 바로 집 근처 소아과 병원으로 갔다. 설마 코로나일까 마음속으로 잠시 고민을 하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성이예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순간 조금 눈물이 날 것도 같았지만 '설마 코로나?'가 '이젠 코로나'로 전환된 만큼 처방받은 약을 약국에서 받아 얼른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금부터는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서 필요시 다른 성분 해열제로 교차 복용을 하면서 밤을 새우는 일이 남아 있었다. 아이는 열이 나는 중에도 씩씩하여 고마웠다. 한별이는 지금까지 돌발진-수족구-폐렴을 경험하였는데 감염병 질환에 대한 생각이 그래도 아이 딴에 있는 듯 차분한 모습이었다. 좀 더 아기였을 때는 밤새 아이 곁을 지켰지만 이번에는 코로나 감염증이기 때문에 가족 세 명이 각자 다른 공간에서 취침하였다. 예쁜 아이는 밤새 잘 이겨냈다.


익일 오전은 오미크론 증상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또래 아이를 가진 엄마들로부터 수집해야 하는 단계였다. 경기도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네 가족이 어린아이들을 포함하여 먼저 확진과 격리 해제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전화통화를 해보았다. 친구는 이러이러한 과정이 있으니 잘 견뎌보라고 했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별이 친구 엄마는 주변에 오미크론을 경험했던 아이 엄마들이 있어서 열 증상에 대해 알려주셨다. 완벽한 엄마는 세상에 없기에 아이를 키우는 데는 주변의 관심과 조언도 끌어와 도움을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확진 판정을 받은 한별이의 엄마 아빠는 남은 할 일이 하나 더 있었다. 엄마 아빠는 동거인이니까 코로나 PCR 검사를 받으러 출발했다. 안에서도 모두 마스크를 벗지 않고 차창을 열어 환기를 하면서.. 차 안에서 한별과 엄마가 대기하고 아빠가 가서 검사를 받고 온 후 다시 엄마가 가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컨테이너 안에서 방호복을 입은 검사자에게 기다란 면봉으로 검사를 받고.. 돌아오는 길에 아빠가 목이 좀 칼칼한 게 느껴진다고 했다. 내일까지는 대기하고 기다릴 수밖에..


토요일에는 아이가 잘 자고 있어 났다. 열은 거의 떨어지고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아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아침부터 놀기 시작한다. 그러나 밤새 책상이 있는 방에서 쭈그리고 잔 나는 잠자리가 바뀐 것을 온몸으로 밤새 느꼈는데 아이 아빠의 양성 판정 문자 소식을 들으며 일어나야 했다. '그럴 줄 알았다..'

자다 깨어 급히 스마트폰 문자를 확인했는데 나는 다행히 음성! 이제부터 또다시 시작이구나. 가족 구성원인 오미크론 원, 투와 한 집에서 1. 자는 시간 빼고 마스크를 항시 착용 2. 동선을 최대한 분리하면서 삼시 세끼를 챙겨준다. (2인은 식탁에서 나는 분리하여 식사) 3. 육아도 병행하면서 엄마는 최대한 감염병 예방 노력을 한다.

나는 또 본의 아니게 이 집의 자가격리 및 본인 감염병 예방 및 육아 및 남편 병간 및 삼시 세 끼를 맡았다. 나는 이틀째 쭈그리고 자기도 하고 피곤하고 속상해서 그냥 자버렸다....


'내일은 한별이 생일인데.. 간단하게라도 오늘 사다 놓아야 하는데.. 마트를 가야 하는데.. 바로 가지도 못하고 이 생각을 오래도 하다 문득 점심에 달랑 먹은 식빵&마요네즈 계란빵이 너무나도 약했다. 아픈 남편인데 든든하게 끼니를 챙겨주지도 못하고 나도 밥은 안 먹었으니 밥값도 못 하고 뭐라도 먹고 정신을 차려야지 하고 배달 찬스를 썼다. 짜잔!! 코로나 감염증은 역시 배달음식으로 이겨내자!! 명언이다. 배달 음식이 아니더라도 먹고 힘내야 하는 병이었다. 배달앱만 있으면 식탁 가득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맛난 고기와 면과 절임류 김치와 쌈채소와 장과 날치알 김 야채 주먹밥과 암튼 코로나에 맞서는 완벽한 지원군들의 향연이었다. 진작에 이 지원군들을 부를걸.. 뭣하러 계란빵을 해 먹었나...ㅠ

정말 먹고 힘이 났다.


베이커리와 마트로 향하는 혼자만의 외출은 마치 어두운 동굴을 나온 자유인의 경쾌한 발걸음이자 천국의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환희의 순간이었다. 오미크론 원, 투는 집에 자가격리 중인데 토요일 밤을 맞은 청년들과 거리 풍경은 나의 축 늘어졌던 어깨를 마사지하듯 자연스럽게 위로 올렸다. 그래! 나도 이 젊은이들로 북적대는 상권에서 꼭 할 일이 있어! 1. 5살 생일 맞은 아이 케이크 사기( 집에 쌓여가는 플라스틱 칼은 환경을 위해서 패스하고 초만 받기) 2. 노란 마트로 고고씽! 고기와 과일과 야채와 유제품과 등등 필요한 것 싹 다 사기!

조금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그 모든 것을 골라 담았다. 장바구니 대신에 가져간 유모차가 꽉 찼다. 물건이 많고 볼거리가 많고 마트 직원들과 사람들이 많으니까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1,2층 모두 돌았으니 이젠 집으로! 들어올 땐 낮이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나올 때는 밤이 되었다. 얼른 집으로 가자!

마지막 오늘의 하이라이트! 한별이는 케이크를 사 온 엄마를 반기며 생일 축하를 하고 바로 케이크를 먹겠다고 한다. 내일인데... 그리고 어린아이의 고 어린이스러운 마음을 아빠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였더니 아이는 또 그렇게 눈물을 짜며 울고 있었다. 못 살아. 아빠는 부드럽게 넘기질 못했다.

"너 매번 이렇게 떼쓰고 이런 식이면 안 받아줘. 아빠가 생일 축하는 푹 자고 일어나서 내일 아침에 하는 거라고 설명해 줬지!"

아이는 엉엉 울다가 안 되겠는지 아빠에게 다가가서 미안해~한다. 이걸로 종결?? 이제 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걸까? 왠지 아닌 것 같았다.

"아빠도 나한테 사과해! 나한테 화를 냈잖아."

"아빠가 언제 화를 냈니? 설명을 해줬지!"

둘의 대응이 팽팽하다. 아이는 계속 '미안해. 하지만 아빠도 나한테 사과해.'를 여러 번 반복하다가 끝내 아빠의 사과와 화해의 말을 듣지 못하자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남편이 평소에 하도 싫어해서 아무 말 안 하다가 이제는 하는 수 없이 개입했다.

"여보 애가 좀 미안하다고 얘기하면 토닥토닥해주고 잘 넘겨."

"난 아이가 잘못된 점을 알려주고 있는 거라고."

남편이 기분 상해하며 내 말을 싫어했다.

" 당신이 지금 애 마음을 하나도 못 읽어주고 있어서 하는 말이야."

" 아이가 사과해 달라고 하는 말은 당신 보고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말이 아니야. 당신한테 자꾸 와서 화해하고 잘 지내고 싶어 하는데 그걸 애 마음 하나 안 읽어주고 계속 거절을 해버리면 어떻게 해?"

나는 아이 아빠에게 설명 및 조금 실망의 마음을 비췄다. 아이가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빠한테 자꾸만 대화를 거절당하자 펑펑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별아 사과라는 말은 그렇게 자주 쓰는 말이 아니야. 상대방한테 갑자기 사과를 하라고 하면 상대방이 싫어할 수 있어. 다음에는 그렇게 말하지 말고 싸운 친구랑 다시 화해하고 싶을 때는 '우리 이제 잘 지내자~'이렇게 말해. 알았지?"

아이는 수긍을 하지 못했다... 엄마의 이 말이 또 속상하다고 한다....ㅠ


아빠와 아이는 이제 거리를 좁혀 눈물을 닦고 잘 준비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이가 금세 잤다. 휴~~~~~~~~~~하루가 길다....어린이 확진 3일차를 보냈고 이제 격리기간 4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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