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게는 극한직업 엄마ㅠ

여유를 못 찾고 짜증을 부리는 엄마

by 육아와 생각

2022년 3월 31일 목요일


남편은 나에게 화가 많다고 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사는 화가 많지 않은 적당한 품성을 가진 주부로 일단 설정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누구나 욱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에 나도 여기에 해당되는 누구나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나는 강력히 생각한다. 그런 누구나도 가끔은 다이너마이트에 불이 붙어 점점 길이가 짧아져가는 도화선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평범한 일인 것 같다. 오늘은 가끔씩 찾아오는 화를 우연히 또 만난 그런 날이었다.

한별이는 7일간의 코로나 자가격리를 무사히 마치고 어린이집에 등원하였다. 정말 다행스럽고 현대의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옛날 조선시대 같았으면 큰 절을 몇 번이나 올렸어야 이 감사함과 은혜로움이 표현이 될지 모를 일이다. 병에서 나았다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커다란 축복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뿐히 이겨낸 별이는 지난 일요일 자가격리를 하면서 집에서 작은 생일 파티를 열었었다. 그리고 오늘은 깨끗하게 나은 몸으로 당당히 어린이집에 입성하여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축하를 한 몸에 받으며 생일파티를 할 예정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지 한별이는 새싹 정류장의 화단 작은 언덕에 올라가 어린이집 버스를 목 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생일파티의 주인공을 태워갈 그 버스를! 잠시 후 bye-bye~집에서 늘 어린이집에 안 가고 싶다고 얘기하면서 갈 때에는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아이인 것을 감안해도 언행불일치가 너무 심하다.. 행동이 일단 본심이겠지..

자가격리를 하루 더 남긴 오미크론 원 남편이 집에 기다리고 있다. 평소에는 남편이 주로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는 데 오늘은 특별히 자가격리 중인 남편을 대신해 내가! 이 정도야 문제없지. 가뿐히 성공. 집에 들어가면 세탁물, 청소, 학습지 고객센터 문의 등등 이놈의 줄줄이 사탕들!! 세탁물을 개고 하는데 남편이 코로나 생활지원금 신청을 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아하~그런 것도 있구나. 자가격리 통지서, 신분증, 통장사본 챙길 필요서류를 체크하고 집 근처 바로 코앞 행복주민센터에 방문하였다. 역시 사람들이 입구에서부터 신청서를 쓰고 있다. 나도 앉아서 작성하라는 서류를 적고 필요서류를 준비하여 이메일 전송을 하고. 세 명의 친절한 담당 공무원 분들을 거쳐 신청 완료!! 끝분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다음은 집으로 그냥 돌아가지 말고 스마트하게 집에 있는 남편 점심을 근처 상권에서 포장해서 들어가기. 봄냉이 우삼겹 된장찌개 세트, 수비드 닭가슴살 샐러드, 보틀 커피 구입 완료! 포장메뉴 전문매장인 그곳 안에서는 12시가 가까워오면서 각종 배달앱에서 주문이 쏟아져 밀려오고 있었다. 금세 뚝딱 만들어진 맛있는 한 끼를 손에 들고 다른 손에 커피도 들고 집으로 또다시 고고씽. 내 옆을 지나가는 초등학생 자녀와 아빠는 함께 집에 돌아가는 하굣길인지 가방을 메고 있고 안타깝게도 또 그 코로나 검사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제발 세상 모든 코로나가 물러갈 준비를 하고 있기를!


집에 돌아와 포장 도시락을 바로 열어 점심을 먹으라고 했다. 방 안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는지 영화를 고르고 있었는지 하던 바를 멈추고 벌써 점심을 먹냐며 싫지 않은 듯 계란 프라이가 덮인 밥과 구수한 찌개와 반찬 그리고 식후 닭가슴살 샐러드도 덜어서 싹싹 먹는다. 커피도 마신다.

'오구오구 잘 먹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자가 격리자의 마음을 생각해 주민센터에서는 사람이 좀 있었고 도시락 포장 전문매장에는 앱 주문이 딩동 딩동 쉴 새 없이 밀려오는 광경을 보았고 커피 매장에는 새로 생긴 곳이어서 그런지 아무도 없었다고 내가 본 주변 정황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나와 남편은 이런 배달 상권이 편하게 잘 이뤄진 지역에서 아파트 상가 안에 생겼던 마트가 금방 맥을 쓰지도 못하고 문을 닫는 사태를 맞았다고 결론을 맺었다. 상권이 잘 발달한 곳에 살아서 배달을 시켜도 되고 가까운 거리만 걸어 나가면 맛있는 한 끼 식사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다시 한번 깨닫고 감탄하고 말았다. *민, *팡 잇츠, *켓컬리 등 이들은 이제 모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들이다. 람들은 더 빠르고 쉽게 그리고 더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싶어 한다.



남편의 잘 먹는 모습을 다 보고 나서 의무를 덜었으니 나도 슬슬 밥 되는 샐러드도 먹고 집밥과 남은 미역국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여기까지는 매우 좋았지만 이제 여기부터 마음에 안 드는 뭔가가 스멀스멀 의식하지 못한 채 올라오고 있었다.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은데~"

남편이 말했다.

"커피 마시면 되지 아이스크림을 또 왜 먹어?"

별로 공감이 되지 않아 자가 격리자의 욕구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래도 사 왔으면 좋겠는데.."

나는 남편이 아이스크림을 계속 얘기하면서 실실 웃는 것이 별로 이해도 공감도 되지 않았다. 식탁 자리 대강을 정리하고 탁상달력을 보며 계획을 짜고 친구에게 메시지 연락을 하고 생일을 맞은 형님에게 케이크 쿠폰을 보내드리고 하는 등등의 일을 했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 바깥 산책도 하고 운동의 시간을 가질 겸 밖으로 나섰다.. 남편은 자꾸만 아이스크림 얘기를 한다.. 뭐지?? 나는 이해심이 부족해서인지 INFP유형이라 진지해서 그런지 잘은 모르겠지만 2명의 코로나 확진 가족의 격리 수발을 하고 일주일이 지나 한 명은 도시락통이며 생일선물이며 한복을 챙겨서 어린이집에 겨우 보냈고 생활지원금 신청이며 도시락 포장이며 해서 먹이고 간단한 정서지원과 커피까지 먹고 그다음에 다시 또 아이스크림을 사러 나가야 하는지 별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조금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왠지 다른 일들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왔다. 머리에 길게 길게 쭉쭉 뻗어가는 새치들이 많아서 미용실을 고민하다가 다시 아이의 하원 시간에는 부족한 시간이어서 대신에 마트에 가서 현미를 사고 싶었다. 그리고 그 현미 3킬로 조차도 주변 어느 마트를 갈까 고민을 수없이 많이 했다. 지마트, 이마트, *데마트 등 대형마트까지 갈 필요가 없어서 이걸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하나 생각이 드는 순간 홈마트를 가기로 했다. 그럼 집으로 다시 돌아가 자전거로 운반해 와야지. 마트에 도착했다. 간 김에 가정의 두 입이 먹고 싶어 할 만한 것들을 고민하고 고르느라 또 현미 3킬로만이 아닌 초과 구매를 하고 말았다. 자전거 뒷칸에 이것저것 실었다가 다시 빼고 계란 한 판을 비닐봉지 넣었다 뺐다 하는 바람에 시간이 더 걸렸고 결국 무료배달 서비스를 맡기고 자전거를 몰아서 오는데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버렸다. 조금만 더 조그만 더 가면 도착이 바로 코앞인데 어린이집 버스가 이미 정차하고 있었다. 원래 도착시간보다 좀 더 일찍 도착한 것은 맞는데 여러 아이들이 타고 기다리는 상태라 보자마자 미안해서 마음이 쥐구멍에라도 가고 싶었다. 그리고 한별이는 5세 반 같은 반 친구들이 훨씬 인원이 많아져서 선물을 많이 받았다. 주렁주렁 또 자전거에 실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오면서 어린이집 차량보다 엄마가 늦게 도착해서 미안했다고 가벼운 일상 소통의 대화를 하는데 남편이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순간 애써 붙잡고 있던 기분상태가 툭 떨어지며 들어오자마자 다시 놀이터로 놀러 나간다고 하는 아이한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나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어!!"

나는 오늘 하루 한 박자 느리게 갈 여유를 스스로 하나도 찾지 못하고 있다가 화가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한숨을 내쉬며 물을 마시고 아이에게도 물을 건네며 화를 정정해 본다.

"한별아 물 먹고 나가야지~"

그리고 다시 아이와 함께 놀이터로!

놀이터 친구를 만나고 놀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미끄럼틀을 못 탔다고 다시 나가고ᆢ나가서 또다시 놀고 들어가자고 설득을 하고 그리고 돌아와 저녁식사 준비.

나는 채소를 자르고 햄을 자르고 알맞게 불에 볶다가 딱딱한 찬밥을 이를 꽉 물고 프라이팬에 누르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뭐여??

내일은 좀 더 여유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까?? 나를 다시 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화가 마음속에서 불쑥 나왔을 때 물을 마시면서 생각해 보았다. 내 마음은 주장했다.

" 아이와 남편이 내 일상을 가로막고 서 있는 것 같이 느껴져서 지금 화가 난 거라고!"



그랬구나. 아이가 친구들에게 받아온 선물들을 개봉하여 정리했다. 아이와 남편은 암탉이 빙글빙글 돌면서 바구니에 알을 낳는 게임을 하고 불이 반짝이는 미니 게임기도 눌러보고 선생님이 주신 종이 자동차 만들기도 한다. 아이는 토이스토리 캐릭터가 그려진 필통에 지우개며 연필, 당근 연필깎이, 미니카 등을 죄다 모아 넣었다. 그리고 보물인양 잘 때 옆에 두고 잠이 들었다.

어린이집 친구들이 준 선물들~사실 친구 엄마들


아무도 누구도 나를 가로막고 있지도 발목을 잡고 있지도 않았다. 코로나가 나와 삶에 커다란 위험이 되지도 않았다. 며칠 전에 만난 서울 핫한 곳에 사는 싱글라이프 동생은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며 나 또한 내가 계획한 아이와 더불어 삶을 살고있고 그 과정을 채워가고 있다. 누구나 이 만큼의 수고로움은 매일 견디고 생활하고 이어 나가고 있지 않을까? 나는 며칠 전 *튜브에서 청년들이 살고 있는 주거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저렇게 주거가 안 좋아도 나름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오전에 대로변 사거리에 나가보면 아침 공기를 뚫고 바삐 달리는 각종 차량들의 행렬을 보곤 한다. 저기에 타고 있는 저 사람들은 모두 생계를 위해 달리고 저렇게 부지런히 삶을 붙잡고 있다. 나도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위에만 바라볼 필요도 아래만 바라볼 필요도 없이 잠시 고개만 들어 주변을 살펴볼 여유가 있다면 무거웠던 마음이 어느새 깃털처럼 가벼워져 있다.


나는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