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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와 생각 May 04. 2022

엄마와 정반대로 달려가는 아이

우리 아이는 이제 나와는 정반대 방향 길로 열심히 뛰어나가고 있다. 해맑고 귀여운 미소로 내 앞을 앞질러 정해지지도 않은 길로 향해 열심히도 달린다. 엄마는 왜 엄마 미소가  아닌 보글보글 열이 올라 끓어오르는  마음일까? 누군가 내 마음에 열에너지라도 불어넣고 있는 것일까? 관계의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서로 깊은 이해의 부재와 소통 경험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늘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깊은 이해와 소통의 부재라고 미리 결론 맺을 시기가 아니라  5세 남자아이의 성향분석과 아이를 향한 적극적 육아를 펼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가 먼저 공작의 날개를 자연스럽고 화려하게 펼쳐내듯이 성향을 드러내었으니 엄마는 그에 대한 화답으로 육아와 소통의 날개를 활짝 펼쳐보자.




5세가 되니 아이는 성격과 성향이 뚜렷해 이미 확고한 인격체이지만 안전과 주의 집중과 규칙 지키기, 청결 습관은 아직 뒷전이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조마조마하고 걱정되는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서 생활하는 시간들은 이미 내 손을 떠나 선생님과 또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들이니 잘 생활하고 있다고 퉁 치는데 하원하고 그 이후의 시간들이나 주말은 아이와의 갈등의 순간들이 참 많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 품 안의 아이'였는데 올해는 더욱더 내 배 밖으로 나온 나와 완벽하게 다른 한 인격체를 자주 목격한다. 아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참 고놈의 아이들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항상 일어나자마자 뜬금없이 하지만 아이에게는 필연의 해맑은 말들은 나의 음을 내쫓고 육아의 시작을 알린다. 생각해 보니 나는 4년여 전에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고 집에 돌아와 품 안에 안겨 쌔근쌔근 자는 아이를 신기해만 했었는데 지금은 그 아기가 5살이 되어 나와 정반대 성향을 가진 아이 자라나 깜짝깜짝 놀랜다. 나도 내향형 I, 남편도 내향형 I, 그런데 아이는 외향형 E. 신기하기도 하고 감사한 일이기도 하다. 나는 살면서 나의 욕구를 가족들에게나 누구에게도 당당히 말한 적이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내 앞에 이 아이는 언제나 당당히 자기 욕구를 서슴없이 말하고 표현한다. 욕구 표현을 함으로써 충족되고 실현되는 것은 그다음의 문제이다. 일단 자신의 내면에 있는 욕구가 언어화되어 표현이 되면 답답함이 해소되고 내가 이러이러한 욕구를 가진 떳떳하고 당당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욕구를 가지고 는 사람은 늘 답답하고 나의 마음속 욕구를 다른 사람이 들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늘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 얼마나  하늘과 땅의 차이인가? 어느 쪽이 더 좋고 나은 성격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성장기를 보내 고칠 수 없는 되돌이표가 되어버린 내 성격을 미루어 보면 우리 아이가  아직까지 욕구를 잘 표현하고 있다는 은 참 다행인 것 같다.     




episode1. 남의 가방에서 간식을 찾는 아이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무대의 주인공인 것처럼 보이지만 함께 나온 엄마들 또한 대화와 수다의 장을 꽃피운다. 정말 오래된 놀이터엔 엄마의 쉼터가 없다. 하지만 공원사업이 발전하고 새 아파트들이 속속 나오면서 놀이터 주변에는 벤치와 나무들, 정원, 연못, 조각상 등이 자리하여 대화의 분위기를 돋운다. 나는 그렇게 잘 마련되어있는 휴식의 공간을 이용할 줄 몰랐고 아이는 엄마는 아예 안중에 없고 자기 친구들을 찾아 뛰어다니기 바쁘다. 그러나 날씨가 따뜻해져 놀이터가 아이들의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벤치마다 놀다가 중간에 쉬면서 간식을 먹는 정겨운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 참새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온 사방을 뛰어다니다가 그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고 앞을 알짱거리며 내가 뭔가 원하는 바가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모양새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마음이 후한 엄마들은 먹던 간식들을 조금씩 기웃거리는 아이에게도 나누어 주셨다. 배를 조절 못하여 간식을 배불리 먹어버리면 밥은 잘 안 먹는 아이여서 나는 간식을 준비하지 못하였는데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로로 음료수를 몇 개씩 더 사서 친구들을 주라고 했는데 진짜 아이의 성향에 잘 맞는 행동인지 좋아라 하면서 나누어 준다. 어느날 어린이집에 함께 다니는 친구의 엄마에게서 부드럽게 입 속에서 녹아내리는 초콜릿과 말랑말랑 입에 감기는 소시지를 받아먹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날 일어났다.

   

4시 아름다운 하원 시간! 친구의 엄마는 오다가 잠들어버리는 아이를 위해서 유모차와 커다란 캔버스 가방에는 맛있는 간식들도 잔뜩 넣어 오신 모양이다. 나는 단순한 시각으로 유모차에 예쁜 가방이 걸려 있구나 했는데 우리 아이는 내리자마자 아주 자연스럽게 그 가방으로 직진하여 손을 뻗었다. 뒤적뒤적! 엄마는 순간 창피함보다 앞서 세상 처음 보는 아이답긴 하지만 상당히 곤란한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번뜩 달려가 아이를 말려보았지만 어쨌거나 말릴 새 없이 행동이 먼저 튀어나오고 말았다. 친구의 엄마는 당연히 괜찮다고 하셨다. 그리고 엄마의 사후약방문 '그러면 안 되는 행동이야.' 정말 미안한 행동이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었지만 아이여서 패스카드를 받았다.

'우리 아이가 다음엔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되는데..'

이번에 그런 행동이 처음 나왔고 설명을 해줬는데 다음에도 설마 그런 행동을 또 하진 않겠지.. 이번에 엄마의 주의 당부가 아이에게 입력이 되어 다음에는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퍼뜩 생각이 났으면 하고 기도를 한다.


episode 2. 지나가는 사람에게 먼지에 대한 항의를 서슴없이 하는 아이


4월의 서울숲을 찾았다. 차로 몇 시간 거리를 달려 친구네 가족들만나고 겸사겸사 찾은 그곳은 서울과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 보였다. 코로나 감염 유행도 꺾이고 따뜻한 봄도 찾아와 그곳은 대규모 인원의 사람들이 각자의 축제를 벌이는 파티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적이는 그곳에서 우리는 나름 한적한 길목의 벤치에 앉아 점심에 대한 계획을 짜고 있었다. 집에서 싸온 못생긴 동그랑땡도 집어 먹어가면서 있는데 갑자기 두 아빠가 너무나 신이 나서 유모차에 각각 아이 둘을 태우고 흡사 달리기 경쟁을 하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키득키득 그리고 왁자지껄 너무나 쌩 하고 지나갔지만 그들이 일으키고 간 흙먼지의 뭉게뭉게 한 자태를 보고 있는데 한별이가 서슴없이 발언했다.

 

"먼지바람을 일으키고 가면 어떻게 해?"

'뭐지?'

별생각 없이 벤치에서 동그랑땡을 먹고 있던 나에게는 별안간의 사건이다. 그 말은 그 뒤를 따라 여유롭게 걸어가는 생전 알지도 못하는 처음 보는 엄마들을 향해 서슴없이 날리는 먼지에 대한 아이의 항의였다!! 당황스러웠다. 

 

"한별아 그런 말을 느닷없이 하면 어떻게 해? 그런 말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하는 거 아니야."

나는 어떻게 수습해보려 했지만 늦었다.

"응, 괜찮아. 괜찮아. 맞는 말이야. 우리도 뒤에 가면서 먼지 일으키고 가서 문제라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아이의 맹랑한 항의를 별안간 받은 두 엄마가 별로 불쾌해하지도 않고 기분 나쁘지 않게  거리를 했다. 남편은 민망해했다. 로 방금 전에 자기가 투덜거리며 조용히 했던 말을 아이는 대놓고 당사자에게 말한 것이다. 이 날의 사건은 당연히 아이이니까 또다시 패스카드를 받았다. 우리 아이도 이제는 어린이집에 안정적으로 다니고 아파트의 이웃 친구들과 엄마들을 놀이터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지역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었다. 자기의 욕구와 생각을 누구나에게 서슴없이 말하고 친해지고 싶은 친구에게 직진으로 달려가 ice breaking 없이 바로 말을 건네는 아이는 INFP성향을 가진 엄마에게는 매번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아주 오래전 어느 날 호암 미술관의 정원에서 날개를 쫙 펼쳐 깃털 하나하나를 다 보여주는 듯한 화려한 수컷 공작새들의 그 찰나를 본 적이 있다. 촤르르한 소리까지 그 화려한 깃털쇼의 서막을 알려오는 순간을 만끽했을 때 놀라움과 탄성은 지금도 선명한 기억이다. 나는 현재 매일매일 견하는 아이의 외향 성향을 예전 공작새의 화려한 날개 펼치는 동작을 눈앞에 목격했을 때의 놀라움으로 맞이하고 있다. 나는 평생 가족들과 나의 모습에서 내향성만을 많이 보아왔고 에너지가 외부로 흘러 활동적이고 정열적이며 폭넓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외향형 아이를 가족으로 처음 목격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엄마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유명 커피 광고의 말처럼 "한 박자 천천히" 아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해 주는 태도인 것 같다. 내 아이의 성향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 보고 존중하여 장점을 찾아내고 발전하게 도와주는 것. 과거에나 현재에도 육아를 이어나가는 많은 엄마들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공통된 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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