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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와 생각 May 24. 2022

거절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나

당신은 의견 조율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요?

얼마 전에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매장에 들렀는데 과일을 둘러보다가 방울토마토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매장의 직원분이 바나나 표면이 조금씩 갈변해 가는 바나나들을 싸게 주신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은 갈변이 되고 있는 바나나 송이 두 개를 집었는데 마침 계산대에 대파도 두 묶음을 천 원에 가져가라고 해서 바나나와 대파 모두 사고 말았다. 사실 우리 집에 바나나를 한 송이 가져가면 늘 한 두 개는 남아서  처치곤란이 되고 대파는 소비되는 속도가 많이 느려서 얼려서 보관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저렴하게 사서 이웃과 나누어 먹을 수도 있고 대파는 얼려서 조금씩 요리에 넣어 먹을까 해서 욕심을 부리고 말았다. 쓸데없는 욕심과 잘 거절하지 못하는 습관은 역시나 참사를 낳았다. 바나나는 신선도가 좋은 바나나를 사 왔을 때 맛있게 먹는 것과 달리 조금은 과육이 푹석해져 있는 것을 한 송이는 어떻게 먹었는데 나머지 한 송이 표면이 선명하게 표범이 되었는데 어떻게 먹을까 고민을 하는 정도이고 대파는 마트 진열대에 시기적절하게 나와서 부드러움을 간직한 대파가 아니라 겉으로 상하지는 않았지만 보관이 오래되어 매우 딱딱해서 입안에서 꺽꺽 걸리는 질감의 대파였기 때문이다. 나는 큰 금전의 손해까지는 아니었지만 나와 우리 가정에 필요하지 않은 분량의 식재료를 과도하게 사들였기 때문에 어쩌면 그걸 사들이고 운반하고 손질하는 시간을 낭비하고 결과적으로도 질이 떨어지는 야채를 맛있게 먹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대단한 선택의 오류는 아니지만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상의 실수인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그 상황에서 과일, 야채의 재고를 관리하는 직원이 말하는 대로 지난 상품을 넙죽 사들일 것이 아니라 '저희 식구가 많지 않아서요 샀다가 먹지 않으면 버리게 되어서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어야 했다.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언어습관을 가진 사람의 일상은 세상을 살다가 조금 엇박이 나거나 스텝이 엉키는 참사를 감수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나의 일상적인 욕구와 타인의 욕구는 상충되고 반대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기술에는 반드시 정중하고 합리적인 거절, 조율과, 조정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수준이 높은 기술로 개인으로 말하면 어렸을 때부터 여러 가지 상황에서의 도전과제를 만나 익히고 터득되어 있지 않으면 성인이 되고 나서 길러지기는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어떠한 개인과 개인 간 상충이 되는 문제를 놓고서 각자는 당연히 자신의 욕구를 실현하려고 노력하지 상대방의 욕구에 더 충실하고 일부러 상대에 맞추려 하지는 않다. 세상의 개인, 단체 간 불협화음과 충돌, 멀리 국가 간 전쟁 등이 일어나는 단순하고 궁극적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친구들 사이나 가족 간에 서로의 상충되는 욕구를 알고 조정하는 기술을 얻지 않으면 점점 더 삶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욕구와 욕구가 상충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귀하디 귀한 빛과 소금 같은 능력이 바로 합리적이고 정중한 거절 조정의 기술이다.

 

먼저 거절의 뜻을 명확히 밝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거절을 잘 못하는 의 심리에는 오묘하게도 공감능력이란 키워드가 지나치게 들어가 있다. 나 누군가의 청유형의 부드러운 제안에 대해서 필요 이상의 공감을 하는 것이 문제이다. 상대가 나를 생각해서 제안을 해준 것에 감사하고 공감하는 것에 나친 감정을 쏟은 나머지 나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반드시 마음의 중심잡기가 필요하다. 상대의 제안을 잠시 들어보고 나에게 맞춰 적용하였을 때 큰 무리가 되지 않고 나의 욕구도 적당한 선에서 맞출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상대의 제안에 대해 들어보고 잠시 멈추고 나에게 적용을 해서 판단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고 나의 상황에 전반적으로 맞춰 보았을 때 맞지 않는다고 판단이 서면 거절을 하는 것이 그다음 단계이다.


그러나 머리로 생각하는 바와 달리 나는 상대방의 제안이나 이야기를 듣고 바로 오케이 하는 이상한 수락 과잉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상이 엉키고 흔히 스텝이 꼬이는 일들이 다반사이다. 이쯤 되었으면 여러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고쳐나가는 것이 뒤따라오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바로 되는 것이 아니다. 왜일까? 수락거절의 결정, 의견 간 조정 그리고 명확한 거절 의사 표시를 하는 경험치를 충분히 쌓아오면서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디로 어렸을 적부터 쌓아온 내공이나 공든 탑이 없기 때문에 자꾸 무너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태도로 이러한 경험치를 늘려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춤을 배우는 것을 예로 들어 생각해 보아야겠다. 어렸을 적부터 춤의 리듬과 감각을 익힌 어린이는 조금만 그때 배웠던 감각을 되살려내면  서도 충분히 유연한 재능을 발휘한다. 지만 어른이 다 되어 처음 시작하는 경우는 어렸을 때 춤에 대한 감각을 익혔던 경험이 있는 사람에 비해 배우는 속도가 매우 느릴 것이다. 나도 이와 같이 너무 조급해하지도 현재의 모습에 너무 실망하지도 말고 합리적이고 정중하게 거절하는 능력을 익혀야겠다. 상충되는 의견을 알맞게 조율하는 능력은 그다음 단계에서 생각해 보자. 상대의 제안에 거절의 의사를 정확하고 확실하게 표현하는 것은 관계를 망치는 것도 아니고 다음 기회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일도 아니다. 나는 이것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겠다.

    

나에게 SolUtioN

누군가의 청유형의 제안을 들었을 때 바로 수락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좀 더 생각할 시간의 여지를 주어야 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제안을 듣고 한 박자 천천히 쉼표를 찍기 위해서는 "아 그런 좋은 제안이 있네요. 저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면서 결정해야겠어요."라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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