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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와 생각 Jul 17. 2022

나의 천재성

나는 나의 천재성을 이제는 인정할 순간이 오고 말았다. 이제까지 갖고 있는 천재성을 부인하면 부인할수록 나는 자꾸만 알 수 없는 절망감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지금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 천재성이란 것을 인정해야 내가 조금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직장에서 잘리는 데에 천재적이었고 나와 전혀 맞지 않는 능력 밖의 직업과 직장을 줄기차게 찾아서 하는데 천재성을 보였다. 누가 보아도 모든 여건이 어울리지 않았기에 하늘이 두쪽 나도 같이 어울려 살 수 없는 사람들도 만나는 천재성을 보였다. 그리고 어느 누군가를 새로 만나거나 사회생활을 시작하여 필연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불협화음에 도달할 때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을 40여년 동안 아주 느리게 파악했다는 천재성도 보였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등장인물이 달라질 뿐인 똑같은 에피소드와 사건들이 나는 다 다르다고 애써 착각하고 살아왔다. 왜냐하면 나는 다름 아닌 그것을 쿨하게 인정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만만하게 나의 존재가치를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사랑하는 것도 용기가 없었고 나를 부정하고 세상이 나에게 경험시켜 준 부적절한 이상반응들을 시원하게 받아들이는 것 또한 나는 하지 못했다.      

1번 아무렴 어때. 나는 여전히 가치를 의심할 수 없는 지극히 좋은 사람인데.

2번 나는 여전히 세상살이가 미숙하기 그지없어. 배우자 배워. 배우고 말아야지.       

나는 1번과 2번 어떠한 선택지도 선택하지 못했다. 물론 두 개 다를 종합해 내는 능력 또한 전혀 없었다.      

나는 부적절하게 결론 맺은 부적절한 상황들을 각각의 파일들에 차곡차곡 원본 그대로 유지하여 넣어놓고 기억의 저편에 보내버렸다. 굳이 기억하고 되새길 필요조차 없으니 편했고 먼지가 쌓여도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의 부적절함과 이상반응의 연속이라면 이것은 천재성에 가까웠다. 요리를 못하는 똥손도 조용히 지켜보다 이 정도면 시간이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마이너스의 손도 천재성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세상에 부적응에도 천재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긴 세월동안 문 밖을 나서서 사람들을 만나왔는데 만나는 족족 그 시작점과 끝점이 분명하여 짧든 좀더 짧든 관계를 선분으로 마무리 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이것들은 특별한 경우이거나 몇 가지 사례가 아닌 것이다. 그냥 일반화가 가능한 나의 특징인 것을 나는 그동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잘 하고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다 그런 대로 만족하고 사는 것이지. 맞다. 그러나 나의 문제는 최하의 세상살이 부적응을 매일 겪으면서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에이 뭐야? 조금만 더 노력하면 나도 할 수 있어. 나는 나에게 막연한 희망고문을 끊임없이 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더욱 나 자신에게 일상적으로 느끼는 불편감과 절망감을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노력해서 향상시킬 수 없는 부분을 할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강요하였기 때문에 얻은 결과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인정의 순간이 애써 긍정적으로 해석하여 보석같이 빛나지 않을 수 없다. 맞다. 나는 직장에 나가서 돈을 버는 사회생활을 길게 유지하지 못 하는 사람이 맞고 대부분 새로 맺은 인간관계는 노련하지 못하여 허우적대다가 결국엔 끝점을 자의든 타의든 찍는 사람이 맞다. 이것을 인정하고 나니 나는 한 줄기 광명을 찾았다. 나는 나의 존재 자체가 혹시 이 세상에 부적격은 아닐까 라는 의심을 거둘 수 있는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 존재 자체가 이 세상에 부적격이라니. 최악의 슬픈 결론이 아닐 수 없다. 에이..그건 아니다. 그건 아니고 나는 단지 사회생활과 인간관계를 잘 가꾸고 이어나가지 못 하는 사람일 뿐이다. 휴..이 정도 결말이 정말 다행스럽다. 누구나 잘 못하고 못나게 태어난 부분이 있다. 나는 이 세상에 잘 적응하고 인간관계를 잘 이어 나가는 것이 못나게 태어난 인간이다. 착한 것도 못된 것도 크게 상관이 없었다. 나만의 특출난 마음 속 못난이를 받아들였으니 이제는 새 희망이 샘솟는다. 40여년에 걸쳐서 빼어난 못난이를 갖고 살아왔는데 나는 이것을 늦게나마 통 크게 인정하였으니 앞으로 또 이해하지 못할 일이 무엇인가? 내 마음의 저울에는 무엇이 들어와도 가볍다. 특히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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